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칭 30주년을 맞은 송지오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송재우. 그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했다.
GQ 송지오 선생님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으시네요?
JW 네. 회사 밖에서도 선생님이라고 불러요. 어렸을 때부터 너무 자연스럽게 그래왔어요. 제가 아버지라고 부르면 아마 어색해하실 거예요. 저도 그렇고요.
GQ 한 인터뷰에서 송지오 선생님도 어린 시절부터 멋쟁이 아버지의 영향을 꽤 많이 받았다고 하셨어요. 마찬가지이실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닮아 있나요?
JW 선생님과 취향부터 생각까지 많은 것이 비슷해요. 책이나 음악, 영화도 좋아하는 것들이 겹치는데 이건 제가 선생님을 닮아간 거겠죠. 어렸을 때부터 같은 걸 봐와서 그런것 같아요. 옛날 파리 컬렉션 준비하실 때 CD바 같은 데 같이 가서 하루종일 쇼 음악 찾거나 책방이나 영화보러 자주 다녔거든요. 이때 확실히 취향이 확고해진 것 같아요.
GQ 이건 정말 다르다 하는 부분도 있겠죠?
JW 취향은 참 비슷한데 성격은 정반대예요. 선생님은 즉흥적이고 낙천적이신 편인데 저는 좀 계획적인 스타일에 일할 때는 항상 최악을 생각하거든요.
GQ 서울만큼 파리도 익숙한 도시죠?
JW 10대 대부분은 파리에서 보냈고 군대 이후 20대는 서울에서 살았으니까, 두 도시의 느낌이 저에겐 완전히 달라요. 파리는 특히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도시라 익숙하면서도 애정이 가고, 서울은 치열하게 일하고 바쁘게 살아서 그런지 일적으로 익숙한 도시예요.
GQ 지난 6월 파리 컬렉션에 이어 10월 서울 컬렉션까지 쉴새 없이 바빴을 것 같아요. 이제 좀 여유가 생겼나요?
JW 전혀요. 정말 쉴 틈 없이 지냈어요. 6월에 파리를 간 게 5년 만이었는데 컬렉션 끝나자마자 서울로 바로 돌아왔어요. 파리 컬렉션 때까진 서울 컬렉션 일정이 예정돼있지 않았고, 쇼 한 달 전 쯤 개막쇼로 제안을 받자마자 정신없이 준비했던 것 같아요. 또 파리에서 한 그대로 하고싶진 않으니까 룩도 열개 이상 추가하고, 순서나 구성도 많이 바꿔서 새롭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GQ 올해로 송지오가 론칭한 지 30주년이 됐어요. 아버지의 바통을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전개하는 컬렉션이니만큼 부담감도 꽤 컸을 것 같아요.
JW 생각보다 부담스럽진 않았어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 밑에서 많이 보고 배우면서 크다보니 저에겐 갑작스러운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GQ 브랜드 측면에서 많이 변화된 부분이 있을까요?
JW 회사 전체적으로는 시스템 변화가 굉장히 많았어요. 원래는 정말 컬렉션에만 집중하는 아틀리에 같은 브랜드였는데, 롱런하려면 고객 기반의 카테고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생산이나 기획, 디자인팀이 모두 다 분업화, 체계화됐고 올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어요.
GQ 그럼에도 꾸준히 이어져 온, 앞으로도 변하지않을 게 있다면 어떤건가요?
JW 트렌드를 따라가는 브랜드가 아니다 보니 저희 정체성은 변하지 않겠죠. 아방가르드, 우아함, 동양미 등 중심점은 변하지 않으면서 동시대적인 디자인을 만들려고 해요.
GQ 고전문학의 문장에서 컬렉션의 영감을 얻는다는 송지오 선생님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어요. 컬렉션의 영감이 될 만한, 지금 생각나는 아름다운 문장이 있을까요?
JW 어려운 질문이네요. 이번 2023 S/S 컬렉션 아트워크의 테마이기도 한 단테의 <신곡>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아름다움이 영혼을 일깨운다.” 이번 시즌 이 문장을 참 많이 되뇌면서 작업했어요. 시각적인 아름다움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철학적인 의미에서도 멋있는 문장인 것 같아요.
GQ 지금까지의 컬렉션 중 가장 애정이 가는 룩은 뭐예요?
JW 2011 F/W쇼가 아직도 제일 좋고 자주 봐요. 그 컬렉션 테마는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성역>에서 착안했어요. 1900년대 초반 미국의 무법지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그 소설에 등장할 법한 악당들이 떠오르는 룩이 우르르 나와요. 몸에 딱 맞는 가죽재킷에 배꼽까지 파인 이너, 모자도 푹 눌러쓴 모습이 아직도 선명해요.
GQ 궁금해지는데요? 그럼 이번 컬렉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일식과 월식’이라는 테마를 들었을 때 기존 블랙 위주의 아방가르드한 룩을 떠올렸는데 꽤 비비드한 컬러의 룩들이 눈에 띄었어요.
JW 이번 시즌 유독 컬러를 과감하게 사용했어요. 파리 컬렉션에선 밝은 옷들이 먼저 등장해 어두운 블랙 계열로 변화했고, 서울 컬렉션은 그 반대예요. 우아하면서도 거칠고, 밝으면서도 어두운 그런 대조적인 이미지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GQ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요?
JW 쿠튀르적인 걸 많이 신경 썼어요. 지금 준비하는 컬렉션도 그렇고요. 실험적이고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어서 과감하게 형태를 변형하고 디테일들도 볼드하게 바꿨어요.
GQ 이번 파리와 서울 컬렉션의 장소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파리는 대성당에서, 서울은 DDP 야외 광장에서 쇼가 열렸는데, 공간의 무드가 완전히 달랐어요.
JW 파리 컬렉션에선 신화적인 테마와 어울리는 고전적인 장소가 필요했어요. 초록색 조명을 내부에 설치해 신비로운 무드로 연출했는데 룩이랑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서울 컬렉션은 일단 야외에서 하고 싶었고, 포토 스폿에 DDP 건물 외관의 곡선미가 담겼으면 했어요. 덕분에 런웨이가 굉장히 길어졌어요.
GQ ‘이곳에서 꼭 쇼를 해보고 싶다’ 하는 장소가 있을까요?
JW 명소에서 하는 건 이젠 오히려 새롭지않은 것 같아요. 밤의 파리가 정말 예쁘잖아요. 평범한 파리 센 강 다리 중 하나에서 밤에 쇼를 해 보고 싶어요.
GQ 송지오의 옷은 누구와 가장 닮아 있나요?
JW 옛날엔 선생님이고 지금은 저예요. 만든 사람과 가장 닮아있겠죠. 제가 입고싶은 옷을 만드니까.
GQ 파리 마레에 단독 쇼룸을 오픈할 예정이라 들었어요.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나요?
JW 원래는 가구 갤러리였던 공간을 바꿔서 쇼룸으로 꾸몄어요. 컬렉션 피스들 전시도 해놓고 아틀리에처럼 브랜드의 정체성이 녹아든 순수한 공간이면 좋겠어요. 프레스나 바이어 분들이 편하게 오실 수 있는!
GQ 파리에 간다면 꼭 들릴게요. 곧 1월이면 2023 F/W 컬렉션이예요. 어느 정도 준비가 됐나요?
JW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게 전체 일에서 70퍼센트는 차지하는 것 같은데, 지금 메이킹 단계가 마무리 돼 가니까 거의 다 끝나가네요. 다음주면 옷이 모두 나오는데 기대 반 걱정 반이에요. 다음 시즌은 쿠튀르적인 면을 더 강조했어요. 1월에 파리에서 봬요.
- 패션 에디터
- 신혜지
- 포토그래퍼
- 김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