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큐>는 9월호를 통해 2022년 현재 고고학, 무형유산학, 문화인류학, 미학, 사학, 사회학, 생사학, 서사창작학, 유학동양학, 철학과 같이 인문학을 배우는 학생들을 만났다. 숫자로 명쾌하게 도출되는 정답 대신 미지와 미결의 길을 더듬어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은 누구인가. 이들은 무엇을 읽고, 보고, 배우나. <지큐> 9월호에 미처 다 싣지 못한 이들의 지식 문화 리스트를 공유한다.
요즘 읽는 책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스웨덴 출신의 저자가 기업을 다니다가 동양 문화에 심취해 태국의 밀림 속 성자의 길을 걷다, 이 마저도 벗어버리고 환속하여 자신의 삶을 살다가 루게릭 병으로 2022년 1월 사망했다. 이 책은 나티코의 깨달음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어 요즘 읽는 중이다.
스쳐간 구절 중 와닿은 문장 “나는 말할 수 없음으로 양식을 파괴한다. 아니 파괴를 양식화한다.” 황지우의 첫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1983)에 적힌 바쿠닌적 아포리즘인데 향수가 있다. 저런 말이 힘을 갖고 발화 가능하던 시대를 어느 정도 그리워, 부러워하는 것 같다.
플레이리스트 에릭 사티 Erik Satie의 ‘Gymnopedies’, ‘Gnossiennes’ 연작과 아르보 패르트 Arvo Part의 ‘Spiegel im Spiegel’.
전공과 관련해 자주 보는 유튜브 예도TV.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Freiburg Universitat 철학부 박사 과정으로 세계적인 니체 전문가 안드레아스 우르스 조머 Andreas Urs Sommer의 지도 아래, 니체의 계보학과 하이데거의 해석학 사이의 비교연구를 하는 예도 박충일의 유튜브. 일명 “철학 원서 뚫어주는 예도TV”.
요즘 읽는 책 한정현 작가의 소설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 얼마 전 작가의 신간 소설 <마고>를 읽고 작가의 지난 소설을 다시 읽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한정현 작가의 글은 한국과 동아시아 현대사 속에서 지워진 이들의 자리를 만들어준다. 국가와 성별이 제약하는 삶의 경로에 갇히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쓰고 계신다. 소설과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소설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대의를 실현한다는 미명 하에 개인이 짓밟혔던 과거들을 진정으로 ‘과거’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 현재는 그 죄에서 자유로울까? 한국 근현대사에서 경직된 방식으로 상상되어 온 몸과 마음의 역사를 재배치하는 한정현 작가의 글을 오래오래 읽고 싶다.
좋아하는 공간 망원한강공원 – 망원한강공원을 걷다 보면 내가 이 도시의 소모품이 아니라 거대한 존재가 된 느낌을 받는다. 도시를 관망하는 법을 배운다. 덕수궁부터 광화문까지의 길 – 마음이 복잡할 때면 덕수궁을 한 바퀴 돌고 광화문까지 쭉 걷는다. 몇 백 년 몇 천 년 전의 광화문은 어땠을까, 여기서는 누가 태어나고 죽었을까 생각하며 걷다 보면 내 고민들이 한없이 작아 보인다.
스쳐간 구절 중 와닿은 문장 나희덕 시인의 시집 <가능주의자> 중 ‘가능주의자’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아직 무언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 어떤 어둠에 기대어 가능한 일일까요 / 어떤 어둠의 빛에 눈멀어야 가능한 일일까요” 역사를 배우며 비관적인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나 또한 가능주의자가 아닐까. 비관적인 희망 그리고 불가능성의 가능성의 힘을 믿는다. 계속되는 어둠에 눈이 멀어도 손을 잡으면 된다.
요즘 읽는 책 <중국 제국을 움직인 네가지 힘>. 소제목은 이러하다. “2000년 사유의 티핑포인트를 읽어야 현대 중국이 보인다.”
최근 완독한 책 테네시 윌리엄스 희곡 <유리동물원>. 학교 교양 연극 수업에서 연극 <유리동물원>을 단체 관람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작품일지 궁금해져서 이 책을 골랐다.
좋아하는 연극 내가 미학과를 선택해도 좋겠다 생각한 것이 연극 <레드>를 보고 나와 대본을 찾아 읽고 긴 생각에 빠진 후다. 극 중 인물인 로스코가 이야기한 ‘예술의 진지함’이란 무엇일지, 그리고 그가 줄곧 인용하는 니체의 <비극의 탄생>은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그렇게도 진지해 보일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당시 나는 <비극의 탄생>을 소화해내지 못하고 로스코라는 화가의 생애를 찾아보고 그가 이야기하는 진지한 예술에 대해 추측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다만 그 추측하는 시간이 즐거웠고, 이러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미학과임을 알았을 때 선택하이 어렵지 않았다.
읽으려고 벼르고 있는 책 마일리스 드 케렝갈 소설 <식탁의 길>.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인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번역된 다른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아 읽어보려 한다.
요즘 읽는 책 피터 프랭코만의 <실크로드 세계사>.
만나보고 싶은 인물 재러드 다이아몬드와 유발 하라리. 인류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한번쯤 만나보고 싶은 석학들이다.
궁금해지는 책 <아무도 모르는 뉴욕>. 최근 서점에 갔다가 보게 된 책인데 도시 하나를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한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웠다. 뉴욕은 굉장히 큰 도시고, 그 도시 하나를 사회학적으로, 질적인 방법을 통해 분석한다는 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최근 감상한 작품 <크리미널 마인드>. 원래 범죄 관련 다큐나 시사프로그램을 즐겨 봐서 언젠가 보겠다고 리스트에 넣어둔 것 중 가장 최근에 본 작품이다. <알고리즘의 편견>. 일각에선 SNS와 플랫폼, AI가 가져다 줄 희망찬 미래를 이야기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를 닮은 기술은 가상 공간에서 결국 다시 불평등과 혐오를 재생산 할 수 있다.
최근 완독한 책 최영성 교수님의 <사상으로 읽는 전통문화>. 작년 2학기 전공 수업 중 교수님께서 경주의 동궁이 동쪽에 위치하여 붙은 이름이지 태자궁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는, 학계에서는 새로운 주제로 강의를 진행해주셨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저서.
스쳐간 구절 중 와닿은 문장 “정조께서 말씀하시길 “모든 일에 있어서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고, 다만 내가 마음을 바쳐 최선을 다할 수 있을지 그것을 걱정하라.”” 홍재전서 175권.
최근 즐긴 문화 생활 올해 초에 프랑스 콩시에르주리 박물관 Conciergerie에 갔는데, 증강현실 기능을 이용해 게임처럼 박물관을 소개하고, 보물을 찾아가면서 유물에 대해 학습하도록 준비돼있었다. 보통 박물관은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재미있게 전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술을 많이 도입했으면 좋겠다, 전공자로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