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뢰의 천재들이 마음에 품고 사는 요리를 말했다. 그렇게 140접시가 모였다.
메이(요리 연구가)
- 서교동 진진 – 마파두부
- 연희동 목란 – 가지볶음
- 인사동 부산식당 – 밥
- 남가좌동 신흥떡볶이 – 떡볶이
- 중학동 한일관 – 불고기
우리나라의 마파두부는 그다지 강렬하지 않아 늘 아쉬웠다. 하지만 서교동 진진의 마파두부는 중국 산초라 불리는 호초를 듬뿍 뿌려 먹을 수 있고, 향이 강한 고수까지 곁들이면 현지의 맛이 제대로 난다. 일하고 있는 스튜디오 바로 앞에 있는 중식당이 목란이다. 이곳의 이연복 셰프는 채소를 좋아하는 내 취향을 고려해 메뉴판에도 없는 가지볶음을 만들어준다. 맛있고, 감사하다. 부산식당은 반찬들도 맛있지만 특히 밥이 참 따뜻하다. 스테인리스 밥그릇에 하루 종일 담겨 있던 밥이 아니라, 막 지어 살포시 퍼준 밥이다. 신흥떡볶이는 우연히 들렀다가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떡볶이 맛에 반한 곳이다. 한일관의 불고기도 어린 시절부터 즐겨 먹어 앞으로도 계속 생각날 것 같다.
이영지(<럭셔리> 리빙 에디터)
- 이태원동 왕타이 – 톰양쿵
- 신사동 미미면가 – 붓카케소바
- 서교동 진진 – 게살볶음
- 신사동 개화옥 – 된장국수
- 상수동 타버나드 포르투갈 – 프란세진야
서울 시내 어떤 톰양쿵보다 국물의 밀도가 높은 왕타이의 톰양쿵을 사랑한다. 갖은 재료가 깊게 우러난 맵고 새콤한 국물에서 기본기가 느껴진다. 오래 씹어야 더 고소한 맛을 내는 메밀 건면에, 우니와 단새우가 올라간 붓카케소바는 점심 때마다 생각난다. 진진의 게살볶음은 함께 나오는 짜사이와 환상의 궁합을 보여준다. 홍게살에 달걀 흰자와 죽순, 버섯 등의 채소를 넣고 고추기름을 뿌려 오래 볶았다. 개화옥 된장국수는 통통하고 쫄깃한 면 맛 덕에 마지막 한입까지 만족스럽다. 고기, 살라미, 햄, 과일, 견과류를 넣어 속을 가득 채운 실한 포르투갈식 샌드위치 프란세진야는 그 든든함에 반했다.
미식의별(음식 블로거)
- 창천동 크리스터 치킨 – 핫치킨
- 동교동 토미스 베이커리 – 깡파뉴
- 회기동 트라토리아 오늘 – 함박스테이크와 리조토
- 창천동 네이버후드 – 고르곤졸라 피자
- 서교동 비거스 – 클래식 버거
크리스터 치킨은 치킨의 진리다. 촉촉하게 튀겨달라 주문해야 한다. 토미스 베이커리의 ‘식사빵’은 종류별로 먹어보길 권한다. 그 중에서 왕중왕을 꼽는다면 깡파뉴다. 트라토리아 오늘에선 1만1천원으로 파인다이닝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부드럽고 섬세한 맛의 함박스테이크는 자극적인 음식에 지친 혀의 안식처다. 리조토엔 수란이 올라가는데 굳이 깨서 비빌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맛의 밸런스가 무너지니 따로 먹는 게 좋다. 네이버후드의 고르곤졸라 피자엔 꿀이 없다. 꼬릿꼬릿한 고르곤졸라 치즈의 풍미가 가득이다. 비거스는 메뉴판의 설명 그대로 햄버거를 만드는 곳이다. ‘순수 100% 쇠고기 패티와 가장 기본적인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낸 정통 아메리칸 버거.’
정호영(이자카야, 우동, 로바다야 ‘카덴’ 셰프)
- 서초동 미나미 – 니싱소바
- 서교동 하노이안 – 분짜
- 합정동 쿠이신보 – 닭다리살 구이
- 신월동 제주영롱가 – 흑돼지목살
- 서교동 이치류 – 양갈비
서초동 미나미에서 니싱소바를 먹으면, 맛에도 품격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오전, 오후 두 번 제면을 하고, 적절하게 간이 밴 조린 청어를 올렸다. 하노이안은 무작정 베트남에 가서 쌀국수를 배워온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가게다. 분짜 한 그릇 먹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쿠이신보의 닭다리살 구이는 정말 속까지 잘 익었다. 촉촉하다. 나도 구이 요리를 팔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맛 내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가격, 분위기, 위치, 밑반찬이 그리 특출나지 않아서 오히려 고기를 제대로 돋보이는 곳이 신월동에 있는 제주영롱가다. 고기에 제대로 몰두할 수 있다. 서교동 이치류는 양고기를 처음 먹는 어린 양들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곳이다.
배지영(‘피오나배’ F&B 전문 PR회사 대표)
- 담동 메종드라카테고리 – 뽀 오프
- 서교동 로칸다 몽로 – 문어감자샐러드
- 부산 달뜨네 – 스지시락국
- 청진동 오두산메밀가 – 메밀묵무침
- 중학동 오키친3 – 로스티드치킨
메종드라카테고리에서 세 가지 부위의 쇠고기가 채소와 함께 어우러진 뽀 오프를 먹고 깜짝 놀랐다. 프랑스식 고기 요리는 크리미하고 느끼한 줄로만 알았는데! 로칸다 몽로의 문어감자샐러드는 부드럽게 삶은 문어, 씹는 맛이 좋은 감자, 신선한 올리브유, 쌉쌀한 맛의 루콜라가 평화롭게 버무려졌다. 술 첫 잔에 곁들이기에 그만이다. 쇠심줄과 씹을수록 구수한 시래기가 만나 깊이 있는 국물 맛을 내는 달뜨네의 스지 시락국은 단돈 5천5백원이니 그 맛을 더 잊을 수가 없고, 오두산메밀가의 메밀묵무침은 100퍼센트 메밀묵의 투박한 식감에 여운이 유독 오래간다. 오키친의 로스티드치킨은 겉에 꿀을 발라 바삭하게 껍질을 굽고, 속은 부드럽게 익힌다. 쌉싸래한 페스토 소스가 맛의 균형을 잡는다.
정미환(칼럼니스트, CRAFT 편집장)
- 신사동 라꺄브뒤꼬숑 – 푸아그라 파테
- 이태원동 페트라 – 타볼리샐러드
- 청파동 경성 양꼬치 – 훠궈와 마파두부
- 음성 코리아크래프트브루어리 탭룸 – 소시지
- 부산 중앙식당 – 대구탕
소시지보다 테린을, 테린보다 파테를 좋아한다. 라꺄브뛰꼬숑의 푸아그라 파테들은 전부 맛있지만, 그중 과일이나 포트와인으로 달콤하게 숙성한 것들이 입맛에 맞는다. 양파, 토마토, 쿠스쿠스를 섞고 올리브유와 레몬즙으로 맛을 낸 타볼리샐러드를 페트라 창가에서 먹으면 ‘이제 여름이구나’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훠궈의 관건은 ‘마라’의 정도다. 경성 양꼬치의 홍탕은 지독한 얼얼함과 감칠맛으로 먹는 이를 중독시킨다. 음성에 있는 브루어리에선 신선한 스타우트, 제주 감귤 에일 등을 마신다. 안주 중엔 소시지가 최고다. 중앙식당 대구탕은 무와 생선, 두 가지 재료로 맛을 낸다. 국물이 달고 맑다. 무엇보다 고니가 입 안에서 진하게 녹는다. 크림보다, 최고급 프레시 치즈보다 맛있다.
김성윤(<조선일보> 음식 전문 기자)
- 입정동 을지면옥, 필동 필동면옥 – 냉면
- 제주도 돌하르방식당 – 고등어회
- 김해 대동할매국수 – 멸치국수
- 맥도날드 – 프렌치프라이
- 신세계떡방 동병상련 – 건빵튀김
이북 집안 사람들은 매주 일요일 패턴이 똑같다. 교회 후, 냉면집이다. 을지와 필동은 겹치지 않게 격주로 일요일에 쉰다. 그래서 우리 집은 이번 일요일, 아버지가 좋아하는 필동면옥에 가면 다음 일요일은 내가 좋아하는 을지면옥에 간다. 싸울 일이 없다. 제주도에 착륙하면 서둘러 돌하르방식당으로 간다. 각재기국으로 이름난 식당인데 나는 고등어회를 주문한다. 숙성을 잘 시켰는지 유난히 고소하다. 김해에선 멸치국수를 먹는다. 이 집에선 멸치 내장을 따지 않고 국물을 우리고, 탄력 좋은 구포국수를 삶아낸다. 가격을 지워도 최고의 맛이라고 할 수 있는 맥도날드 프렌치프라이는 맥치킨 속에 바른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다. 아예 맥치킨 안에 우겨 넣고 함께 씹어 먹기도 한다. 추억의 건빵에 키치한 재미를 더한 건빵튀김도 좋다.
손기은(GQ KOREA 피처 에디터)
- 광명 광명곱창구이 – 모둠 곱창
- 서교동 쿠자쿠 – 쇼유라멘
- 이문동 로지스시 – 지라시스시
- 구의동 어반나이프 – 모둠 소시지
- 훙성 홍북식당 – 안 매운 칼국수
광명은 숨겨둔 애인이 있다고 해도 선뜻 나서지 않을 정도로 우리 집에서 멀다. 그런데 이 집 모둠 곱창을 먹고부턴 각종 핑계를 모아 광명으로 간다. 부추와 곱창을 야무지게 젓가락으로 잡고, 특제 소스를 앞뒤로 발라 먹는다. 근처에 이케아까지 생겼으니 앞으로 더 뻔질나게 갈지도…. 서교동 쿠자쿠에서 진하고 그윽한 쇼유라멘을 먹으면 충전을 한 듯 기분이 좋아진다. (먹는 순간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지라시스시가 있는 로지스시도 내 마음의 충전소다. 집에서 몇 걸음 나가면 있는 어반나이프는 프라이드치킨보다 맛있는 소시지를 만든다. 남은 건 다음날 아침으로 또 먹는다. 먹다 먹다 서울이 비좁게 느껴질 때면 차로 딱 1시간 반 거리인 홍북식당으로 간다. 고춧가루 풀지 않은 칼국수를 얻어 먹고 힘차게 서울로 올라온다.
- 에디터
- 손기은
- 일러스트레이터
- 조인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