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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큐> 피처 에디터들이 꼽은 나의 인생 드라마 3

2022.07.26김은희

다들 가슴 속에 드라마 한 편씩은 품고 살잖아요.

<네 멋대로 해라> (2002)
여자친구 미래(공효진)를 정리하지 못한 고복수(양동근)가 진경(이나영)에게 구질구질해도 잠시만, 몰래 만나주면 안 되겠느냐고 자책하며 허락을 구할 때, 진경은 되레, 만나지 말자 그럴 줄 알았다며, “이제 설렁탕 먹으러 가야겠다”고 말하는, 진경 특유의 덤덤한 대사였다. 20년이 지나 서른 중반이 되어 이 대사를 다시 꺼내 보았을 때 나는 조금은 시시하고, 조금은 간지러웠으며, 대체로 와 닿지 않아서 놀랐다. 기억은 바위처럼 고정되어 있었지만, 감정은 그러지 못해 나는 싫었다. 신기호

 

<나의 아저씨> (2018)
“애들 나름 자기 힘이 있드라. 인간 다, 자가 치유 능력이 있어.” 혼잣말처럼 종종 곱씹는 <나의 아저씨>의 대사는 16회 말미에 등장하는 박기훈(송새벽)의 말. 영화 <아무도 모른다>의 이야기로 건조하게 시작한 기훈의 말은 처음엔 맥없는 화살처럼 느껴졌는데, 어쩐 일인지 내 과녘에 꽂혀 종종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 위로? 치유? 어쩌면 그런 것은 결단코 위로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기훈은 말린 오징어처럼 내게 말해주었다. 전희란

 

<커피 프린스 1호점> (2007)
눈물이 차올랐으나 쉽게 떨구지 않던 얼굴이 생각난다. 천하의 쓸데없는 놈이라고 모두가 욕해도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고, 한다면 하는 놈이라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을 못 만났을 뿐이라고, 나는 나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자신을 속인 고은찬(윤은혜)에게 쏟아붓던 최한결(공유)의 말이 그 순간 그날의 나를 대변해주는 것만 같았다. 이도 저도 전부 핑계 같아 스스로 작아지던 때 로맨스 드라마로부터 얻은 용기라니. 그 여름은 참 풋사과 맛이었구나, 낯간지러워도 웃음은 난다. 김은희

피처 에디터
김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