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속궁합이 잘 맞는지 궁금해요”라고 묻는다면 이미 글렀다. 속궁합이 잘 맞는 사이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흔히 속궁합을 말할 때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은 듯 쏙 들어맞는 순간을 떠올린다. 영어 사전에서 속궁합은 ‘find out what one’s partner is like in bed’ 또는 ‘the match in bed’라 번역된다. 풀어 보자면 ‘침대에서 애인이 어떤지 정도’가 되겠다. 속궁합이 잘 맞는다는 건 상대에 대한 성적 만족도가 높다는 말과 같다. 첫 만남에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미리 맞춰 보지 않아도 속궁합이 잘 맞는 사람이 있다. 다음 요소가 반 이상 갖춰지면 속궁합이 맞는다고 얘기할 수 있다.
성욕의 게이지
한 번 할 때 좋다고 두 번 할 때도 좋으란 법은 없다. 세상에는 매일 섹스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주일에 한 번이 적당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물론 하루 세 번도 부족한 사람도 있다. 애인과 이 게이지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한쪽은 애걸복걸, 반대쪽은 먼산을 바라보는 성생활이 펼쳐진다. 손뼉도 타이밍을 맞춰 부딪혀야 소리가 난다. 인생도 섹스도 타이밍이다.
섹스하고 싶은 무드
잔잔하게 깔린 조명, 깨끗한 침대보, 고심해서 선곡한 음악, 산뜻한 향과 적당한 온도, 안전이 보장된 환경 그리고 이 모든 게 갖춰져야 섹스할 마음이 나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어디서든 빠르게 해치워야 속이 시원한 사람도 있다. 급할수록 스릴이 넘쳐 즐거운 사람도 있다. 원하는 무드가 맞지 않으면 시작부터 어긋난다. 잘 맞는 속궁합의 길도 더 멀어진다.
체력의 정도
갈 거면 같이 가자. 한쪽의 체력이 월등히 좋거나 현저히 떨어지면 이런 대사가 만들어진다. “그만 끝내줘.”, “응? 끝났어?” 한국인은 삼세판이라 배웠는데 한 판 승부를 벌여야 하면 남은 체력이 아깝다. 한 판을 생각했는데 추가 시간에 연장전이 주어진다면 기진맥진한다. 당신이 침대에서 명승부를 꿈꾼다면 체급과 체력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성적 취향의 허용치
“자기야. 욕해줘.”, “나한테 왜 그런 걸 시켜?” 같은 대화가 오간다면 성적으로 만족하기 쉽지 않다. 원하는 바를 말했을 때 상대가 나를 변태 취급한다면 다음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입을 열기 어렵다. 최고의 속궁합으로 가기도 어려워진다. 물론 내가 말하기 전에 원하는 바가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사이겠지.
각도와 모양의 조합
속궁합이 구조적 문제만을 가지고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딱 맞는 열쇠를 찾았을 때처럼 착 감기는 짝이 있다. 짝이 아닌 퍼즐 조각처럼 억지로 끼우거나 헐거운 걸 대충 걸쳐 놓을 필요가 없다. 성기의 크기와 두께, 깊이와 모양, 각도가 잘 맞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다른 체위도 해보고 싶어지고 다음 섹스가 기대된다.
즐거운 섹스
잠자리 도중에 다른 생각이 들지 않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면 다른 요소는 더 고민할 필요도 없다. 둘의 속궁합은 이미 뛰어나게 잘 맞다. 허니콤보와 엽떡의 조합처럼 아름다운 한 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