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원천.
<미키7>ㅣ봉준호
“곤경에 처한 인간 이야기죠. 그 인간이 좀 지질하기도 하고, 연민이 가기도 해요. 그런데 유니크한 상황에 처해요.” 봉준호 감독이 2021년 어느 인터뷰에서 미국 제작사와 영화 스튜디오에서 소설 한 편을 영화화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던진 힌트다. 그 힌트의 소설이 공개됐다. 얼음으로 이뤄진 세계 니플헤임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파견된 복제인간 미키의 이야기,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소설 <Mickey7>이다. 다만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 때처럼 원작 만화의 판권과 핵심 콘셉트를 가져오되 전혀 다른 얘기로 그릴 예정이다. 봉준호식 표현은 “내가 약간씩 흙탕물을 끼얹겠죠?”
“<기생충>과는 표면적으로 분명 다른데, 나중에 보고 생각해보면 묘한 연결 고리가 있을 것”이라는 영화 <미키7>은 어떤 모양새일까. 미키는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하고 틸다 스윈튼과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등이 출연한다. 원작 소설 한글 번역본은 7월말 국내 출판 예정, 영화는 8월부터 런던에서 촬영 계획이다.
<심해>ㅣ봉준호
<기생충>을 준비하고 있던 2017년 언제쯤, 봉준호 감독의 아내가 서점에서 보고 반해 구입했다며 내민 책 <심해 The Deep: The Extraordinary Creatures of the Abyss>. “아주 아름다운 책이에요. 무슨 스토리가 있거나 한 건 아니고 과학 서적인데도 컬러도, 사진도 너무 아름다워”라고 봉준호 감독이 묘사한 이 책이 또 다른 신작의 힌트다. 프랑스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인 클레르 누비앙 Clare Nouvian이 만든 이 책에는 잠수정에서 찍은 심해 생물이 펼쳐진다. 원작이라기보다는 “출발점이며 바이블”로 삼고, 추후 크레딧을 통해 경의를 표할 예정이라고. 게다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계획이다. 언젠가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다짐에 이 책이 도화선이 되었고, 스스로 빛을 내는 등 아기자기하게 살아보려는 심해 생물들에서 얻은 영감으로 아주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는 봉준호표 애니메이션이 고대된다.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ㅣ박찬욱
박찬욱 감독으로 하여금 “소설 속 형사처럼 속이 깊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신사적인 형사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그 책,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다. 스웨덴 범죄 추리소설가 마르틴 베크의 시리즈 중 하나로, 박찬욱 감독은 고등학생 때 10권으로 이뤄진 마르틴 베크의 시리즈를 읽은 바 있고 그중 언젠가 다시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를 보다 신사적인 형사 캐릭터를 떠올렸다 한다. 마르틴 베크의 팬들이 영화를 본다면 ‘뭐가 비슷하다는 거야’ 할지도 모른다고 박찬욱 감독은 말했지만, “상대방을 배려하고 신사적인 형사”라는 묘사에서 해준(박해일)의 꼿꼿한 등이 떠오른다.
<파친코>ㅣ코고나다, 저스틴 전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어 8부작의 시즌 1을 성공리에 마치고 시즌 2까지 예정된 <파친코>의 출발점,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가 새로운 번역으로 7월 27일 출간 된다. 이번 한국어판 번역은 교보문고 저자 소개에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평소 꾸준히 공부해 온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인정받는 번역가는 해당 외국어 실력만큼 한국어실력도 좋아야 하기에 국문학 전공이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라고 표현된 번역가 신승미가 맡았다. 신승미 번역가가 그간 한 번역서로는 마크 설리번의 <진홍빛 하늘 아래>(나무의철학),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별글) 등이 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파친코>의 첫 문장, “역사는 우리를 망쳤지만 그래도 상관 없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가 이번에는 어떻게 표현됐을지, 새 옷을 입은 <파친코>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