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왁싱 얼마나 아파? 5인의 털어놓는 생생한 경험담

2023.01.19조서형

꾸준히 왁싱을 해온 남자들에게 물었다. 어디 왁싱할 때 가장 아파?

손가락과 발가락은 쉬워
내가 손가락과 발가락에 털이 많거든? 얼마 전엔 커플링을 맞추러 갔는데 손가락 털이 거슬리더라고. 한 번 신경 쓰고 나니까 계속 보이더라. 왁싱숍에 물어보니까 손발을 왁싱하는 사람도 있대. 그래서 나도 했어. 별로 아프진 않아. 고통이라고 부르기 머쓱한 정도? 살짝 긁히는 수준의 느낌이야. 손과 발은 늘 험난한 환경에 내쳐져 있어서 그런가, 자극에 둔한가 봐. 왁싱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겠어. 왁싱을 하면 털이랑 각질까지 없어지는데 피부가 그렇게 맑아 보일 수 없어. 주기적으로 왁싱숍을 찾게 되지. (이진용(27) | 배우)

수염은 시원해
세상이 선호하는 외모의 트렌드는 계속 바뀌더라. 나처럼 유행에 둔한 사람도 느낄 정도로. 어릴 때는 털이 수북하게 많은 남자가 거칠고 세고 멋지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반대야. 털없이 매끈한 피부가 요즘 남자의 세련인 것 같더라. 깔끔한 인상이 갖고 싶기도 하고 매일 면도하는 게 귀찮기도 해서 수염 왁싱을 하게 됐어. 고통? 아프지. 아프긴 한데 시원해. 다른 부위 왁싱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 아, 인중에 남은 털 핀셋으로 뽑을 땐 확실히 아파. 그건 진짜 아파. (김찬영(45) | 교사)

눈썹은 따끔
난 눈썹 모양에 따라 인상이 확 달라져. 눈썹 숱이 많거든. 눈썹 문신은 필요하지 않은데 모양 정리는 필요해서 왁싱을 시작했어. 얼굴 왁싱만 해봐서 다른 부위와 비교를 해볼 순 없지만 할 만해. 물론 털이 뽑히는 순간은 따끔하지. 뽑고 나서는 화끈거리고. 고통으로 쏠린 정신을 분산하려고 왁서가 말을 계속 걸어줘. 대화하다 보면 신기하게 괜찮아. 왁싱이 끝나면 바로 쿨링을 해줘서 금방 진정되기도 하고. 눈썹 왁싱은 난도가 낮아서인지 셀프로 하는 사람도 많더라고. (이현진(44) | 자영업)

헤어라인은 눈물 찔끔
학교 다닐 때 구레나룻 잡아당기는 선생님 있었잖아. 없었어? 아, 그래? 구레나룻을 잡히면 아파. 도도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가도 바로 사과하게 돼. 아니, ‘아프다’보다는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 어떻게 될 것 같다’에 가까운 고통이랄까. 예를 들면 머리카락과 피부가 같이 뜯겨 나갈 것 같다는 느낌. 그냥 너무 아파. 다음에는 하지 말아야지 생각할 만큼. 겨드랑이 왁싱도 헤어라인과 비슷하게 아프다고 하더라. 여름에도 절대 민소매 안 입을 거야. 주기적으로 받는 헤어라인 왁싱만으로 내 인생에 고통은 충분해. (곽다빈(30) | 경찰)

브라질리언 왁싱은 악! 소리 절로
살점이 다 뜯겨나갔다고 생각했어. 피가 흐르는 느낌까지 났다고. ‘아, 망했다’ 하면서 천천히 돌아봤는데 아무 일도 없어서 오히려 놀랐어. 브라질리언 왁싱은 페니스, 고환, 항문을 제모하는 일이야. 이미 단어만 들어도 아프지 않아? 그런데 통증은 상상한 것보다 더해. 소중한 만큼 예민한 친구들이니까. 브라질리언 왁싱은 카니발 의상을 입기 위해 시작했다던데, 한국의 도시 남자가 왜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이런 일을 하고 있냐고? 제발 한 번만 해봐. 다시 털 있는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질걸. 아아. 아름다운 그곳의 위생과 청결이여. (김민광(40) | 회사원)

에디터
글 / 조서형(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