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됐다. 경기에선 잘 안 보이지만 여전히 궁금한 질문들을 작정하고 던졌다.
중남미에서 열린 월드컵에선 모두 남미 팀이 우승했다. 날씨와 이동 거리를 제외한 브라질 월드컵의 또 다른 변수를 꼽는다면? 지금까지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다섯 번의 월드컵이 열렸다. 전부 남미 팀이 우승했다. 북중미까지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칠레, 멕시코, 아르헨티나, 다시 멕시코, 미국 월드컵까지 모두 그랬다. 반대로 유럽에선 대부분 유럽 팀이 우 승했다. 17세의 펠레가 맹활약한 1958년 스웨덴 월드컵이 유일한 예외였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을 예상한다. 특히 브라질이 라 더욱 그렇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땅덩이, 어마어마한 경기 간 이동 거리, 덥고 습한데 다 지역별로 다른 날씨…. 하지만 그보다 큰 변수는 압박감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우승 후보로 꼽히는 남미 팀들에 해당하는 얘기다. 브라질은 1950년에도 개최국이었다. 하지만 결승에서 졌다. 브라질 축구 팬들의 자살과 폭동이 이어졌다. 아르헨티나 역시 1990년 월드컵 이후 한 번도 8강을 넘지 못했다. 메시가 있고, 월드컵이 남미에서 열린다는 이유로 자국 내의 기대는 어마어마하다. 그들은 익숙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겠지만, 꼭 그만큼의 부담을 안고 뛰게 된다. 박찬하(KBS 축구해설위원)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가장 두드러질 포메이션은 어떤 형태일까? 기본적으론 4-2-3-1 형태다. 개최국인 브라질을 비롯해 스페인, 독일, 아르헨티나 등의 우승 후보국들이 모두 최전방 원 톱과 2선 미드필더 세 명,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 최후방 수비 라인 네 명을 세운다. 1998년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으로 촉발된 원톱 전술은 라리가 및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강세로 이미 전 세계 축구의 표준규격이 되었다. 하지만 각 포지션을 운용하는 방식은 팀별로 조금씩 다르다. 풀백 포지션의 차이가 대표적이다. 강팀의 풀백은 위치가 매우 높다. 공격 때는 거의 2-4-2-2 포메이션에 가깝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동시에 전방부터 상대를 압박한다.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가 두 명의 센터백과 함께 풀백이 비운 자리를 채운다. 약팀은 풀백의 역할을 수비수로 제한한다. 빠른 발로 상대 측면 공격수를 잘 쫓아가는 선수를 선호한다. 더불어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의 활동영역도 이번 월드컵에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당대 축구에서 원 톱은 페널티박스 안에만 머물지 않고 2선 공격 라인 속에 마구 섞인다. 원톱 스트라이커가 ‘가짜 9번’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해주는가에 따라 팀의 공격 효율이 좌우된다. 그래서 루이스 수아레스, 토마스 뮐러, 세르히오 아구에로 등 의 공격수들은 페널티박스 밖의 ‘플레이메이킹’ 과정에 수시로 관여한다. 최후방 수비와 미드필더의 간격을 좁혀 수비를 탄탄히 하는 팀을 공략하기 위해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포지션을 바꿀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독일 등의 우승 후보는 모두 공격지향 적인 팀이다. 브라질 월드컵은 화끈한 포메이션 운용의 장이 될 것이다. 홍재민([포포투] 축구전문기자)
최근 유럽 축구는 바야흐로 감독의 시대다. 작년의 도르트문트, 올해의 AT 마드리드 등의 약진 등은 클롭, 시메오네라는 출중한 감독의 힘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월드컵 진출국 감독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감독은 누구 인가? 이탈리아의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이 눈에 띈다. 2년 전, 그는 유로 2008과 남아공 월드컵에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이탈리아를 이끌고 유로 2012에 출전했다. 그리고 결승까지 올라갔다. 이탈리아는 이제 로베르토 바조나 프란체스코 토티와 같은 ‘판타지 스타’가 없다. 파올로 말디니나 알렉산드로 네스타, 파비오 칸나바로 같은 빗장수비의 대들보도 부족하다. 8년 전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던 골키퍼 지안루이지 부폰과 미드필더 안드레아 피를로가 여전히 팀을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프란델리 감독은 전술을 통해 약해진 이탈리아를 강력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았다. 유로 2012에서 이탈리아는 스페인을 상대로 대회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다. 그 경기에서 프란델리 감독은 무려 세 가지의 전술을 가동했다. 3-1-4-2라는 구시대적 진형부터 4-2-3-1, 4-3-3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이었다. 축구 포메이션과 전술의 역사를 관통하는 90분간의 짜릿한 체험이었다. 이탈리아의 스리백 은 유연하게 전진하며 치열한 공간 싸움을 했다. 단지 상대 공격에 대한 수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스리백이 아니었다. 또한 수비형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 로시에게 스리백의 중앙을 맡기는 리베로 전술을 차용하는가 하면, 센터백 지오르지오 키엘리니를 왼쪽 측면에 세워 강력한 수비 지배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공격 연출을 전방에서 한다는 개념도 깼다. 피를로를 수비 라인 앞에 깊숙이 배치시켰다. 그를 이른바 딥-딥라잉 미드필더로 활용하며 위력을 극대화 시킨 것이다. 이탈리아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우승 후보로 꼽히진 않는다. 자국 리그가 유럽에서 점점 경쟁력을 잃고, ‘월드클래스’라 할 만한 젊은 선수도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 가 만능 미드필더 리카르도 몬톨리보도 부상을 당했다. 공격수 마리오 발로텔리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하지만 플란델리 감독은 이미 전력상 열세인 팀이 공 점유율이 높은 팀을 상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서호정(축구 칼럼니스트)
한국은 2014년 6월 기준, 본선 진출국 중 피파 랭킹이 두 번째로 낮다. 57위. 피파 랭킹은 얼마나 신뢰할 만한가? 그리스의 2014년 6월 피파 랭킹은 세계 12위다. 209개의 나라 중 열두 번째로 축구를 잘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 전력은 거기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 중론이다. 2010년 월드컵 본선에 어렵사리 올라 조별 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했던 팀이다. 게다가 이것이 그리스의 월드컵 최고 성적이다. 16강 진출 은 한 번도 없다. 유로 2004 우승도 10년 전 얘기다. 피파 랭킹은 최근 4년간 국가대항전 경기 결과를 합산한다. 유로 2004 우승은 현재 랭킹과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12위다. 피파는 2006년 피파 랭킹 산정방식을 개선했지만 여전히 신뢰도가 떨어진다. 불공정한 산정방식 때문 이다. 일단 유럽과 남미 대륙팀 간의 경기엔 가산점이 있다. 피파 랭킹이 높은 팀과 붙어도 추가 점수를 받는다. 유럽과 남미 팀들이 다른 대륙 팀보다 피파 랭킹이 과대 포장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기의 중요도 역시 순위를 매기는 데 영향을 끼친다. 평가전은 1점, 월드컵 예선과 대륙 선수권 예선은 2.5점, 대륙 선수권 본선과 피파 컨페더레이션스컵은 3점, 월드컵 본선은 4점이다. 대륙 선수권 본선이 2년마다 열리는 아프리카와 북중미 팀들은 4년마다 대회를 치르는 아시아 팀들보다 높은 점수를 챙길 수 있다. 박문성(SBS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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