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과 임창용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마치고 FA가 된다. 억 소리 절로 나는 메이저리그 연봉 계약에 대한 궁금증을 낱낱이 파헤쳤다.
한국 프로야구에선 에이전트가 연봉 협상에 동석할 수 없어, 선수 스스로 자료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에이전트의 주도하에 진행되는 메이저리그 연봉 테이블에서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기록은 무엇인가?
대니얼 김(전 뉴욕 메츠 프론트, 칼럼니스트) 비슷한 경력과 기록을 낸 다른 선수들의 연봉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워싱턴 내셔널스는 2010년을 앞두고 홈런 27개, 타점 85개를 기록한 제이슨 워스에게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선사했다. 이번
시즌 이후 추신수와 스캇 보라스는 워스의 계약을 출발점으로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송재우(IPSN 해설위원) 수많은 요소 중에서도 과거 성적, 나이, 현재 FA 시장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과거 성적으로 선수를 검증하고, 나이를 통해 해당 선수가 절정의 기량을 보일 수 있는 기간을 판단하며, 시장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대안이 될 수 있는 다른 선수를 분석한다.
김형준(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협상의 제왕이라 불리는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협상중인 선수를 잘 알려진 선수와 비교하는 방법을 주로 쓴다. “앞으로도 그 선수만큼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자니 데이먼의 FA계약 당시엔 역대 최고의 1번 타자인 리키 헨더슨의 이름을 꺼내기도 했다. 옛날엔 구단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듣도 보도 못한’ 기록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에이전트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서는 추세라, 선수 쪽이 더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수치화된 기록과 별개로 연봉 협상에서 구단이 가장 크게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대니얼 김 부상 경력. 메이저리그 구단이 선수 연봉으로 쓰는 금액 중 약 30퍼센트가 거의 매해 부상자 명단에 묶여 있다. 일반 회사에 빗대자면, 전체 직원 중 30퍼센트가 항상 결근하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계약에선 메디컬 테스트의 강도가 매우 높다. 특히 수술 경력이 있는 선수들의 수술 부위와 재발 가능성을 세밀하게 검토한다. 이렇다 보니 최근 연봉 협상에선 구단 주치의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주치의가 부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그 계약은 성사될 확률이 낮다.
송재우 나이와 시장 상황은 정확한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해당 선수가 전성기를 맞았다면 그 전성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판단하고,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면 선수의 잠재력을 정성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선수 개인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시장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면 선수의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김형준 FA 계약은 대부분 다년 계약이고, 5년이 넘는 장기 계약도 많다 보니 특히 선수의 내구성과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고액 연봉자들은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높은 도루 전문 선수보단 홈런 타자의 가치가 더 높은 편이다.
지난 시즌까지 12년 연속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은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차지였다. 리그 평균 연봉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그만한 대형 장기 계약이 터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니얼 김 대형 선수들이 FA가 되기 전에 구단에서 장기 계약을 미리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 입장에서도 젊을 때부터 안정적으로 선수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 구단이 계약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요소를 떠안는 대신, 약간의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뉴욕 메츠는 올겨울 데이비드 라이트와 총액 1억 달러가 넘는 장기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그는 FA가 아니었다.
송재우 구단은 특급 선수들과의 대형 장기계약이 부담스럽다. 특급 선수들은 긴 기간과 높은 연봉을 동시에 원하지만,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사례에서 보듯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부상이 찾아오고 성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구단은 선수에게 기간과 액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앨버트 푸홀스는 금액은 다소 낮은 대신, 10년 계약을 보장받았다. 최고 연봉 선수로서의 부담감을 떠안기보다, 기간을 보장받는 편이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형준 로드리게스가 맺은 두 번의 계약(10년 2억 5천2백만 달러, 10년 2억 7천5백만 달러)이 워낙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현재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은 선수만 38명에 달하는 등, 메이저리그 최상급 선수들의 연봉은 상향평준화되고 있는 추세다.
메이저리그는 선발투수의 입지가 확고한 리그지만, 지난 시즌 최고 연봉 10걸 안에 투수는 두 명뿐이다. 국내 프로야구 역시 타자의 연봉이 투수보다 높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데, 타자의 연봉이 투수보다 많은 이유가 있나?
대니얼 김 선발투수들의 평균 연봉은 6백10만 달러를 상회한다. 곧 7백만 달러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펜투수들의 연봉 상승률은 그렇게 가파르지 않다. 전체 투수 연봉이 낮아 보이는 이유다.
송재우 ‘불변의 법칙’이라 할 만하다. 메이저리그에선 선발투수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정하지만,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는 경기 수가 많다. 선발투수는 대략 34~35게임에 나오게 되지만, 타자들은 150경기 이상 뛴다. 아직까지도 일부 타자들은 투수들이 사이영상이 아닌 MVP 후보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김형준 일단 타자보다 투수가 부상을 당할 확률이 더 높다. 그래서 투수의 계약기간은 대체로 최대 5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5일에 한 번 등판하는 선발투수보다 매일 나설 수 있는 타자의 흥행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전반기가 끝나고 발표된 유니폼 판매 순위(1~20위)에서 투수는 단 두 명뿐이었다.
반대로 국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를 살펴보면, 드래프트 순위나 계약금 액수는 투수가 압도적으로 높다. 메이저리그는 어떤가?
대니얼 김 드래프트는 매해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투수들에게 ‘프리미엄’이 주어지는 건 사실이다.
송재우 2012년까지 순수 샤이닝 보너스, 즉 계약금이 6백만 달러가 넘은 선수는 15명이다. 그중 1위부터 4위까지는 모두 투수인데, 모두 최근 3년 이내에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다. 그 전까진 연봉과 마찬가지로 타자들이 우위를 점했다.
김형준 메이저리그도 신인 계약금만 놓고 보면 투수가 밀리지 않는다. 역사상 가장 많은 입단 보너스를 받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마크 프라이어 둘 다 투수다. 아무래도 투수가 타자보다 즉시전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편 올해 프로야구 세이브왕 오승환은 구단이 제안한 5억 5천만원이란 액수에도 쉽게 도장을 찍지 않았다. 결국 원하는 액수를 받아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마무리 투수로서 투수 최고 연봉에 도전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불펜 투수는 제아무리 좋은 성적을 올려도 선발투수와 비슷한 연봉을 받기 어렵다. 메이저리그에서 연봉 대비 가장 과대평가되고 있는 포지션과 과소평가되고 있는 포지션은 어떤 자리인가?
대니얼 김 메이저리그에서 평균 연봉이 가장 낮은 포지션은 포수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듯이 포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포수 없이 우승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2012 시즌 포수 평균 연봉은 약 1백80만 달러였다. 투수에 비해 턱없이 낮다. 투수진을 이끌며 공수 양면을 신경 써야 하는 포지션이지만 연봉 협상 테이블에선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지명타자는 다소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 2012 시즌 지명타자 평균 연봉은 약 4백40만 달러였다. 물론 경기 중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들이긴 하지만….
송재우 어느 포지션이 과대 혹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과거엔 불펜투수들이 홀대당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근래엔 마무리는 1천만 달러 이상, 주요 불펜투수들은 6백만 달러 이상의 다년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불펜 투수에 대한 대우는 갈수록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김형준 지명타자의 평균 연봉이 매우 높다. 수비를 하지 않는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다른 포지션으로 뛰던 고액 연봉자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지명타자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격수, 포수, 불펜투수의 연봉이 가장 짜다. 포지션의 중요성에 비해 포수가 과소평가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FA 제도는 1978년 도입 이후 많은 수정을 거쳤다. 연봉조정신청 역시 선수들이 승리하는 경우가 꽤 많다. FA 제도나 기타 연봉제도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은 없나?
대니얼 김 메이저리그는 최근 황금기를 맞았다. 구단, 메이저리그 사무국, 선수들 모두 만족스러운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다. 과연 이 상승세가 어디까지 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선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항상 평화로웠던 건 아니다. 1994년엔 월드시리즈가 취소되기도 했다. 여러 부침을 겪으며 메이저리그란 산업 자체가 많이 성숙했다고 평할 수 있다.
송재우 평균 연봉이 꾸준히 오르고 대형 계약이 지속적으로 터지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불만은 없다. 1994년 파업 당시 팬들이 최초로 선수들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였는데, 그 영향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고 본다. 연봉조정신청에서 지더라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는 드물다.
김형준 연봉조정신청 재판에서 구단과 선수의 승리 비율은 6 대 4다. 결코 선수들이 밀리지 않는다. 또한 최근엔 구단이 FA로 풀리는 선수에게 ‘퀄리파잉 오퍼’란 1년 재계약 제안을 하지 않으면 구단에 보상권을 주지 않는다. FA 선수들의 몸값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선수들의 불만은 거의 없다.
최근 구단은 소속팀 유망주에게 미리 장기 계약을 제시해 전도유망한 선수를 묶어두려 한다. 고작 2013 시즌을 앞두고 있을 뿐이지만, 총 15년 이상의 대형 계약(연장 계약 포함)을 통해 2020년 이후에 계약이 끝나는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위험하지 않나?
대니얼 김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상당히 위험한 계약 형태다. 일종의 대출이라 볼 수도 있다. 구단의 맘은 이해하지만, 한편으로 구단의 미래를 팔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송재우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지만,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계속 오르고 있다. 구단에서 미리 선수를 잡아두는 게 이익이라는 판단이 선 것이다. 빨리 장기 계약을 맺고 안정적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가려는 선수들도 늘고 있다. 이런 장기 계약 선수들의 성패에 따라 시장 흐름이 바뀔 수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김형준 FA 선수들의 몸값이 너무 비싸져서다. 얼마 전 애틀랜타는 특급 선수라기엔 무리가 있는 BJ 업튼과 5년 7천5백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이럴 바엔 다소 위험하더라도 차라리 전도유망한 3년 차 미만 선수들과 장기 계약을 맺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앞으론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류현진이 얼마 전 포스팅 금액 2천5백73만7천7백37달러 33센트, 6년간 3천6백만 달러의 연봉 계약을 맺고 다저스에 입단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몇몇 국내 선수들의 안타까운 사례를 돌이켜보면 놀라운 금액이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어떤 모습을 근거로 이렇게 높은 금액을 책정했을까?
대니얼 김 일단 류현진은 어리다. 건장한 체격을 비롯, 구단들이 원하는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미국 전역을 뒤져봐도 류현진 또래에 그 정도로 능력 있는 선수는 찾기 어렵다. 또한 올림픽, WBC 같은 큰 무대에서 기록을 떠나 성숙한 경기운영을 보여준 모습이 좋은 평가를 얻은 것 같다.
송재우 국제대회에서의 활약, 26세란 나이, 뚜렷한 좌완 선발이 없던 FA 시장의 상황이 잘 맞물렸다. 싼 몸값에 좋은 성적을 낸 천웨이인의 성공도 류현진의 계약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형준 다저스는 상당히 오랫동안 류현진을 지켜봤다. 일단 류현진이 리그의 수준을 떠나 한 리그를 지배했다는 점, 부상이 적고 승부욕이 강한데다 여러 불리한 조건(팀 전력, 홈구장 사정)을 이겨내는 정신적인 부분을 상당히 높게 평가한 것 같다. 지난해 다르빗슈와 천웨이인의 선전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다저스 선발 후보들 사이에선 류현진의 연봉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4~5선발 후보로 평가받는 크리스 카푸아노(6백만 달러), 아론 하랑(7백만 달러) 수준이다. 연봉은 곧 기회를 뜻할 텐데,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어느 정도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걸까?
대니얼 김 류현진의 총연봉은 3천6백만 달러지만, 다저스는 포스팅비로 2천5백만 달러가 넘는 거액을 지불했다. 한마디로 구단이 보는 류현진은 6천만 달러가 넘는 선수다. 그렇다면 분명히 3선발급 이상의 활약을 해줘야 한다. 구단은 10승을 넘어 15승까지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송재우 연봉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지만 구단은 포스팅 비용을 생각할 수밖에 없고, 종합적으로 볼 때 류현진은 ‘1천만 달러의 사나이’다. 당장은 4~5선발만 잘 맡아줘도 만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커쇼, 그레인키와 삼각편대를 구성하길 바랄 것이다. 좋은 투수 세 명이면 포스트 시즌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김형준 6년 장기 계약을 한 만큼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포스팅 금액을 포함하면 연평균 1천만 달러 이상을 들인 선수기 때문에, 구단이 밝힌 대로 3선발 이상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시즌 4백90만 달러를 받은 추신수는 2013 시즌 이후 FA가 된다. 올해 추신수가 어떤 성적을 낼 지는 알 수 없지만 몇 년, 어느 정도 액수의 계약이 적당할까?
대니얼 김 일단 지난 시즌 연봉은 적절했다고 본다. 그러나 그 금액은 이제 중요치 않다. 올 시즌 후 추신수는 FA가 된다. 그가 WBC를 고사한 이유도 올 시즌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30-30을 달성하고 타율 3할을 기록한다면, 총액 1억 달러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송재우 2년 연속 20-20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지금 추신수의 연봉은 결코 높지 않다. 올 시즌 3할, 20홈런, 20도루를 다시 기록한다면 연 평균 1천만 달러, 5년 이상의 계약은 충분히 따낼 수 있다.
김형준 좋은 성적만 낸다면 연평균 1천5백만 달러에 5년 이상의 계약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 하다. 다만 FA 선수로선 나이(시즌 후 만 31세)가 좀 많은 게 흠이다.
- 에디터
- 유지성
- 아트 디자이너
- Illustration/ Lee Jae J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