CULTURE

달리기의 비밀

2014.04.21GQ

아침에 뛸까, 저녁에 뛸까. 달리기를 할까, 자전거를 탈까. 뛰고 나면 다리 근육이 과하게 생기는 건 아닐까. 일단 달리고 보라는 말 대신 권하는 달리기의 새삼스럽고 새로운 단면.

달리기는 꽤 변수가 많은 운동이다.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나 쉽게 뛸 수 있지만, 부상 위험도 크다. 제대로 준비하고 뛰어야 한다. 동작이 단순한 만큼 기본 외의 몇 가지 섬세한 부분만 기억해두면 평생 써먹을 수 있다. 방에서 점프를 하는 게 의외로 달리기에 도움을 주고, 달린 후엔 이온음료 대신 물을 마시는 게 더 낫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달리기는 맨몸, 또는 ‘헝그리 정신’으로 하는 게 제맛이라는 선입견을 버릴 때, 운동 효과를 정확히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놀라울 만큼 다양하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문만 박차고 나가면 바로 할 수 있는 운동인 달리기를 좀 별나게 살펴봤다.

 

01 아침 대 저녁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아침이 좋다. 달리기 후 신체는 에너지 소비율이 높아진다. 짧으면 네 시간, 길면 여섯 시간 정도 지속된다. 밤에 뛰고 나면 그 여섯 시간을 온전히 깨어 있기 어렵다. 활동하며 에너지를 더 쓰는 편이 지방을 태우는 데 유리하다. 반대로 근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저녁에 뛰는 편이 낫다. 달리기로 상처가 난 근섬유가 회복되는 시간은 밤이다. 한편 선수들 사이에선 밤에 뛰어야 기록이 좀 더 좋게 나온다는 속설도 있다.

02 체력 대 근력 단거리 선수와 장거리 선수의 몸은 완전히 다르다. 단거리 선수들의 다리 근육은 우람한 반면, 장거리 선수들은 얇고 지구력이 뛰어난 근육이 발달한다. 흔히 말하는 체력은 심폐 지구력, 근 지구력과 관련이 크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선 거리를 늘려가며 오래 뛰는 게 좋다. 폭발적인 근육을 만들고 싶으면 짧은 거리를 전력질주하면 된다. 한편 단거리와 장거리의 장점을 모은 ‘인터벌 트레이닝’도 있다. 전력질주 후 천천히 달리기, 전력질주 후 천천히 달리기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숙련될수록 천천히 뛰는 시간을 줄여나가다 보면, 빠른 속도로 오래 뛸 수 있다.

03 산 대 강 강가처럼 평평한 곳보다 굴곡이 많은 지형을 뛰면 더 다양한 근육을 쓰게 된다. 발목을 비롯한 자잘한 근육은 단독으로 발달시키기 어렵지만, 산을 달리면 꽤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은 부상 위험이 크다. 꼭 산이 아니라도 오르막을 뛰면 몸에 추진력이 생긴다. 허리힘이 세지고 종아리 근육도 단단해진다. 반면 내리막을 뛰는 건 별 장점이 없다. 무릎에 압력이 쏠린다. 어쨌든 일반적으로 도로엔 오르막과 내리막이 섞여 있기 마련. 달리며 가장 힘든 순간이 오르막에서 평지나 내리막으로 바뀔 땐데, 거기서 오르막에서 뛸 때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04 시간 대 거리 초보는 시간을 정해놓고 뛰는 게 낫다. GPS나 지도가 아니라 시계만 있으면 된다. 내키는 코스로 다니면서 시간을 채우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칭찬할 만하다. 그리고 달리기에 익숙해질 무렵, 거리를 정하는 게 좋다. 그때부터 기록을 측정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구간별 기록을 미리 설정하고 뛰며 속도를 조절하는 요령을 연습하는 것도 좋다.

05 반팔 대 긴팔 한여름에도 레깅스 유의 긴바지를 입고 뛰는 경우가 많다. 그저 멋 부리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할 테지만, 단거리를 뛴다면 확실히 몸에 착 붙는 긴소매 옷이 낫다. 몸을 바로 세우고 근육을 꽉 잡아주는 장점이 있다. 일단 그런 질감에만 적응이 되면 안 입은 듯 편하다. ‘테이핑 요법’으로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보조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체온 보존에도 좀 유리하다. 반면 오래 뛴다면 최우선시해야 될 것은 통기성이다. 마라톤 선수들은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달해도 가장 간단한 형태의 옷을 입는다. 통풍과 땀 배출이 뛰어난 옷이라도, 바람이 직접 술술 들어오는 것에 비하긴 어려울 테니까.

06 물 대 이온음료 이온음료는 달릴 때, 물은 달리고 난 뒤에 마시는 게 좋다. 이온음료는 물과 전해질을 재빨리 보충해준다. 몸을 다시 제대로 뛸 수 있는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다. 장거리를 뛸 때, 한여름에 힘이 쭉쭉 빠질 때 유용하다. 하지만 다 뛰고 나서 굳이 몸을 빠르게 회복시킬 이유는 없다. 근육의 70퍼센트는 물이고, 수분으로 몸을 정화시키는 것이 더 낫다. 대부분의 이온음료엔 나트륨이 들어 있다.

07 달리기 VS 자전거 달리기가 더 많은 근육을 골고루 자극한다. 근육의 참여도가 높다고 말할 수도 있다. 자전거는 몸의 일정 부위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전거는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덜하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허벅지나 엉덩이 근육이 약한 사람들에게 좋다. 일반적으론 페달을 밟으면 허벅지 앞쪽 근육 위주로 단련되지만, 잘 타는 사람들은 뒤쪽 근육까지도 발달시킬 수 있다.

08 달리기 VS 포복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등 근육이 퇴화되어 있다. 포복은 어쨌든 유산소 운동의 일종이지만, 기어가는 와중에 등, 복근 등 따로 운동해서 단련해야 하는 근육을 한꺼번에 자극시킬 수 있다. 엎드려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몸에 힘이 꽉 들어간다. 달리기는 상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리미리 몸 구석구석을 운동해두면 좋다.

09 달리기 VS 경보 경보는 선수가 아니라면 권하기 어렵다. 종목의 특성상 고관절과 무릎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대신 파워워킹이 있다. 러닝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에 해볼만 한 운동이다. 예를 들어 10킬로미터란 거리를 어떻게든 소화한다고 맘을 먹은 뒤, 몸이 달아오를 때까지 파워워킹을 하고 남은 거리를 달리는 것이다. 그러다 지치면 다시 파워워킹을 해도 된다. ‘인터벌 트레이닝’과 비슷한 원리. 달리기를 할 땐 지치면 팔을 힘차게 흔들지 않고 다리에 의존해 뛰는 경우가 많은데, 파워워킹은 대개 꾸준히 팔을 크게 흔든다. 파워워킹에서 팔 움직임이 갖는 상징성 때문일까? 자세가 좋으니, 운동 효과도 크다.

10 실내에서 러닝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운동은? 점프. 러닝을 하다 힘들면 무릎을 끌어올리는 힘이 떨어져서 발이 땅에 끌린다. 다양한 방식의 점프를 통해 무릎을 힘차게 들고, 발을 빨리 바꾸는 동작을 훈련할 수 있다. 제자리 점프보다는 무릎을 가슴까지 바짝 쳐 올리는 점프나 제자리에서 재빨리 발을 번갈아 구르는 식의 점프가 효과적이다. 몸 양쪽을 균등하게 쓰는 운동이라 신체의 균형을 잡는 데도 좋다. 단, 딱딱한 도로보다는 체육관 바닥처럼 무릎에 무리가 적게 가는 지면에서 해야 한다.

11 종아리 알’을 피하려면? 허벅지 앞쪽 근육보다 종아리 근육을 주로 쓰며 뛰는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종아리 알’이 생긴다. 특히 오르막을 자주 뛰면 종아리 근육이 크게 성장한다. 뒷꿈치가 땅에 닿지 않고 발 앞꿈치로 몸을 지탱하기 때문이다. 줄넘기처럼. 그러니까, 종아리 근육이 뚱뚱해지는 게 싫다면 평지 위주로 뛰면 된다. 또는 허벅지나 엉덩이 근육을 더 키워, 달릴 때 종아리에 걸리는 부하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12 보조기구를 들거나 착용하고 달리는 건 좋은 효과를 내나?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거나, 양손에 가벼운 아령을 들고 뛰는 경우가 있는데, 썩 좋은 방법은 아니다. 막연히 무게가 늘어나니 근육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글쎄. 특히 손에 뭔가를 들고 뛰는 방식은 어깨에 무리가 간다. 팔을 씩씩하게 흔들어야 추진력이 생기는데, 어깨가 아프고 손이 자유롭지 않으면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오히려 달리기 자체에 방해가 된다.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정우영
    어시스턴트
    박현상, 정봄이
    도움말
    아이린(러닝 트레이너), 김민준(PRRC1936), JBW(PRRC1936)
    일러스트
    이재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