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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조던의 아버지, 피터 무어가 남긴 것

2022.05.02GQ

스니커즈 신의 시작점.

흔히 ‘에어 조던의 아버지’라는 수식어 뒤에 나이키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의 이름을 두곤한다. 팅커 햇필드가 에어 조던 시리즈를 이끌고 키워서 현재의 나이키와 조던 브랜드를 세운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오늘 이야기할 주인공은 팅커의 등장 전에 이미 전설이었던, 에어 조던의 ‘생부’ 피터 무어다. 미국 시간으로 지난 4월 29일 금요일. 피터 무어의 사망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굉장히 이례적으로, 나이키(조던 브랜드)와 아디다스에서 동시에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명을 게재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피터 무어가 나이키와 아디다스 두 스포츠웨어 브랜드에서 디자이너와 임원으로 일했기 때문인데. ‘그냥 디자이너’가 아니라, 나이키에서 에어 조던 1은 물론, 윙 로고와 점프맨 로고, 나이키 덩크를 디자인 했고, 아디다스에서는 북미 사업부 책임자로 일하며 아디다스 이큅먼트 로고를 직접 디자인했다.

나이키, 에어 조던
피터 무어와 나이키의 첫 만남은 1977년, 당시 나이키는 그의 디자인 에이전시의 클라이언트였고, 그가 나이키에 정식으로 입사하게 된 것은 1983년의 일이다. 피터 무어는 나이키의 첫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고 1985년에는 현재의 나이키를 있게 해준 신발, 에어 조던 1과 여객기에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던 날개 모양의 뱃지에서 영감을 얻은 윙 로고, 그리고 모든 에어 조던 시리즈에 새겨진, 시카고 마천루를 뒤로 하고 활짝 날아오르는 마이클 조던의 점프맨 로고를 디자인했다. 이에 더해 단순히 로고와 신발 디자인 뿐만 아니라 에어 조던의 전반적인 캠패인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아디다스
이후 피터 무어는 에어 조던 2의 디자인 참여를 마지막으로 1987년, 그의 동료였던 랍 스트래서와 함께 나이키를 떠나 포틀랜드에 브랜드-빌딩(브랜드 구축) 컨설팅 회사를 만들게 되는데. 얼마 후 아디다스로부터 연락을 받고 새로운 둥지, 아니 그들의 회사가 곧 아디다스 아메리카가 되었다고 한다. 같은 시기, 나이키를 떠나고 싶어했던 마이클 조던을 피터 무어가 아디다스로 데려가려 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1991년, 랍과 피터는 현재 아디다스 퍼포먼스 라인으로 불리우는 아디다스 이큅먼트 라인을 만들었고, 아디다스를 대표하는 삼선이 마치 산처럼 누워있는 아디다스 이큅먼트/퍼포먼스 로고 또한 피터 무어의 디자인이다. 1993년에 함께 했던 동료 랍 스트래서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아디다스는 피터 무어를 아디다스의 북미 사업부 책임자로 임명했고 1998년 그가 은퇴하기 까지, 또 은퇴 후에도 아디다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피터 무어는 은퇴 후에도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포틀랜드에 머물며 2013년까지 그의 미술 작품 전시를 이어갔다. 몇몇 사람들은 그를 나이키로부터 마이클 조던을 빼오기 위한 ‘스파이’로 묘사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뚜렷한 직업 윤리관을 가진 사람, 그리고 겸손하며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나이키의 공동 창업자 필 나이트 또한 2015년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피터 무어와 랍 스트래서가 파트너쉽의 MVP였다고 말했다.

피터 무어가 남긴 것
에어 조던 이전에 1982년, 브루스 킬고어의 에어 포스 1이 있었고, 에어 조던 이후에는 1987년, 팅커 햇필드의 에어 맥스 등 현재까지도 나이키를 지탱하고 있는 대표작들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1984년이 나이키에게는 가장 큰 슬럼프이자 위기였었다고 한다. 이때 마이클 조던과 피터 무어, 에어 조던 1이 없었다면 아마 현재의 스포츠웨어 시장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2022년 현재, 피터 무어가 디자인한 에어 조던 1은 약 $130의 에어 조던 1 로우부터 $2,200의 에어 디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델로 파생되었고, 프라그먼트, 트래비스 스캇, 오프 화이트 등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협업 모델들까지 존재한다. 그리고 1985년 탄생 후 3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이키를, 아니 스니커 신을 최전방에서 이끌어가고 있다. 우리 곁을 떠난 아이콘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또 그가 남긴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남기고 싶다.

    에디터
    한재필
    오렌지킹
    사진
    나이키, 아디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