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요리는 부르기가 어렵다. 어쩌면 맛을 부르는 주문일지도….
호이라이 팟 프릭 파오
태국 요리를 처음 먹었을 땐, 맛이 시끄럽다고 느꼈다. 코를 훅 치고 올라오는 시큼한 맛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매운맛이 입술 위로 퍼졌다. 두 번째 먹을 땐 맛이 풍성하다고 느꼈다. 나도 모르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톰양쿵이 생각나기도 했다. 청담동에 새로 문을 연 ‘소이22’는 최대한 현지식에 가깝게 요리하는 태국 식당이다. 골프 선수 출신인 홍태식 대표가 전지 훈련지에서 먹던 태국 요리를 잊지 못해 이 식당을 만들었으니, 얼마나 간절하게 맛있을지는 먹기 전부터 다 알 것 같았다. “고수부터 모닝글로리까지, 넣어야 할 건 제대로 다 넣어요.” 김두열 셰프의 말이다. 사진이 붙은 친절한 메뉴를 살피다가 다른 곳에선 보지 못한 ‘꿍 채 남쁠라’ 새우장 요리와 모닝글로리 볶음인 ‘팟 풍 파이뎅’을 발견했을 때부터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얌운센을 먹을 땐 태국에 온 것처럼 마음이 들떴고, 직원이 다가와 태국에도 없는 톰양쿵 피자가 있다고 이야기했을 땐 이미 찬 배가 원망스러웠다. 사진 속 호이라이 팟 프릭 파오 1만8천원, 꿍 채 남쁠라 2만3천원. 02-3445-8867
먹고 마시고 흔들고
금요일 밤이 불타기 시작하면 신사동 클럽 앞에는 긴 줄이 늘어지기 시작한다. 어쩐지 모두 나보다 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춤추는 두 발은 자꾸 무거워진다. “그런 클럽이 어색한 사람들을 위한 라운지입니다. 마구 취해서 오는 덴 아니고요.” 가로수길 있는 ‘엔진90’의 이길한 이사의 말이다. 터질 듯한 음악소리보단 속이 터질 듯 맛 없는 요리를 못 참는 사람들을 위해, 맛있는 안주와 술에 신경을 더 썼다. 문은 다음 날 8시까지 활짝 연다. 당근 국수를 곁들인 오징어튀김 샐러드 2만원. 02-546-8290
돌아온 스테이크
몇 해 전,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바람이 불었을 때 신사동 ‘구 스테이크 528’은 진원지였다. 미국산 프라임 등급 쇠고기를 숙성시켜 내놓는 묵직한 스테이크 한 장은 여러 사람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올해, ‘구 스테이크 733’이 문을 열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한남동 733번지에 터를 잡았다. 여전히 스테이크 크기는 화통하고 맛은 백 번 씹고 싶을 만큼 고소하다. 변한 게 있다면 좀 더 말끔하고 정갈해진 인테리어뿐. 내리쬐는 한 여름 볕에 몸도 마음도 그을렸다면, 저녁땐 구 스테이크에서 박력 있는 칼질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른 ‘힐링’일 테다. 02-794-7339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