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디렉팅한 펜디 2022 F/W 남성 컬렉션

2022.07.10이연주

펜디의 우아한 양면성.

세상이 혼란할수록 사람들은 직관적이고 근본적인 아름다움에 이끌린다.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디렉팅한 펜디의 2022 F/W 남성 컬렉션은 바로 그 방증이 된다. 펜디가의 3대, 안나의 딸로 1994년 가죽 제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오랜 시간 펜디에 단호하고 섬세한 여성적 코드를 부여해온 동시에 일상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투영해왔다.(1990년대 수많은 여자의 옆구리에 바게트 대신 자리했던 가볍고 폭신한 바게트 백처럼!) 킴 존스에게 여성복을 일임한 뒤 남성복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가 디렉팅한 펜디 남성복은 그녀의 상상력과 우아하고 시적인 비전이 담긴 결정체다.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이번 컬렉션을 위해 과거의 우아함을 떠올렸다.
“클래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보물 상자이자 영원히 반복되는 스타일”이에요. 그녀의 말처럼 컬렉션은 전통적인 남성복 테일러링과 소재, 디테일에서 시작됐다. 밀라노 펜디 본사에 설치된 거울처럼 반짝이는 스틸 소재 런웨이에서 선보인 55개의 착장은 오랜 시간 함께해온 이탈리아 출신 아티스트 니코 바셸라리의 아트 디렉팅, 어딘지 미래적이고 장엄한 알레산드로 코르티니의 사운드 트랙과 어우러져 꽉 찬 느낌을 줬다. 컬러는 단순하다. 블랙과 크림, 버건디, 라즈베리, 모카, 토프, 화이트에 이르는 절제된 컬러가 지루하지 않게 배치됐고, 전통적인 패브릭과 직조 디테일로 손꼽히는 비쉬, 트위드와 하운드 투스, 새틴 턱시도 트리밍, 스트라이프 실크 자카드가 펜디의 새로운 모노그램인 오’락(O’Lock) 체인 모티프와 어우러졌다. 그리고 여기에 섬세하고 나긋한 코드를 더했다. 다이아몬드 프린트와 코르샤주, 진주 초커, 크리스털 FF 펜던트, 쇄골을 훤히 드러내는 컷 아웃 니트, 하프 스커트, 돌먼 슬리브 등이 바로 그것. 쇼 후반부에 등장한 이브닝웨어는 로맨틱한 코드가 한층 도드라진다. 팔꿈치 길이에서 잘리는 재킷, 메리제인 브로그, 뷔스티에처럼 허리 위로 한껏 올라오는 하이 웨이스트 팬츠 등 고정관념을 벗어던졌다. 매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피카부 백은 피카부 FForty8이라 이름 붙인 쇼퍼 백으로 소개됐고, 바게트 백은 FF 디테일을 엠보싱 처리한 소프트 트렁크로 이전보다 큰 사이즈로 만나볼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건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을 위한 하드웨어 월렛이다. 디지털 하드웨어 월렛의 선두주자인 렛저 Ledger와 함께한 하드웨어 월렛은 우아한 수트와 백에도 잘 어울리는 가장 동시대적인 액세서리가 아닐까? 모든 건 과거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현재를 위한 것. 불확실한 시대, 펜디는  낭만을 재창조했다. 가장 펜디다운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