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미술 작품으로 인테리어를 완성한 ‘영앤리치’ RM의 집.
미술 애호가, BTS의 RM이 국내 미술 시장에 선한 영향력을 선사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 다양한 전시 관람 후, 인증샷을 남긴 덕분에 MZ세대 사이에서는 ‘RM 투어’가 연일 화제다. 더불어 국내외 작가들의 예술 작품으로 자신의 집과 작업실을 채우며 ‘영앤리치’의 면모를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아트 페어 ‘아트 바젤’과 나눈 인터뷰에서는 “이건 처음 하는 이야기인데, 내가 소장한 미술품을 보여줄 작은 공간을 만들 계획이 있어요. 언젠가는 예술에 대한 생각과 나의 수집품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RM이 선보일 전시 공간을 손꼽아 기다리며, 실제로 ‘작은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RM 소장 예술 작품을 랜선으로 만나보자. 그 누구보다 미술에 진심인 RM의 ‘미술 사랑’ 모먼트를 확인할 수 있다.
자연을 담은 유리 조각품ㅣ로니 혼
RM이 가장 최근에 공개한 작품. 얼핏 보면 요가 명상종인 크리스탈 싱잉볼 혹은 욕조를 연상시키지만, 이 작품은 미국 뉴욕 출신의 작가 로니 혼의 주조 유리 조각품이다. 자연을 닮은 간결한 유리 조각을 선보이며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작가이기도 하다. RM 역시 파리의 한 미술관에서 로니 혼의 작품을 접한 후, 이를 소장하게 된 것 같다는 후문. RM이 소장한 작품은 매끈한 얼음덩어리 같은 투명한 원통 형태이며, 사이즈가 큰 편이라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윗면은 물이 찰랑거리는 착시를 주지만 온전히 유리로 제작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RM이 업로드한 사진 속에는 로니 혼의 유리 조각품과 따뜻한 우드톤 인테리어가 안정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뒤로 보이는 간결한 백자 작품 역시 한데 어우러져 그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벽 한 면을 묵직하게 채운 예술품ㅣ윤형근, 이즈미 카토
RM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스팟이다. 평소 RM이 애호하는 윤형근 화백의 ‘청다색’ 시리즈 작품과 지난 1월부터 관심을 표현한 일본 작가 이즈미 카토의 조각품이 벽 한 면에서 묵직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에겐 조금 생소할 수 있는 작가 이즈미 카토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며 돌과 나무를 활용해 인간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을 탄생시킨다. 돌과 나무를 인공적으로 변형하거나 깎지 않는 것이 특징인 그의 작품에는 자연 속에 만물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도 담겨 있다. RM이 소장한 이즈미 카토의 조각품은 어딘가 기괴하면서도 독창적인 형태, 다채로운 컬러가 특징이다. 세월의 흐름이 그대로 느껴지는 고가구 수납장과도 잘 어우러져 RM의 감각이 더욱 돋보이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을 매개로 영감을 얻은 예술품ㅣ이승택
RM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 중에는 자연을 매개로 영감을 얻은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존재한다. 설치 미술가 이승택 작가의 작품도 그렇다. 위 작품은 이승택 작가의 1972년 작업물로 돌, 한지, 노끈을 활용한 ‘묶음’ 시리즈이다. 이승택 작가의 시그니처인 ‘묶는’ 행위에 초점을 맞췄으며, 그의 자유로운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업물이다. 더불어 RM은 지난 7월 3일에 종료된 이승택 작가의 개인전 <(UN)BOUND>에 방문, ‘고드랫돌’ 등 그의 작품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RM이 소장한 이승택 작가의 작품은 우드톤 인테리어로 완성된 집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예술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도에 따라 다양한 형상을 띄는 예술품ㅣ이배, 조엘 샤피로
RM의 기존 소장품과는 사뭇 다른 차가운 톤의 작품들. ‘숯의 화가’라고 불리는 이배 작가의 ‘불로부터’ 작품과 미국의 조각 거장 조엘 샤피로의 조각품이 함께 배치돼 있다. 두 작품 모두 정면과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특징. 단순한 검은색이 아닌 백 가지의 빛과 색을 머금은 이배 작가의 작품과 직육면체로 생동감 넘치는 형상을 만들어낸 조엘 샤피로의 조각품이 더욱 잘 어우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RM 역시 작품의 특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각도의 사진 두 장을 올린 것 아니냐는 ‘아미’와 예술가들의 추측도 있다. 이쯤 되니 RM의 ‘작은 미술관’ 속, 공개되지 않은 미술품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우드톤 작업실과 조화로운 예술품ㅣ윤형근, 조지 나카시마
하이브 사옥에 위치한 RM의 작업실이다. 역시나 작업실 중앙에는 단색화의 거장, 윤형근 화백의 작품이 자리잡고 있다. 위 작품의 추정가는 약 1억 6천 4백만원. 평소 윤형근을 향한 RM의 열렬한 애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 그리 놀랍지 않다. RM은 2019년 첫 장기 휴가 기간 동안 윤형근의 전시를 보러 이탈리아 베니스로 향했으며, 이후 텍사스, 뉴욕, 서울 등 그의 작품이 있는 곳은 어디든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더불어 ‘윤형근 덕후’, ‘윤형근 콜렉터’답게 약 10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윤형근의 작품과 어우러지는 작업실 테이블은 스티브 잡스도 소장한 가구계의 거장 조지 나카시마의 작품이며, 카우스의 아트토이와 오브제 또한 나무로 제작된 것들로만 채워 RM의 센스와 취향을 한번 더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