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건 틀리지 않는데 희한하게 쓸 때마다 헷갈리는 문법이 있다. 말하는 데는 지장을 주지 않지만, 맞춤법 실수로 민망한 상황을 막기 위해 알면서도 틀리기 쉬운 문법 일곱 가지를 준비했다.
❓맞히다/맞추다
먼저 ‘맞히다’는 ‘맞다’의 사동사로 적중하거나 정답을 골라낸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그와 다르게 ‘맞추다’는 두 개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나는 시험이 끝나고 정답을 맞혀 보았다’가 맞는 표현이다. 두 가지의 비교 대상을 두고 나란히 맞춰 볼 때는 맞추다를, 또 하나를 골라내어 맞혀 볼 때는 맞히다를 쓴다고 생각하면 쉽다. 따라서 앞에 상황이 어떤지 모른 상태에서 정답을 맞히다와 맞추다가 나왔을 때는 완벽하게 다른 뜻으로 해석될 수 있으니 구별해서 사용해야 한다.
❓걷잡다/겉잡다
간혹 발음이 똑같기 때문에 더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겉잡다’와 ‘겉잡다’는 조금만 세심하게 본다면 충분히 헷갈리지 않고 쓸 수 있다. 걷잡다는 쓰러지는 것을 붙들어서 바로잡다라는 의미로 무언가를 막거나 붙잡으려고 할 때 사용하고, 겉잡다는 겉으로 대충 어림잡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특히 걷잡다는 ‘걷잡을 수없이 불길이 번졌다’처럼 보통 ‘~없이’라는 표현에서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반면 겉잡다는 ‘짐작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겉잡아 봐도 열흘은 넘게 걸리겠다’와 같이 쓰인다.
❓부딪치다/부딪히다
‘부딪치다’와 부딪히다’는 둘 다 ‘부딪다’에서 출발하는 말로, 문맥이나 상황에 따라 구별해서 쓰는 게 중요하다. 강조해서 말하는지 혹은 피동사, 즉 수동 형태의 동사로 말하는지에 따라 ‘치’와 ‘히’가 달라진다고 보면 된다. 부딪치다는 내가 직접 움직여 무언가와 충돌할 때, 주어의 능동적인 행동을 강조할 때 사용한다. 반대로 부딪히다는 나는 가만히 있는데 누군가 와서 충돌하거나 혹은 사물이 와서 충돌하는 경우를 말한다.
❓로서/로써
둘 다 사용 가능한 말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린 말일 수도 있다. 먼저 ‘로서’는 사람의 지위, 신분 등 자격을 나타내며 주로 앞에 사람과 함께 쓰이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같은 식이다. ‘로써’는 물건의 재료, 일에 대한 수단, 횟수 등을 나타내는 말로, ‘오늘로써 준비는 끝났다’처럼 어떤 일에 대한 기준이 되는 시간을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된다.
❓늘이다/늘리다
사전적 의미 ‘늘이다’는 원래 길이보다 무언가를 더 길게 할 때 사용한다. 고무줄이나 바지 기장과 같은 길이에만 국한되어 있다. 이와 달리 ‘늘리다’는 넓이나 부피가 원래보다 커질 때, 시간이나 기간, 능력이나 재산 등 좀 더 포괄적인 개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즉 길이보다는 크게 하거나 많게 한다는 뜻으로 사용할 때는 늘리다를 쓰면 된다. 예를 들어 ‘기간을 늘려줄 수 있어? 바지 기장 늘이는 데 좀 걸려’라고 이해하면 쉽다.
❓왠만하면/웬만하면
‘왠만하면’과 ‘웬만하면’ 역시 헷갈리는 표현 중 하나다. ‘왠’이란 단어는 이유를 뜻하는 ‘왜’와 관련이 있으며, ‘왜인지’의 줄임말로 ‘왠지’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웬만하면은 ‘일정한 기준이나 범위 안에서 크게 모자라거나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 혹은 ‘정도나 형편 따위가 보통은 넘는 정로도 적당하다’라는 뜻으로 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따라서 왠만하면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며, 웬만하면이라고 사용하는 게 맞다.
❓되다/돼다
‘되다’와 돼다’는 서로 같은 뜻을 가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한다. 그러나 이 둘의 쓰임새를 잘못 알고 쓴다면 기본적인 맞춤법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오해받을 수 있다. 두 가지의 차이를 설명하면 되다의 어간에 ‘어’, ‘어라’, ‘었’이 붙어서 ‘되어’, ‘되어라’, ‘되었이’가 되면 ‘이’를 줄여 ‘돼’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되다는 기본형이기 때문에 돼다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며, 문장 종결에서는 되 대신 돼로 끝나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되=하’ 또는 ‘돼=해’를 대입해 보면 헷갈리지 않고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