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빈이라는 나, 산하라는 나. 바람에 이끌려, 우리 둘.
GQ 가위바위보로 몸 좀 풀어볼까요?
MB 산하는 일부러 질 수도 있어요.
SH 무슨 소리야.(웃음)
MB 그만큼 잘한다는 거지. 지거나 이기거나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제가 보기엔 늦게 내는 것 같은데 산하 말로는 운이 따라주는 거라고 하니까, 아무튼.
SH 오케이. 가위바위보!
GQ 비겼네요. 갑자기 왜 긴장감이 돌죠?
MB 우리 둘 다 딴 데 보고 하자.
SH 알았어.
MB 가위바위보! 으하학, 대박이네. 이겼습니다.
GQ 축하드립니다. 차기 유닛 활동의 리더예요.
SH 하하하하.
MB 좋습니다. 매번 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GQ 이렇게 가위바위보로 정한다면서요, 문빈&산하 유닛의 리더. 정말이에요?
MB 네. 1집 때는 그냥 제가 리더였고, 2집 때부터 어떤 콘텐츠에서 가위바위보로 리더 정하기를 해서 그때는 제가, 3집 때는 산하가 이겨서 리더가 됐어요.
SH 리더는 주로 곡 소개를 맡고요, 그리고 음⋯, 이번에는 ‘묵찌빠’로 할걸 그랬어?
MB 아이, 가위바위보로 해야죠. 한번 정한 룰은 계속 가야 하니까.
SH 그렇다고 합니다.
GQ 지금 이 자리에서 리더를 정한 유닛 4집 활동도 유효한 건가요?
MB 기회가 되면 당연히.
SH 해야죠, 해야죠.
GQ 막 마무리 지은 3집 활동부터 짚어보죠. 향을 주제로 앨범을 꾸렸죠.
MB 오감 중 하나인 향을 이용하면 좋겠다, 우리 음악이랑 퍼포먼스를 향에 빗대어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했고, 회사에서도 좋은 의견이라고 잘 디벨롭시켜주셔서 콘셉트부터 타이틀곡, 수록곡, 전부 함께 살을 붙여나갈 수 있었어요. 또 솔직히 저는 이번에 작곡할 생각은 없었는데 산하가 작사·작곡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럼 시간이 좀 있으니까 ‘나도 한번 해볼까?’ 싶어서 작업하게 됐거든요. 생각보다 곡이 정말 잘 나왔고, 정말 좋은 경험이 됐어요.
SH 어? 저는 빈이 형이 작사·작곡한다고 들어서 나도 한번 해볼까 했는데.
MB 어? 진짜? 아마 순서는 네가 먼저일 거야. “저는 다음에 할게요” 했는데 “산하 씨는 (이미 작업에) 들어갔다” 해서 “그래요? 그럼 해봐야죠” 그랬거든.
SH 그런가 보다. 저도 작사·작곡에 대해서 생각은 항상 있었거든요. 회사에서 이번에 한번 도전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먼저 의견을 주셨는데, 처음 해보는 거라 두려움도 있었지만 ‘해볼까’ 하고 도전해보게 됐어요. 제게도 정말 좋은 경험, 많은 도움이 됐어요.
GQ 우선 문빈 씨의 그 지점이 흥미롭네요. 산하 씨가 작사·작곡한다니까 동한 그 마음을 뭐라고 해야 할까요. 긍정적인 경쟁 정신? 그런 건가요?
MB 그런 마음이 아예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람 심리가 그렇잖아요. 얘가 좋은 것 한다고 하면 따라 하고 싶은 마음.
SH 오.
MB 저도 가사는 써봤는데 작곡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이 기회에 한번 해볼까, 안 되더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첫 번째로 들었어요.
GQ 그렇게 완성한 곡이 문빈 씨는 ‘이끌려’, 산하 씨는 ‘바람’인 거네요.
MB 네. 예전에 제가 끌린다는 표현을 자주 썼어요. 이 안무 좀 끌린다, 노래 좀 끌린다. 그래서 ‘이끌려’로 제목을 짓고, 이번 앨범 주제가 향이니 ‘향에 이끌린다’는 표현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SH 이끌려. 좋지. 저는 ‘바람’을 만들 때 콘서트장에 있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내가 기타를 들고, 마이크 앞에 섰고, 이제 노래가 나와야 되잖아요. 그럴 노래를 계속 흥얼거렸어요. “시간이 지나도 여기 서 있을게 / 언제라도 네가 나를 찾을 수 있게”, “바람이 되어 널 찾아줄게” 가사가 그렇게 나왔어요.
GQ 각자의 노래를 들어보니 어떻던가요?
SH 저는 빈이 형이 1절 만들었다고 차 타고 가는 길에 차 안에서 들려줬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듣고 딱 ‘아, 형 스타일이다’ 싶었어요. 기억에 남는 멜로디가 있어서 여기 잘 만들었다, 저도 금방 흥얼거렸어요.
MB 저는 다 녹음하고 나서 들었는데 예상과는 달랐지만 그래서 새로웠어요. 그러니까, 산하가 평소에 올드스쿨이라고 해야 할까요, 발라드성의 밴드 사운드와 그런 감성의 보컬을 좋아해서 그런 유의 멜로디가 나오겠거니 했는데 생각과는 전혀 다른 멜로디들이 나와서 새롭게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SH 처음 도전해보는 분야가 저의 한계를 느껴보고 싶게 만드는 것 같아요. 작곡도 ‘내가 노래를 어느 정도까지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욕심이 생기게 만들어요.
MB 그리고 무언가 하나 더 남기는 거잖아요. 그래서 정말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GQ ‘이끌려’를 듣는데 묵직하게 도전적이다 싶었어요. 섹시한데 가볍지 않은.
SH 섹시하죠. 이 노래로 무대할 때 형의 모습이 그려져요. 형다운 노래예요.
GQ 특히 가사가 상대는 밀어내는데 그래서 오히려 이끌린다는 내용이잖아요.
MB 맞아요. 반대라서 오히려 더 끌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석도 다른 극 끼리 붙는 성질이 있잖아요. 산하가 하지 말라 하면 더 괴롭히고 싶은 그런.
GQ 산하 씨의 노래를 들으면서는, 산하 씨 목소리에는 동그라미가 있는 것 같다 싶었고요.
MB 응, 동그라미. 맞아요. 있어요.
SH 동그라미?
GQ 음색이 동그란 느낌도 있지만, 이런 소리를 내는 사람 자체가 다정하고 밝고 꾸밈없지 않을까 싶은?
MB 그건 잘 모르겠는데, 프흐흐, 목소리에 동그라미가 있다는 말씀은 무슨 얘긴지 단번에 알았어요. 응, 있어. 동그라미.
SH 동그라미? 처음 듣는 이야기예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내가 꾸밈 있는 사람인가 꾸밈 없는 사람인가 생각해보게 되네요.
GQ 그럼 서로가 서로를 향으로 묘사해본다면요?
MB 산하는 츄파춥스. 츄파춥스에 여러 맛이 있는데 공통적으로는 달콤하잖아요. 산하가 실제로 그런 달달한 향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리고 츄파춥스가 여러 색으로 조합돼 있잖아요. 산하 역시 여러 가지 색채를 가졌다는 의미에서 츄파춥스로 하겠습니다.
SH 빈이 형은, 그런 곳 있잖아요. 몇백 년 된 초원⋯, 그 가운데 나무가 딱 하나 자리 잡은 그런 곳, 거기에 갔는데⋯, 나무 향.
MB 프흐흐흐, 그게 뭐냐. 되게 장황하게 말했는데 결국은 나무 향?
SH 산뜻한 바람, 시원한 바람 냄새도 있고, 팔랑이는 잎사귀들⋯, 그리고 옆에 가면 기분이 좀 이상할 것 같아요. 뭔가⋯.
MB 소설을 써라, 소설을 써.
SH 무대에 오르면 빈이 형을 믿게 되는 게 있거든요. 나만 잘하면 최고의 무대가 나오겠다, 그런. 나무가 커서 바라보게 되는 것처럼 형을 보게 돼요.
MB 몇백 년 된 나무야?
GQ 반대로,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과 닮은 향은요?
MB 저는 나무 향. 수백 년 된 나무 향. 마음에 들어요.
SH 저는, 물에 떠다니는 그거 뭐지?
GQ 부레옥잠?
MB 수국? 연꽃?
SH 아, 연꽃. 항상 물에 떠다니면서 물을 머금고 있잖아요. 다른 사람의 장점을 이렇게…, 뭐라 해야 할까.
MB 흡수하는?
SH 네, 흡수하는. 저는 그러기 위해 계속 관찰하기 때문에, 그래서 수국이라고 한다고, 형? 연꽃?
MB 수국, 연꽃, 부레옥잠 다 돼.
GQ 마지막으로 서로에게서 흡수해오고 싶은 점을 꼽아보죠.
SH 저는 퍼포먼스. 너무 잘하는 형이에요.
GQ 그렇잖아도 이번 ‘Madness’만큼 지난 유닛 무대인 ‘WHO’도 여전히 회자 되는게, 산하 씨가 문빈 씨 볼을 톡톡톡 한 일곱 번 두드리죠?
SH 여섯 번.
GQ 그 퍼포먼스가 문빈&산하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는 신 중 하나잖아요.
SH 그게 원래 다른 안무였어요. 처음에 안무팀에서 보여주신 안무는 그냥 각자 따로 추는 춤이었어요. 그런데 빈이 형이 둘이 함께하는 무대인데 페어 안무가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안무)단장 형이랑 셋이 함께 짠 춤이에요. ‘형은 이런 것까지 보는구나’, 형한테서 정말 많이 배워요.
GQ 문빈 씨는 산하 씨의 무엇을 흡수하고 싶나요?
MB 산하의 잘 비워내는 점요. 산하는 지나간 일을 잡지 않고 잘 비워내요. 제게 꼭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