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보러 떠나자.
타히티
타히티어로 ‘토호라Tohora’라 불리는 혹등고래는 매년 7월부터 11월 사이, 추운 남극 바다와 포식자를 피해 먼 여행을 떠난다. 그들이 당도하는 곳은 낭만의 섬, 타히티다. 태어날 때는 불과 4.5미터의 크기이지만 첫 일주일 동안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 건지 하루에 100킬로그램 씩 몸을 불리는 혹등고래는 다 자라면 적게는 15미터, 크게는 18미터에 달한다. 2002년 5월부터 타히티 섬 모든 지역에서는 모든 고래가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고래 관찰 또한 섬에 의해 철저히 관리 된다. 타히티 섬 전역에서 고래를 볼 수 있지만 특히 루루투Rurutu 섬이 가장 좋은 지역으로 꼽힌다. 고래를 포함한 많은 해양 생물에게 수포는 공격의 신호로 여겨져 스쿠버 다이빙을 통한 고래 관찰은 권하지 않는다. 고래 구경에는 타히티 정부에서 공인된 가이드의 통제와 안내에 엄격히 따라야 한다.
Tips 1996년부터 타히티 섬에서는 일반 낚시 바늘을 제외한 다른 기구 사용을 금지해왔다. 2002년부터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생물 보호 구역을 설정했다. 타히티 내 배타적 경제수역 전체를 포함한 500만 제곱 킬로미터 크기로, 이 구역 안에서는 고래, 기타 해상 포유류, 바다 거북, 가오리, 상어 등이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2030년까지 EEZ(배타적 경제 수역) 남동 쪽에 50만 제곱 킬로미터 규모의 새로운 해양 생태 지역을 만들어 로컬 산호초를 보호하고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활동에 제재할 예정. 정책 이외에도, 타히티 섬에서는 고대부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인지하고 실천해왔다. 그 풍습 중 하나가 ‘Rahui’로, 특정 기간 동안 사냥과 수렵, 낚시를 금지하는 전통 제도다. 지금까지도 Rapa, Maiao, Encore, Teahuppo 섬 등에서 전통이 지속되고 있다.
뉴질랜드
고래 관찰에 특화된 나라, 뉴질랜드가 빠질 순 없다. 특히 뉴질랜드 동해안에서 고래가 자주 출몰하는데, 남섬의 카이코우라 지역과 북섬 오클랜드 인근의 하우라키 만은 고래 관찰 프로그램 및 투어가 잘 갖춰져 있다. 뉴질랜드 고래 관광의 수도라 불리는 카이코우라Kaikoura 지역은 향유고래를 비교적 해안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전세계에서도 드문 장소다. 향유고래는 이빨 고래 중 가장 몸집이 큰 고래로, 성체의 몸길이가 무려 15미터를 넘는다. 향유고래는 1년 내내, 범고래는 12월부터 3월까지, 혹등고래는 6~7월에 주로 목격된다. 카이코우라에서 이토록 다종다양한 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건 지역의 독특한 해양 환경 덕분. 바다 밑 대륙붕이 깊은 해구로 급격하게 떨어져 심해 환경을 조성하고, 북쪽에서 흘러온 난류와 남쪽의 한류가 만나는 지점으로 플랑크톤, 크릴새우 등 해양 생물이 좋아하는 먹이가 풍성한 곳이라고. 오클랜드와 인접한 하우라키 만Hauraki Gulf 역시 멸종 위기종인 브라이드고래를 비롯한 고래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 이 해양공원은 다양한 종류의 희귀종과 해양 생물이 다수 자리 잡아 종 보존에도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Tips 천혜의 자연 환경 자체를 최상의 관광 자원으로 손꼽는 뉴질랜드로 떠난다면, 자연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뉴질랜드에서는 일찌감치 공정 여행, 지속 가능한 여행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민적 실천을 넘어 뉴질랜드 방문객에게도 주지하고 있다. 섬나라인 뉴질랜드에는 고유 식물 및 동물 종이 있는데, 개중 많은 개체가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까닭에 정부 차원에서 야생 동물과 거리 유지하기, 야생 새에게 먹이 주지 않기, 신발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병해충 보호구역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지속 가능한 야생 동물 투어 업체 선택 등을 권장하고 있다.
괌
괌 여행을 계획한다면 반나절은 돌핀크루즈에 시간을 할애해도 좋겠다. 괌 서쪽 해변은 필리핀해와 맞닿아있어 스피너 돌고래가 다수 서식하는 곳이다. 따라서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돌고래를 관찰할 수 있고, 돌핀 크루즈는 언제나 인기. 투어 한번으로 돌고래와의 짜릿한 조우는 물론, 매혹적인 색감의 열대어와 교감할 수 있는 스노클링, 손맛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바다 낚시, 신선한 회 시식까지 모두 크루즈 위에서 즐길 수 있다. 대개 4시간 소요되는 코스로, 오전 혹은 오후 중 선택할 수 있다. 오전 타임에는 돌고래 워칭과 스노클링을 할 수 있고, 오후 타임은 낭만의 석양을 목도할 수 있다. 낚시는 고기가 잡히면 다시 바다로 돌려 보내야 하니 만선을 하겠다는 헛된 꿈에 괜한 스트레스는 받지말 것. 어차피 연어, 참치 회는 크루즈 업체에서 미리 진진하게 차려 바다로 떠난다.
호주
호주 해안선 곳곳에는 무척 다채로운 고래들이 저마다 춤을 춘다. 호주 바다에서 발견되는 고래와 돌고래를 합치면 종류만 45가지. 특히 남반구의 겨울을 포함한 5~11월에는 새끼를 낳기 위해 남극에서 따뜻한 호주 바다로 이동하는 고래의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7월부터 10월 사이에 브리즈번에서 배를 타고 대양으로 나가면 혹등 고래를 지척에서 바라볼 수 있다. 수컷이 부르는 구애의 노랫소리를 듣거나, 헤엄치는 혹등 고래를 바닷 속에서 직접 느끼다 뱃머리에서 물줄기를 뿜어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서호주는 고래 관찰을 위한 최고의 명소. 6월 초부터 서호주의 오거스타 플린더스 베이에는 혹등 고래와 남방긴수염고래가 출몰하고, 9월에는 흰긴수염고래와 새끼 고래들이 큰돌고래와 어울리는 풍경을 마치 부모라도 된 양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다. 호주 최남단 태즈매니아 섬에 가면, 분홍빛 화강암 절벽과 백사장이 있는 프레이시넷 반도에서 혹등고래와 남방긴수염고래가 그레이트 오이스터 베이의 바다를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죽하면 호주의 전설 가운데 고래 소리에 잠 못 이루었다는 일화까지 전해질까. 그밖에도 돌고래 수도라 불리는 시드니, 남방긴수염고래 등을 볼 수 있는 멜번, 애들레이드 등 국가 전체가 고래와 더불어 존재하는 호주. 우영우가 내 친구라면 당장 데려가고 싶은 곳이 수두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