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엔 프로야구 전 경기가 생중계된다. 주목 받는 10명의 해설위원을 꼼꼼히 평가했다.
1. 이효봉
빳빳하게 다린 셔츠처럼 깔끔하고 곧은 목소리로 말한다. 내용 역시 군더더기 없다. 오랜 스카우트 생활로 선수를 보는 시야가 넓고, 정보가 방대하다. 쉽고 안일한 결과론적 해설 대신, 상황에 대해 소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이를테면 안타가 나왔다고 그저 좋은 게 아니라, 수비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타자는 뭘 잘했는지 조목조목 밝히는 식이다. 반면 너무 이성적인 탓일까, 친근함은 떨어진다.
2. 이용철
KBS의 터줏대감이다. 투수 출신이기 때문인지 타자보다 투수의 심리나 기술 분석에 능하다. 자잘한 상황에 대한 분석을 내놓거나 다음을 예상하기보다, 안타나 삼진 등 굵직한 결과에 대해 정리하는 비중이 높다. 해설자가 먼저 나서서 궁금증을 풀어준다는 느낌은 덜하다. 불필요한 말이 없어 안정적이지만, 뚜렷이 구별되는 개성은 찾기 어렵다. 무난하게 들을 수 있는 해설이다.
3. 허구연
감독 등 실무자들로부터 당일 갓 건져 올린 듯한 싱싱한 정보가 풍부하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나간 에피소드를 상황과 섞어 풍부한 얘깃거리로 재구성한다. 떠먹여주는 해설이라 표현할 만큼, 정보량으로만 따지면 압도적이다. 단, 감정 표출이 직설적이다 보니 특정 팀에 대한 편파 해설이란 의혹을 사기도 한다. 올림픽에서의 인기 이후 사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늘어나 이전보다 좀 산만해졌다.
4. 김용희
쓴 소리보다 선수의 기를 살려준다. ‘그라운드의 신사’란 선수 시절의 별명처럼 너그러운 해설이다. 성공한 타자출신 답게 타자를 보는 눈이 아주 날카롭다. 스윙의 궤적, 배트 스피드를 비롯한 작은 부분까지 잘 짚는다. 그러나 현장을 떠난 지 오래된 탓인지, 정보의 생동감은 떨어진다. 옛날식 유머가 간혹 해설의 흐름을 방해할 때도 있다. 재치 있고 박진감 넘치는 해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5. 하일성
예측성 해설을 많이 한다. 적중률이 높은 편이지만, 객관적이라 하긴 힘들다. “야구 몰라요”란 말은 그의 예측이 틀렸을 때 자주 나와 유행어가 되었다. 수치화된 자료나 이론보다, ‘감이 좋다’, ‘공이 좋다’ 같이 모호한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선수와 감독의 심리적인 부분을 단정적으로 말할 때도 꽤 있다. 물론 아직도‘ 입심’만은 단연 최고지만, 그가 한 때 해설계를 떠난 사이 야구팬들의 눈은 높아졌다.
1. 양준혁
그를 해설위원으로 모시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졌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지난해까지 현역이었던만큼 자기가 맞섰던 선수, 동료에 대한 데이터가 풍부하다. 가끔은 시청자로 하여금 직접 타석에 서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사실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화법이나 말투, 목소리 조절이 서툴러 보인다. ‘토크쇼 같은 해설’을 표방하고 있다지만, 경기에 몰입을 방해할 정도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2. 안경현
양준혁이 특유의 박력으로 ‘몰아붙이는’ 해설을 보여준다면 안경현은 성실하지만 재미는 없는 모범생 같다. 캐스터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상황을 순발력 있게 풀어나가는 대신, 준비한 얘기를 하는 선에 그쳐 자주 흐름이 끊긴다. 지난해 은퇴한 만큼 현장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지만, 자신의 장점을 해설에 잘 융화시키지 못한다. 양준혁은 최소한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주고 있다.
3. 이병훈
잠실구장 장내 아나운서시절‘ 편파해설’로 이름을 떨친 것에 비하면 차분해진 편이지만, 10명 중 가장‘ 유머러스’하다. 인터넷 방송에서 공중파로 올라온 김구라와 비슷한 행보다. 재미 위주의 해설이란 비판을 받지만 의외로 꼼꼼하게 상황을 파악한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부분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나며, 어려운 말 대신 쉬운 말을 조리 있게 적재적소에 배치할 때는 문학적이기까지 하다.
4. 이순철
‘모두 까기 인형’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비판적이다. 간혹 불편하게 들릴 때도 있다. 안타가 나도 안타 친 타자를 칭찬하기보다 안타 맞은 투수를 질책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성실한 해설로 꼽을 만하다. 끊임없이 상황과 선수를 분석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공마다 구질을 설명하고, 한 타 한 타에 설득력 있는 의미를 부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5. 민훈기
기자 출신 해설위원답게 자료 위주의 해설을 한다. 섣부른 예측이나 사담 대신, 포지션에 따른 역할 같은 이론적‘ 팩트’를 중시한다. 특히 상황에 대해 차분하게 인과관계를 정리하는 데 능숙하다. 가장 객관적인 해설을 들려주지만, 가끔은 원론적인 이야기 이외의 것이 궁금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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