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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신 다음 날 하는 말말말

2022.12.19주현욱

지겹도록 똑같은 레퍼토리가 계속되지만 그럼에도 이번 주말에 또 술 약속을 잡는다. 술 마신 다음 날 하는 공감되는 말들.

🤢“내가 술을 또 마시면 사람이 아니다”
어제는 분명 너무나 즐겁게 신나는 기분으로 술을 마셨는데 다음 날 남은 건 퀭한 얼굴과 불쾌한 숙취 뿐. 술이 술술 들어갈 땐 좋았으나 다음 날 깨질 듯한 머리와 가만히 있어도 울렁이는 속 때문에 지옥을 경험했다면 다시는 술을 입에 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한술 더 떠 지인들에게까지 큰소리치며 ‘내가 두 번 다시 술을 마시나 봐라, 술 마시면 사람 아니다’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나 그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백만 분의 일의 확률이나 될까.

🤢“어제 무슨 일 있었어?”
과음하지 않더라도 술만 마셨다 하면 필름이 끊기는 사람들이 있다. 기억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매우 위험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으니 자신의 주량을 필히 체크해서 그걸 넘어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분명 안 취한 것 같은데 술집 테이블 호출벨이 가방에 있다거나 온몸이 쑤셔서 살펴보면 여기저기 멍이 들어 있다. 더 심한 일을 겪지 않고 이쯤에서 끝난 것이 천만다행이라 여기고 조심하는 것이 좋다.

🤢“이 사진 언제 찍었어?”
술 마신 다음 날 왜 이런 사진을 찍었냐며 난리를 치는 친구들이 있다. 좋다고 신난다고 할 땐 언제고, 취중 상태로 찍어 올린 사진으로 면박을 준다. 편안한 자리에서 술과 분위기에 취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찍힐 수 있는 사진이 있고, 평소보다 과장해서 찍힌 사진들도 수두룩하기 마련이다.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필름이 끊긴 본인의 잘못, 술자리에서 과한 자신감은 최대한 눌러 놓자.

🤢“나 초록색만 봐도 토할 것 같아”
왜 하필 술 마신 다음 날에는 초록색이 유난히 눈에 띄는 걸까? 지난밤 소주병과 오랜 시간 부어라, 마셔라 한 결과 세상에 모든 초록색을 없애버리고만 싶다. 길을 걷다 공원에 깔린 잔디밭, 횡단보도 건널 때마다 유독 거슬리는 녹색 신호 등 초록색만 스쳐도 속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다. 요즘은 반투명한 하늘색도 마찬가지. 단언컨대 애초에 과음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절대 없다.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