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선 길을 잃어도 좋겠어.
웰링턴 공항
뉴질랜드의 수도는? 수도 퀴즈에 단골 출제되어 여러 사람 당혹케 하는 웰링턴은 뉴질랜드의 수도이자, 오클랜드에 이은 제2의 도시다. 힙을 선도하는 고장으로 감각적인 바와 레스토랑, 카페와 야생 동물 보호 구역, 해변 풍경이 함께 존재하는 꽤 흥미로운 시티. 혹자는 이곳을 ‘뉴질랜드 영화의 수도’라 부르기도 하는데, <반지의 제왕>, <호빗>, <아바타>, <킹콩> 등의 정교한 특수 효과를 담당한 제작사가 웰링턴 교외에 있는 까닭이다. 그 영화적인 모먼트는 웰링턴 공항으로부터 시작된다. 공항 천장에는 정교하게 제작한 13미터 크기의 골룸, 4미터 크기의 모형이 마치 여행자를 삼킬 기세로 서있다. 거대한 곤돌라를 타고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는 회색 간달프는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15미터 길이에 무게는 1톤 남짓. 웨타 워크숍에서 <반지의 제왕> 삼부작에 사용한 오리지널 소품, 의상, 특수효과 작품을 전시해둔 것이다. 과연 웰링턴의 관문으로 적절하다. 거기다 오는 9월까지는 매년 웰링턴에서 열리는 의상 예술 축제 ‘월드오브웨어러블아트(WOW)’를 기념한 컬렉션 수상작 5개 출품작도 공항 터미널에서 선 공개된다. 올해 WOW 쇼는 9월 29일부터 10월 16일까지 열린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두바이 국제공항
아랍에미리트에서 가장 큰 공항.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24시간 운영하는 면세점이 있는 공항. 두바이 국제공항 DXB은 수식어마저 부자다. 작년 한해만 2910만 명의 승객이 거쳐 간 이 공항의 면세점은 상상했듯, 아니 상상 이상으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진정한 애주가라면 반드시 눈여겨볼 곳은 맥캘란 부티크 The Macallan Boutique, Dubai. 알코올 구입이 쉽지 않은 두바이이지만, 공항 면세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양한 브랜드의 술을 면세가로 구입할 수 있는데, 특히 국내에서 가격이 크게 오른 맥캘란을 이곳에서는 상승 전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이탈리아 프로세코 와이너리 보테가에서 생산하는 21가지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보테가 Bottega도 인기가 높은데, 시금치, 리코타 치즈, 프로볼라 치즈로 채운 리소토 볼, 링귀네, 갓 구운 피자가 백미다. 전세계 4개뿐인 누텔라 카페에서는 누텔라로 만든 온갖 디저트부터 달지 않은 아침 식사도 판매한다. 이 거대한 공항을 온종일 누벼도 시간이 모자란 여행자를 위해 2021년 10월부터 ‘DXB&More’라는 이름의 딜리버리 서비스를 런칭했다. WOW-fi 랜딩 페이지, 공항 곳곳에 부착된 QR 코드 스캔 혹은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딜리버리로 시간을 절약해 음식,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것. 원하는 음식이나 상품을 미리 주문하고 매장에서 픽업하거나 라운지, 탑승 게이트 등 미팅 포인트를 지정해 받을 수도 있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취리히 공항
2020년, 팬데믹이란 악조건에도 취리히 공항에는 대규모의 컨벤션 센터가 문을 열었다. 555개의 객실과 스위트룸을 지닌 하얏트 리젠시 취리히 에어포트 더 서클, 하얏트 플레이스 취리히 에어포트 더 서클, 그리고 각종 상업 시설이 사이좋게 모여있는 곳. 쇼핑, 식사, 투숙까지 한 곳에서 가능하니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감각이 흐리멍덩해지는 공간이다. 바삐 다녔다면 이착륙 전망대에서 ‘활주로 멍’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활주로 지척에서 비행기가 우아하게 점프하고 착지하는 모습을 하염없이 관찰할 수 있는 이착륙 전망대는 체크인 2 라운지 옆에 있는데, 여름에는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 겨울에는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 운영한다. 입장료는 5 스위스 프랑.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면, 서둘러 공항을 나가기 전에 도착지 면세점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액체 반입 규정으로 미처 챙기지 못한 향수, 오늘 밤 마실 와인을 시내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테니. 면세구역 밖에는 스위스 대표 슈퍼마켓인 코옵과 미그로가 입점해 있어 취리히 시민들도 쇼핑하러 자주 공항에 온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하마드 국제공항
카타르 수도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은 페르시아만의 끝자락 고요한 바다를 마주 보도록 설계되었다. 독특한 물방울 형태로 디자인한 공공 이슬람교 사원, 수십만 개의 LED 라이트를 장착한 36미터 높이 탑을 바라보면 잠시 먼 세계로 떠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이슬람 상징의 초승달 모양으로 디자인한 90미터 높이 관제탑은 도하 시내 어디에서든 시선에 담긴다. 비현실, 아니 초현실적 풍경이다. 카타르 박물관 기구와 협업해 터미널 곳곳에 예술 작품을 전시해 둔 이 공항을 걷는 일은 거대한 갤러리 속에서 헤매는 것과도 같다. 우르스 피셔의 높이 7미터의 ‘테디베어’, 카타르 상징 동물 ‘오릭스’ 모양의 금속 조각품은 굳이 찾아가서 감상할 만큼 볼 만하다. 돌아다니기 영 귀찮을 땐, 비즈니스 클래스 전용 라운지 알 무르잔 라운지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올림픽 경기장 규격의 수영장 10개를 합친 규모의 과연 세계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라운지. 프라이빗 룸, 게임룸, 뷔페와 레스토랑, 인피니티 풀을 연상시키는 인공연못이 마련되어 있고, 안토니오 치테리오, 우르퀴올라, 부홀렉 브라더스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디자인 가구들이 모인 라운지 좌석은 루이 비통의 오브제 노마드를 연상시킨다. 알 무르잔 비즈니스 라운지는 카타르항공뿐 아니라 원월드 회원사의 퍼스트, 비즈니스 승객도 이용할 수 있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샤를 드골 공항
때로는 공항 경계를 넘는 것도 공항을 여행하는 방법이 된다. 파리로 가는 관문 정도로만 여겨온 샤를 드골 공항에서 환승 계획이 있다면 ‘그랑 루아시 에스칼 시티투어Grand Roissy Escales’를 주목한다. 샤를 드골 공항이 있는 도시 루아시 앙 프랑스 Roissy-en-France의 그랑 루아시 관광안내사무소가 지난 7월 4일부터 오는 8월 31일까지 운영하는 프로그램인데, 환승 시간 동안 쇼핑, 박물관 투어, 골프, 수영 등의 알짜배기 여행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기회다. 파리를 제외한 나머지 5개 목적지-에쿠앙 성 Écouen Castle, 아르케아 박물관 ARCHÉA Museum, 에어빌 쇼핑 센터 Aéroville Shopping Centre, 루아시 인터내셔널 골프 코스 Roissy International Golf Course, 플레인 옥시겐 풀 단지 Plaine Oxygène Pool Complex-로 가는 버스는 단돈 5유로. 투어는 낮, 반나절, 저녁으로 나누어 시간에 따라 알찬 여행을 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루아시 인터내셔널 골프 코스는 18홀의 골프 코스, 드라이빙 레인지, 클럽하우스, 모두에게 개방된 6킬로미터 길을 갖추고 있는데, 프로그램 이용자에게 골프 코스를 25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한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코펜하겐 공항
과연 디자인 강국. 코펜하겐 공항에선 그런 생각이 든다. 화려한 건축 양식이나 치장 대신, 가장 담백하고 간결한 방식으로 미학을 드러낸 공간. 이제 막 헤어질 예정이거나, 모처럼 재회한 이들이 핑계 삼아 사진을 남길 예쁜 공간이 진진하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진짜 ‘덴마크산’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레고, 뱅앤올룹슨, 조지 젠슨 등의 브랜드 스토어를 찬찬히 들러보고, 동시대 패션을 밀도 있게 탐험하려면 매거진 하이스노바이어티 Highsnobiety에서 오픈한 편집숍 게이트 제로를 찾는다. 짧고 굵게 쇼핑과 허기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아르켓으로 향한다. 패션숍 한편에 놓인 아르켓 카페에서 아침 식사, 베이커리, 간단한 스낵, 맥주 등을 판매한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이스탄불 신공항
이스탄불의 신공항은 맛있다. 왜? 처음부터 튀르키예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가 모이는 곳이 되기로 결심했으니까. 지중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채소와 과일을 가장 신선한 상태로 요리하는 다양한 레스토랑이 이스탄불 신공항에 밀집되어 있다. 비건, 글루텐 프리 등 요즘 주목하는 미식 트렌드에 있어서도 앞서있다. 먹기만 하다 떠날 순 없으니 국제선 출발 층에 2020년 7월에 오픈한 튀르키예 최초의 공항 박물관을 메모해둔다. 1000평방 미터의 규모 박물관에서 튀르키예 전역에서 모인 29개 박물관의 316개 작품을 전시한다.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21시까지 운영하니, 이 도시를 떠나기 전 마지막 일정으로 터키를 기억에 새기기 좋다. 여독을 풀고 떠나고자 한다면 앰배서더 스파 컴퍼니도 괜찮은 선택. 터키시 배스, 마사지, 사우나 등 오랜 역사의 터키 손맛을 맛볼 수 있다. 홈페이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