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엘 세예 데 칸 코라’는 최근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의 1위를 수상했다. 셰프 호안 로카와의 2011년(당시 2위) 인터뷰.
‘세계 50대 레스토랑’에서 2위에 선정됐다. 중요한가? 난 이 레스토랑을 조금씩 발전시켰고, 여기까지 25년이 걸렸다. 랭킹이나 미슐랭과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경주를 하는 레이서가 아니다.
레스토랑 홈페이지에 1986년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온 요리를 모두 남겨놨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절대 변하지 않은 건 뭔가? 변한 것도 있나? 우리의 첫 마음가짐, 고객들과의 약속, 행복하게 요리하려는 마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이라면, 처음과는 달리 지금은 8개월치 자리가 모두 예약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끔 친구들이 “네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가도 될까?”라고 물어보는데, 난처하다.
당신의 요리를 남자로 친다면, 어떤 남자일까? 낭만적인 남자. 그러면서도 진중하고 진실된 태도를 가졌다. 완벽을 추구하지만 항상 균형을 맞출줄도 안다. 전통을 무시하지 않고 항상 지키려고 하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려는 남자다. 아, 그리고 창의성도 좋은 남자다.
완벽한 남자다. 완벽한 요리를 만드는 일이 싫어질 때도 있나? 절대 없다. 요리는 내게 편안함, 안식처 같은 곳이다. 레스토랑에 고객들이 없어도 가족을 위해서도 자주 요리한다. 우리 집은 식당 위층에 있다.
손님이 아닌 가족에겐 어떤 요리를 만들어주나? 스페인 카탈루냐에서는 밥을 많이 먹는다. 생선과 콩 요리도 자주 한다. 동양적인 음식을 많이 만드는데, 강한 맛을 위해 된장도 쓴다. 지금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다양한 요리를 만든다.
당신에게 주방은 거실이자 일터인가? 요리사에게 주방은 아늑한 공간이어야 한다. 가끔 주방에서는 엄하게 변하는 요리사 친구들을 보는데, 난 아니다. 주방에선 집중해야 한다. 긴장감보단 사랑이 가득한 공간, 인간적으로 정이 가는 공간을 만들어 집중도를 높이려고 한다.
서울에서는 ‘서울 고메 2011’ 행사 때문에 방문했다. 돌아갈 땐 어떤 식재료를 싸가지고 갈 건가? 간장, 고추창, 된장, 말린 나물류, 우리 요리에도 충분히 쓸 수 있을 것 같다.
요리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한 접시의 가격은 점점 더 높아진다. 꼭 비싸야 할까? 나에게 ‘비싸다’는 것은 값어치가 안 된다는 뜻과 같다. 값어치보다 돈이 더 들어갈 때 그런 표현을 쓴다. 좋은 요리를 먹을 땐 돈이 아깝게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 나는 받기보다는 더 많이 주는 편이다. 돈을 더 받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요리사는 늘 인심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격대가 높은 식당은 너무 자주 가는 건 의미가 없다. 특별한 날 가야 그 요리와 요리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한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