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지구상에서 외계 행성과 가장 유사한 곳 ‘아이슬란드’

2022.05.12임채원

아이슬란드가 외계 탐사 장비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흥미로운 놀이터가 되었다.

우주 탐사 훈련을 달이나 화성에서 직접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건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탐사 대원들은 차선책에 의지할 수밖에. 아마도 이 지구에서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차선책은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이곳, 아이슬란드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1960년대에 아폴로 승무원들이 달 탐사를 준비한 곳으로 잘 알려진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지형은 외계 행성 탐사 임무에 앞서 각종 장비와 신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이곳에는 얼음굴과 용암동굴에 더해 격렬한 화산 활동도 있어요.” 비정부 연구 기관인 아이슬란드 우주국 Iceland Space Agency의 임무 지휘를 총괄하는 다니엘 리브의 말이다. 그는 아이슬란드를 소개하며, “지구상에서 외계 행성과 유사한 지질학적 특징들이 가장 다양하게, 그리고 밀접하게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죠”라고 덧붙인다.


이와 같은 이점을 활용해 아이슬란드 우주국은 지난 2019년 첫 화성 탐사 실험을 단행했다. 실험에 참가한 우주 비행사들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RISD에서 개발한 우주복인 MS 1 Mars Suit 1을 장착한 상태로 향후 화성에서 맞닥뜨릴 상황들에 대비한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 이뤄진 추가 실험에는 당시 사용한 MS 1을 개량한 MS 1.5 우주복을 도입하기도 했다. 해당 실험의 목적은 미국 항공 우주국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우주복의 일부 요소를 테스트하는 것이었는데, NASA의 계획대로라면 2020년대 후반부에 다시 한번 인간이 달의 표면에 발을 딛게 된다.
나일론, 알루미늄, 그리고 강철로 제작한 MS 1.5에는 하이드레이션 팩과 통신 장치 같은 부속품이 장착되며, 지구에서 실시한 훈련임에도 실제 외계 행성에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을 조성한다. “이 우주복은 그 자체가 우주복 시뮬레이터예요”라고 산업 디자이너이자 RISD 교수인 마이클 라이가 설명한다. “달이나 화성에서 사용하는 여압복과는 다르죠.”


MS 1.5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이산화탄소 센서를 새로 도입했고, 우주 비행사의 맥박과 호흡 등 바이탈을 측정하는 생체 인식 속옷도 추가했다. 박테리아 및 기타 샘플 수집을 위해 용암동굴에 진입하는 등 현지에서 우주복 성능 실험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추후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한 예로 온도 변화 때문에 바이저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달에서라면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야외 실험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는 우주복의 다음 버전인 MS 2를 설계하는 데 반영한다고 한다. 한 가지 예정된 개선점으로는 “팔꿈치를 접었다 펴거나 무릎을 굽히는 데 필요한 회전력을 우주복이 더욱 면밀하게 모방할 수 있도록 관절부의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있다고 라이 교수는 말한다. 그리고 그런 개선 사항은 화성에서 감자밭을 일구는 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Writer
    JONATHAN O'CALLAGHAN
    Photographer
    VINCENT FOURN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