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불문 스타일을 완성하는 근사한 마침표이자 명징한 느낌표가 되어주는 펜디 바게트. 불멸의 잇 백 탄생 25주년을 기념하는 패션쇼가 열린 9월 9일, 뉴욕의 밤.
1990년대 ‘멋쟁이’들의 팔 아래에는 어김없이 이 가방이 끼어 있었다. 파리지엥의 팔 사이에 들린 바게트 빵처럼, 당대 패션 피플의 팔 아래를 점령했던 펜디 바게트 백이다. 펜디의 액세서리 및 남성복 아트 디렉터인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바게트의 탄생을 이렇게 기억했다. “이 백을 디자인한 날은 모든 것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특별한 하루였다. 하늘에서 펜디의 날이라고 점지해준 듯했다.” 우주의 선택을 받은 듯 1990년대를 풍미한 바게트의 25주년을 기념하는 밤, 펜디의 한국 앰배서더 이민호는 펜디의 시그니처 FF 패턴이 돋보이는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 블랙 바게트 트렁크 백과 함께 뉴욕의 밤을 거닐었다.
바게트 25주년 기념 패션 쇼는 펜디의 아이코닉한 백이 팝 컬처에 남긴 발자취와 궤를 함께 해온 공간인 뉴욕에서 열렸다. 1990년대 패션의 동의어와도 같은 이 도시를 호명하는 또 다른 이름은 <섹스 앤 더 시티>였고, 뉴욕의 상징인 “캐리 브래드쇼가 사랑해 마지않는 잇 백”이라는 지위는 바게트에게 한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영광을 안겼다. 펜디와 한국 앰배서더 이민호의 만남은 1990년대 트렌드의 회귀와 함께 귀환한 바게트의 명성이 동시대 대중문화의 가장 뜨거운 이름에서 이름으로 전해짐을 보여준다. 쇼 당일,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이민호에게 쇄도하는 셀럽들의 기념 촬영 요청은 그의 글로벌한 인기를 대변했다.
바게트의 스물다섯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펜디는 1990년대의 아이코닉한 셀러브리티를 뉴욕 맨해튼 센터로 불러 모았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강도에게 “이건 백이 아니에요. 바게트인데요”라고 외치는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바게트를 당대의 잇 백으로 군림하게 한 사라 제시카 파커를 필두로 배우 나오미 왓츠, 크리스티 털링턴과 케이트 모스, 샬롬 할로 등 1990년대 패션계를 견인한 레전드 슈퍼모델, 킴 카다시안과 위니 할로를 비롯한 패션 아이콘, 중화권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대만 배우 허광한, 그리고 또 다른 한국 앰배서더 송혜교까지. 그 자체로 근대 패션사의 서사가 되는 보석 같은 얼굴들이 바게트를 안은 채 조우했다.
펜디 하우스는 이번 쇼를 “업타운과 다운타운, 럭셔리한 디자인과 실용적인 룩, 극단적인 상상력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날것의 로맨스”라 표방했다. 쿠튀르 및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인 킴 존스와 액세서리 및 남성복 아트 디렉터인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바게트 백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과 액세서리를 선보이며 바게트 25주년 기념 컬렉션을 축하했는데, 패션쇼의 하이라이트는 블루 오페라 망토를 두른 채 스털링 실버 바게트 백을 들고 피날레를 장식한 린다 에반젤리스타였다. 1990년대 런웨이를 호령한 ‘슈퍼모델’의 등장은 그 존재만으로도 1997년 탄생 이래 25년간 사랑받아온 바게트의 유구한 역사, 그리고 바게트를 사랑한 어느 시대에 부치는 헌사 같았다.
“기념할 만한 해인 만큼 이전의 전통적인 ‘컬렉션’을 선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바게트백이 명성을 얻게 된 시대, 그 순간을 기념하고 싶었다. 바게트 백의 특징이기도 한 과감함과 유쾌함 속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운 감성으로 그 시대를 표현하려 한다.” 펜디 쿠튀르 및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Kim Jones)
펜디 바게트 25주년 기념 컬렉션은 마크 제이콥스, 티파니앤코, 사라 제시카 파커, 포터의 상상력이 더해졌다. 네 브랜드는 저마다의 문법으로 바게트를 재해석한 한정판 협업 라인을 내놓았는데, 일본 러기지 브랜드 포터는 실용적인 측면과 남성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제시했다. 특히 펜디 × 포터 컬렉션 중 허리와 어깨에 투웨이로 활용할 수 있는 범 백 스타일의 범 바게트는 최근 펜디 바게트의 확장과 변신 기조를 대변하는 실루엣. 포터가 자랑하는 견고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본디드 나일론 소재와 정교한 일본 장인 기술이 만나 가벼운 무게와 기능성, 실용성의 접점에서 남자의 바게트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