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폴폴 피어오르는 따뜻한 물, 욕실을 가득 메운 입욕제의 향기, 느슨해진 근육, 긴장을 푼 애인… 욕조에서의 섹스는 상상만으로도 야릇하다. 정말 그럴까? 욕조 섹스에 대한 편견을 파헤쳐 봤다.
깨끗할까?
욕실은 몸을 씻는 공간이긴 하지만 욕조에서 섹스하는 건 생각보다 깨끗하지 않다. 심지어 욕조가 더럽다면 더 치명적이다.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그 안에서 성관계를 가질 경우 남성의 성기가 질 내에 물을 밀어 넣는다. 질이 세균에 감염될 수도 있고 물이 자궁에 압력을 줄 수도 있다. 만약 욕조에서 삽입 섹스를 하게 된다면 성기를 수면 위로 들어 올려 질 내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섹스가 끝나고 뒷처리를 하기에는 침대보다 욕조가 훨씬 수월하다.
따뜻해서 좋은 점은?
따뜻한 물은 마음을 녹이지만 발기한 성기도 힘을 잃게 만든다. 뜨거운 온도에서 성관계를 하면 혈관이 수축한다. 혈액 자체도 더 끈끈해진다. 혈류 순환이 억제되어 성 기능에 나쁜 영향을 준다. 고온은 교감 신경을 자극해 섹스하는 남자를 과도하게 긴장과 불안 상태로 몰아간다. 정자 역시 따뜻한 곳에서 움직임이 느려진다. 물속에서 꼭 섹스를 하고 싶다면 찬물 사용이 가장 좋다. 어렵다면 적어도 미온수를 활용해야 한다.
더 매끄럽고 촉촉한 섹스를 위해
영화에서 본 욕조 섹스는 끈적하고 로맨틱하다. 사방이 물이고 매끄러운 비누 거품이 있으니 이를 활용해 촉촉한 섹스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는 그 반대다. 애액은 물에 다 씻겨나가고 삽입은 고통스러워진다. 비누 거품을 몸에 문지르는 일은 기분 좋지만,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가면 좋지 않다. 비누 거품이 질에 들어가면 산성으로 이루어진 막을 해쳐 질염에 걸릴 수 있다. 비누와 센 물줄기가 콘돔을 손상할 위험도 있다. 욕조에서 섹스할 때는 실리콘 베이스의 윤활액이 도움이 된다. 단 실리콘 윤활제는 화장실 바닥에 떨어졌을 때 매우 미끄럽다. 미끄러져 다치고 싶지 않으면 윤활제를 흘리지 않도록 조심할 것.
생각보다 더 좁은 욕실
물 안에서 움직임은 하늘을 나는 듯 가볍기만 할 것 같다. 다만 욕실은 대체로 좁다. 여러 가지 체위를 실현하기 어렵다. 또한 미끄럽다. 서로를 강하게 끌어 안거나 격하게 움직이는 일은 위험하다. 욕조 선반이나 샤워 커튼 등을 잡았다가 사고가 나기도 한다. 물을 채운 욕조의 경우도 마찬가지. 몸이 물 위로 뜨려는 성질 때문에 침대보다 몸을 컨트롤하기가 어렵다. 가벼운 상하운동 정도가 최선이다.
더 나은 관계를 위해서는
평소와 다른 장소가 두 사람을 흥분시킨다. 왠지 더 잘하고 더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긴다. 따뜻한 물과 밀폐된 공간의 편안함이 마음을 안정시켜 성욕도 올라간 상황. 이때 와인 같은 가벼운 술 한 잔까지 곁들이면 대뇌를 자극해 성감까지 높일 수 있다. 실제로 긴 지속시간을 원한다면 욕조 섹스가 완벽히 익숙해져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욕실에서 분위기를 충분히 달아오르게 한 다음 본격 섹스는 침대로 돌아와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