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편의 드라마와 한 편의시트콤에 무려 12명의 아이돌이 등장한다. 과연 잘하고 있을까
수지(미스에이) – <드림하이>
발음이 안 좋고, 새침한 표정을 짓는 것 외의 감정 표현이 어설프다. 하지만 대사 처리가 딱딱하지 않고, 웃을 때만큼은 흡인력이 있다.
강명석(<10asia> 편집장)
연기를 위한 연기를 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문에 ‘화가 나면’이라고 쓰여 있을 때, 상황과 역할을 받아들여 화가 나는 게 아니라 그냥 화를 내는 연기를 하는 것이다. 감정을 역할에 일치시키거나, 겪어보지 않은 감정을 표출하는 요령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조영준(조영준 아카데미 원장)
처음엔 답답하고 밋밋했지만, 감정 표현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배우’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니고 비난 받을 수준은 (간신히) 벗어났다는 말이다.
하재근(대중문화평론가)
은정(티아라) – <드림하이>
특별히 흠잡을 데가 없다. 과장스러운 드라마의 분위기에 맞춰 캐릭터를 표현하면서도 오버하는 느낌은 없다. 이 작품의 수혜자가 될지도 모른다. 강명석
A란 드라마를 잘했다고 B란 드라마를 잘하란 법은 없다. 그래도 경험이 있어선지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모든 면에서 안정적이다. 최소한 주어진 상황 안에서 자신이 뭘 하는 사람인지, 얘기하는 계기가 뭔지 정도는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조영준
명료한 목소리, 기쁨과 슬픔 모두 표현 가능한 얼굴 등 배우로서 좋은 조건을 많이 갖췄다. 카리스마나 ‘은정’ 하면 떠오르는 결정적인 매력 한 가지 정도만 보완한다면 좋은 배우가 될 것이다. 하재근
아이유 – <드림하이>
뚱뚱했다 예뻐지고,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아이유의 현재 이미지와 비슷하다. 캐릭터를 꾸며서 만들기보다 평소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연기한다. 자기 자신이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있는지 아는 셈. 강명석
특수분장을 하고 나와서 표정연기를 알 수 없고 대사도 적었지만, 아이유 특유의 귀여운 매력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은 역할을 받았다. 조영준
분장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부분을 확인할 순 없었지만, 엄마와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의 대사 처리는 자연스러웠다. 무엇보다 ‘귀여움’만은 정말 제대로 표현한다. 하재근
택연(2PM) – <드림하이>
발음에 비해 대사 처리가 어색하지 않고, 무뚝뚝하지만 여주인공을 감싸는 캐릭터와도 어울린다. 극의 각본과 연출이 보기에 아슬아슬할 정도라 그런지, 택연의 연기는 오히려 안정돼 보인다. 강명석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CF에서 하던 연기를 그대로 하고 있다. 표정이나 대사를 전달하기보다 본인이 멋있게 나오는 데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조영준
아이돌 뮤지션은 보통 무대나 예능에서 가장 빛난다.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면 배우들과 비교되며 순식간에 ‘오빠’에 대한 환상이 깨지곤 한다. 택연은 반대다. 배우의 얼굴이 보인다. 하재근
우영(2PM) – <드림하이>
꿈을 찾아 미국에서 온 춤의 고수란 설정 자체가 만화적인 만큼 상황을 이겨내는 능청스러움이 필요한데, 시치미 뚝 떼고 잘 소화하고 있다. 상대역 아이유와의 조합도 기대가 된다. 다만 발성이 아직 불안하다. 강명석
역할 덕분인지 카메라에 잡혔을 때 익숙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연기에 대해 논할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영준
이제까지 대사 자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연기력을 논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최초 등장 신에서 멋진 캐릭터였는데도 별로 멋있는 느낌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장근석 유의 ‘허세’배역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하재근
최시원(슈퍼주니어) – <아테나 :전쟁의 여신>
극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그런 점을 잘 활용한다. <오! 마이레이디>에서도 한류스타의 이미지를 뒤집어 코미디로 활용하는 연기가 능청맞을 만큼 좋았다. 강명석
대사 분량이 많진 않지만, 상대방의 연기에 반응하는, 리액션이 훌륭하다. 다른 배우의 대사를 잘 듣고 있다는 말이다. 튀지 않고 작품의 분위기에 잘 묻어가고 있다. 조영준
선이 굵은 외모와 강렬한 눈빛 때문에 어떻게 찍어도 그림이 나온다. 대사도 자연스럽다. 화려함에 도취되지 않고, 깊은 정서 표현을 노력한다면, 그냥 배우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하재근
성민(슈퍼주니어) – <프레지던트>
슈퍼주니어로서의 성민에겐 보통 남자들이 갖지 못한 어떤 ‘사랑스러움’이 있다. 하지만 <프레지던트>에서는 아버지를 따라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대통령 후보의 아들이다. 어색할 수밖에. 강명석
입체적 감정 묘사가 필요한 어려운 배역을 맡았다. 기성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가운데, 오버하는 발성과 어설픈 대사 전달이 상대적으로 더욱 대비된다.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다양한 연기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영준
옹졸한 도련님 역할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해내고 있다. 잠깐 나와서 한마디만 해도 화면을 압도하는 정도의 연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거슬리지도 않는다. 주인공을 할 정도의 카리스마가 있는지는 다음 작품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재근
가인(브라운아이드걸스) – <몽땅 내사랑>
코미디 연기는 나쁘지 않다. 예쁜 척하지 않고 망가지는 부분에서 과감하다. 하지만 독백이나 남자 연기자와 말을 나누는 멜로 연기에서는 대사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는 듯하다. 노래를 부를 때와 마찬가지로 평소와 다른, ‘연기할 때의 목소리’에 대해 생각해야할 듯. 강명석
조권과 마찬가지다. 평소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어서 그런지 익숙하다. 조영준
일단 카메라 앞에서 딱딱하지 않아 자연스럽다. 대사도 표정도 모두 무난하다. 시트콤을 넘어 정극에서도 주인공의 유쾌한 친구 역할 정도는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 이상은 글쎄. 하재근
강민혁(씨엔블루) – <괜찬아, 아빠딸>
씨엔블루의 멤버라기보다 신인 연기자처럼 보인다. 그만큼 튀지 않는다는 말이다. 환하게 웃는 미소가 기억에 남는 얼굴이니, 그런 ‘꽃’스러운 모습을 살릴 수 있는 배역을 연기하면 좋을 듯. 강명석
일상에서 말하는 습관대로 편하게 말하는 건 좋지만, 발음이 두루뭉술해서 대사 전달이 어설프다. 뮤지션으로서도 경력이 긴 편이 아닌 탓인지 몸짓이나 행동에도 자신감이 부족하다. 그러나 드라마와 동떨어진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점은 신인 연기자로는 큰 장점이다. 조영준
워낙 극중 비중이 작아 판단하기가 힘들다. 최소한 ‘발연기’라 비난받을 만큼 대사 표현이 딱딱하진 않았다는 정도? 하재근
조권(2AM) – <몽땅 내사랑>
발성이나 대사 처리가 미흡하다. 화낼 때의 연기는 아직 어색하다. 하지만 ‘약올리고 얄밉게 하고 떼쓰는’ 연기만큼은 실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자연스럽다. 연기자로는 아직 미숙하지만, ‘깝권’으로서는 훌륭하다. 강명석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보여주던 캐릭터를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연기가 자연스럽다. 감독과 작가도 특별한 요구를 하기보다 조권 그 자체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못할 이유가 없다. 조영준
시트콤적인 연기를 100퍼센트 이해하고 있단 생각이 들진 않지만, 끼 많은 ‘깝권’답게 감정 표현이 다채롭다. 하재근
동해(슈퍼주니어) – <괜찮아, 아빠딸>
밝고 건실한 청년 캐릭터와도 잘 어울리고, 대사 처리도 딱 어색하지 않을 만큼 무난하다. 차근차근 연기 경력을 쌓을 생각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강명석
발음이 정확해서 대사 전달은 훌륭하지만 종종 국어책을 읽는 것처럼 딱딱할 때가 있다. 부드러운 감정 연기를 하기엔 호흡이 짧은 편이라, 긴 장면을 책임지기엔 무리가 있다. 아직까지 작가의 지시사항을 기계적으로 이행하는 수준이다. 조영준
신화 김동완처럼 ‘착실한 청년’ 분위기가 있다. 번쩍 눈에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긴 대사도 몰입을 깨지 않는 선에서 소화한다. 맡은 역할에 로맨스가 있다는 건 그 역이 꽤 중요하단 뜻이다. 동해가 삐끗했다면 자칫 극의 흐름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 하재근
남지현(포미닛) – <괜찮아, 아빠딸>
가족 드라마에는 늘 발랄하고 철없는 여대생 캐릭터가 필요하다. 딱 그 역할을 하고 있고, 딱 그 수준에 맞출 수 있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얻는 것도 없지만 잃는 것도 없을 것이다. 강명석
법대를 놀러 다니듯 즐겁게 다니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자신의 발랄한 매력을 역할에 잘 녹이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연기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발음, 발성, 호흡을 비롯한 지속적인 대사 훈련이 필요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안 들린다. 조영준
최근 아이돌 배우들도 일상적인 대사표현 정도는 능숙하다. 남지현은 그게 안 되는 희귀한 경우다. 아주, 정말 어색하다. 하재근
- 에디터
- 유지성
- 아트 디자이너
- 아트 에디터 / 김영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