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ing

‘섹스를 잘한다는 것’의 기준을 세워 드립니다

2022.09.02도날드도

섹스를 잘한다는 건 어떤 기준에 근거한 말일까? 섹스 좀 잘 안다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 분위기를 잘 이끄는 것
특히 만난 지 얼마 안 된 관계에서 섹스를 하게 됐을 때, 섹스 잘하는 사람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본다. 아직 서먹하고 어색하지만 둘 사이에 흐르는 성적 긴장감만큼은 매우 높은 경우, 섹스를 잘 하는 사람은 금세 친밀해지는 방법을 안다. 데이트 하면서 주고받았던 실 없는 농담을 기억했다가 활용 한다든지 손 깍지를 끼거나 하는 가벼운 신체접촉을 통해 벽을 허무는 등 경계를 풀고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한다. 서로 마음과 다르게 뚝딱거리기 쉬운 상태에서 분위기를 잘 리드하는 것 만큼 섹시한 것도 없다.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섹스로 가는 물꼬를 틔우는 사람이 내 기준 ‘잘 하는 사람’이다. 35세, 남성, 시나리오 작가

✅ 바쁘지만 바쁘지 않은 스킨십
섹스는 전희 스킬에 따라 잘 하고 못 함이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본론이라고 생각하는 단계 이전에 서로 흥분을 높이고 친밀해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지금 어디를 애무 받고 있는지 느끼지 못할 만큼 ‘플로우’가 좋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체의 접점을 항상 넓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인데, 쉽게 말하자면 특정 부위만 애무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몸의 구석구석 흐름을 잘 잡고, 심장에서 가장 먼 부위부터 점점 가깝게 이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손과 입술은 절대 쉬지 말아야 한다. 이 전희 스킬을 체득하면 섹스가 현대 예술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믿는다. 38세, 남성, 마케터

✅ 체위를 자주 바꾸지 않는 것
파트너와 섹스 횟수가 늘어날수록 희한한 체위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자극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만, 사실 정말 잘하는 사람은 체위에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한 가지 체위로도 서로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자신감이 훨씬 섹시하게 느껴진다. 섹스하는 내내 분주하게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흥이 깨질 때도 있다. 진득하게 한 가지 체위로 서로 호흡을 맞추며 절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 이게 진짜 섹스 잘하는 거 아닐까? 33세, 여성, BX 디자이너

✅ 키스를 잘하는 것
아주 오래 전부터 이런 믿음이 있었다. 좋은 키스는 좋은 섹스만큼이나 귀하다고. 물론 키스를 잘하는 사람이 곧 섹스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순 없다. 하지만 개인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돌이켜 보면 키스를 잘하는 사람과는 섹스도 좋을 확률이 높았다. 단, 좋은 키스를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 가짐도 중요하다. 이를 테면 ‘키스가 이렇게 좋은데 섹스는 얼마나 더 좋을까?’ 하는 식으로 기대감을 함부로 높이는 건 위험하다. 대신 ‘키스를 이렇게 잘하는 감각 있는 사람이니까, 섹스도 감각적일 수 있도록 잘 맞춰봐야겠다’는 식의 긍정적인 관점이 좋겠다. 어쨌든 키스 잘하는 사람을 찾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니까. 30세, 여성, 서비스 기획자

✅ 박자를 잘 맞추는 것
연애 관계는 밀당의 박자가 참 중요하다. 어느 타이밍에 서로 밀고 당기느냐가 연애를 시작하는 기준이 되니까. 섹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흥분 도에 맞춰 빠르거나 세게 당기고 혹은 느리거나 부드럽게 밀어내는, ‘박자 감각’이 잘하는 섹스의 중요한 척도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애원할 때까지 중요 부위에는 손끝도 스치지 않고 다른 포인트만 공략한다던지, 피스톤 운동을 천천히 하다가 갑자기 피치를 올린다 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언제 밀고 언제 당기는지에 따라 리듬감 있는 섹스가 가능해진다. 잘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 리듬감이 충만한 경우가 많았다. 36세, 여성, PR 전문가

✅ 섹스 전 후의 좋은 태도
흔히 섹스를 다 마치고 나서 서로 눈을 맞추며 안아주는 게 좋다고들 한다. 간혹 덥거나 습한 날씨엔 이 단계를 생략하길 원하는 파트너가 있을 수 있지만 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는 섹스 매너가 좋은 정도로 여길 수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섹스를 잘하는 사람으로 느껴지려면, 섹스 전 단계에서부터 좋은 태도를 유지해야한다. 애정 어린 포옹으로 시작해서, 섹스를 나눈 뒤, 친밀감을 가득 담은 포옹으로 끝맺음을 하는 거다. 섹스 전후의 수미쌍관 포옹은 섹스에 조급하지 않고 여유 있게 대한다는 느낌을 줘서 추천한다. 시작과 끝의 단계에서 매너를 보여주면 과정도 완벽하게 느껴질 수 있다. 34세, 남성, 회사원

에디터
글 / 도날드 도(칼럼니스트)
사진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