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미워도 다시 한 번

2012.09.10유지성

슈퍼 음반은 없어도, 주목할 만한 세 장의 음반.

보아, [Only One]
에서 보아는 싱어 송 라이터로 단계이동을 꾀한다. 화려하지만 공허한 수사만 난무하다 마는 사례부터 지레 떠오르고 말지만, 첫 싱글이자 자작곡인 ‘Only One’은 그런 우려를 훌쩍 넘어선다. 멜로디 윤곽이 뚜렷한 코러스를 주축으로 거스러미 없이 깔끔하게 감상을 표출하는 ‘Only One’은 굳이 ‘작가’ 보아를 선두에 내세운다는 당위 없이도 선발주자로 뽑았을 법한 실속 있는 알앤비 발라드다.

업템포의 일렉트로 댄스이자 두 번째 자작곡인 ‘The Shadow’도 다른 곡들의 완성도와 평형을 유지하는 것 이상의 노련함을 보여준다. 능란하지만, 닳고 닳았다는 느낌 없이 건강하게 들린달까? 그래선지 보아의 ‘Man In The Mirror’를 의도한 듯한, 신파적인 자화자찬으로 기우는 ‘네모난 바퀴(Hope)’가 그녀의 자작곡이 아닌 건 새삼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최세희(대중음악평론가)

비스트, [Midnight Sun]
비스트에겐 이름처럼 강한 이미지가 있다. 여기엔 ‘Shock’나 ‘Fiction’의 비장한 비트도 한몫했다. 엠블랙과 경쟁구도로 데뷔한 비스트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인피니트와 경쟁하고 있는 모양새다. 부드러운 이미지에 반하는 강한 비트를 선호하는 인피니트와 달리, 비스트는 줄곧 어둑한 댄스 음악과 강한 남성성을 선호했다. 하지만 에서 드디어 비스트는 우회한다.

코러스가 낭만적인 ‘Midnight’을 비롯해 ‘내가 아니야’와 ‘니가 쉬는 날’의 라틴, 훵크 편곡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강한 변화의 욕구가 그만큼의 음악적 성취로 이어졌다고 보긴 다소 어렵다. 틈틈이 때려대는 경쾌한 드럼 앤 베이스로 캐주얼한 분위기를 내는 타이틀곡 ‘아름다운 밤이야’부터 샤이니의 ‘루시퍼’가 연상되는 버스 탓인지 왠지 철 지난 유행가 같다. 차우진(대중음악평론가)

싸이, [싸이6甲 Part 1]
‘강남 스타일’은 새로운 듯하지만 역시나 싸이의 노래다. 후렴구의 극적 효과를 극대화한 곡 구성(공연이나 행사에 가장 효과적인), ‘Right now’와 ‘We are the one’이 언뜻 떠오르는 후렴구 멜로디 라인이 그렇다. 반면 소리는 좀 달라졌다. 고의로 만드는 B급 정서처럼, 연출의 일부가 아닌가 싶던 특유의 ‘미디 냄새’가 거의 없어졌다.

되레 지난해 가요시장을 휩쓸고 지나간 사이드체인 효과를 이용해, 단단하고 빈틈없는 소리를 만들었다. 물론 충격적으로 새롭진 않고, 대중이 이미 익숙해하는 수준이다. 즉, 싸이는 멀리 나가지 않은 채 여전히 전략적이다. 나머지 곡도 마찬가지다.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의 가사를 인용한 ‘77학개론’은 90년대 정서를 공략한다. ‘어땠을까’에선 ‘낙원’, ‘내 눈에는’ 등으로 이어진 미디엄 템포의 성공 사례가 떠오른다. 싸이는 음원시장을 초토화시켰다. 순식간에 K팝의 기대주가 됐다. 강남을 희화화했든, 별 뜻이 없었든, 제2의 마카레나든, 한국의 ‘뚫흙송’이든 모두가 말춤을 추고 유튜브를 본다. 분석은 각양각색이지만, 싸이가 영민하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김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