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길, 버진의 나무문을 열었다. 이런 곳은 처음이다.
한강진역에서 이태원 쪽으로 가다 보면, ‘여기가 뜨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오래된 동네에 어떤 첨단이 충돌할 때,서울은 그럴 때 빛나니까. 리움과 꼼 데 가르송, 에드워드 권의 레스토랑, 포스트 포에틱스, 그리고 치명적인 바, 버진 (Virgin). 묵직한 나무문을 열면, 분위기를 묘사하기 전에, 이런 곳에 오고 싶었다는 마음이 앞서나간다.
콘셉트로 세련된 척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그런 곳. 특히 현대미술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기획팀의 손길은 보이는 하나하나에 섬세한 무늬를 만들었다. 테이블엔 꽃을 꽂은 아드리안 리스 (Adriaan Rees)의 재떨이가 놓여있고, 한쪽 벽에는 헤링가/반 칼스벡 Heringa/Van Kalsbeek의 조각이 피어나는 듯 매달려 있다.
물론 버진은 무엇보다 술이 있는 곳이다. 과연 메뉴판을 열자마자 오감이 종을 친다. 다 마셔볼 순 없나요? 마침내 한국에서 처음 만나는 벨기에 맥주 13가지와 네덜란드 리큐르와 스피릿 20가지 리스트는 꽃처럼 만발해서 짙은 향을 풍긴다. 하나를 맛보면 다른 하나가 궁금해 연신 메뉴판을 보게 되는 풍경. 호기심이 탄성으로 변하는 건 한순간이다. 취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이런 느낌, 처음이다.
www.thevirginbar.com
02-790-1471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Jeoung Eun 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