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황민현, 배우 황민현. 스스로 단단하게 구축한 황민현만의 유니버스.
GQ (촬영일 기준) 솔로 앨범 발매가 하루 남았네요. 지금 기분이 어때요?
MH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웃음)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아, 드디어 발매하는구나’ 싶었는데 벌써 내일이라니. 얼른 공개됐으면 좋겠네요.
GQ 데뷔 11년 만의 첫 솔로 앨범이에요. 오롯이 홀로 채우는 이 순간을 그려본 적 있나요?
MH 솔로 앨범을 발매하면 어떤 음악을 하고 싶고, 어떤 스타일로 무대를 꾸미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 적 있어요. 그리고 제가 꿈꿨던 것들을 이번 앨범에 조금은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GQ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실현했나요?
MH 제 첫 번째 솔로 앨범에서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곡으로 활동하고 싶었어요. 평소 제 모습이랑은 조금 다르고 새로운 모습으로요. 타이틀곡 ‘Hidden Side’에 제가 바랐던 모습이 가장 잘 반영된 것 같아요.
GQ 무대 올라가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고 핸드크림을 바른다고요. 첫 솔로 무대에 오르기 직전 황민현의 모습은 어떨 것 같아요?
MH 아마 핸드크림을 바르고 있지 않을까요.(웃음) 특히 이번 ‘Hidden Side’ 포인트 안무에서 손을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서 바를 것 같아요. 하하.
GQ 이번 앨범이 공개됐을 때, 팬들에게 가장 처음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MH “준비하느라 고생했다”, “앨범 내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뿌듯할 것 같아요. 제가 가수로서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팬들에게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었을 테니까요. 2023년 첫 번째 활동이 솔로 앨범 활동이라 더욱 뜻깊네요.
GQ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때면 ‘별거 아니야’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자신감을 갖는다고요. 이번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해준 말이 있다면요?
MH 제가 원래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낯선 환경을 마주했을 때 많이 긴장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항상 ‘별거 아니야’라는 말을 되뇌는데, 이번 앨범을 준비할 때의 마음가짐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무조건 ‘즐겁게 하자’였어요.
GQ 그럼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뭐예요?
MH 다양한 스타일링을 시도한 거요! <환혼>에 이어 <환혼: 빛과 그림자> 촬영을 1년 6개월 가까이 하면서 퓨전 한복을 입고, 메이크업도 진하게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솔로 앨범을 준비하며 오랜만에 헤어피스도 붙여보고,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도 해보고,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을 수 있었던 것들이 설레더라고요. 화면에 어떻게 비춰질지 조금 의심이 들기도 했는데, 막상 해보니 아직 좀 괜찮은 것 같고.(웃음)
GQ 아직 살아 있다?
MH 네.(웃음) 아직 살아 있더라고요.
GQ 이번 앨범에서 황민현의 음색이 가장 돋보이는 곡은 무엇일까요. 두 번째 옥타브의 E음부터 G음 사이가 제일 예쁜 음역대라고 언급했죠.
MH 음…, 이 부분은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지금 한번 해볼게요. (잠시 생각하다가) 제가 원래 뉴이스트나 워너원 앨범을 녹음할 때는 부드러운 파트를 많이 맡았어요. 가성으로 부르고, 팔세토가 많이 들어가고요. 근데 솔로 앨범은 저 혼자서 완곡을 다 소화해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전보다 목소리에 조금 힘이 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성으로 부르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타이틀곡 ‘Hidden Side’의 후렴 부분을 힘 있게 잘 소화해낸 것 같네요.
GQ 원래 가성을 더 많이 쓰는 편이었죠.
MH 원래 그랬죠. 예전에는 진성으로 소리가 잘 나지 않아서 가성으로 많이 불렀어요. 힘 있는 목소리를 표현하고 싶어서 연습도 정말 많이 했고요.(웃음) 이번 앨범에서 ‘CUBE’라는 곡은 가성으로 표현했는데, ‘Hidden Side’와 다른 곡들은 조금 단단한 목소리로 노래해서 조화로운 앨범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GQ 그럼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곡은요?
MH ‘CUBE’ 좋아해요. 원래 R&B 장르를 좋아하기도 했고, ‘CUBE’ 같은 경우에는 처음 데모곡을 들었을 때 ‘이거다’ 싶었어요. 이번 수록곡 중 ‘CUBE’, ‘Honest’, ‘Smile’ 모두 같은 작곡가님한테 곡을 받았거든요. 이 작곡가님이 쓴 곡 중 백현이 형의 ‘Bungee’랑 ‘Privacy’를 즐겨 들어서 이번 작업이 더욱 영광이었어요.
GQ 황민현에게 음악적으로 영향을 준 사람이나 자주 듣는 노래가 있다면요?
MH 요즘은 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기보다 다양한 장르를 접하려고 해요. 사실 제 취향이 너무 명확해서 제가 좋아하는 노래만 들으면 조금 한정적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곡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도 갇히는 느낌이 들었고요.
GQ 가장 최근에 들은 곡은 뭐예요?
MH 어제 샤워하면서 NCT 노래 들었어요.(웃음)
GQ 수록곡 ‘Crossword’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수식어로 채워진 ‘나’를 표현한 곡이라고요. 2023년, 황민현 이름 앞에 제일 먼저 붙었으면 하는 수식어를 나열해본다면요?
MH 가수 황민현, 배우 황민현. 제가 올해 솔로 앨범 발매도 하고, 6월에는 <위버스 콘 페스티벌>도 준비 중이라 가수로서의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고요. 차기작도 예정되어 있어 배우로서도 꾸준히 활동하게 될 것 같아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쉽지는 않지만 모두 잘해내고 싶네요.
GQ 현재로서는 4세대 아이돌 황민현이네요.
MH 그렇죠.(웃음) 핫한 아이돌 황민현. 하하.
GQ 민현 씨는 팬들 사이에서도 ‘한결같은’ 면면이 부각돼요. 황민현 스스로 이것만큼은 변치 않으려는 지점이 있다면요?
MH 흔히들 “잘돼서 변했다”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저는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더 노력했던 것도 있어요. ‘매사에 감사해하며 열심히 해야지’라고 마음을 다진 것도 있고요.
GQ 종종 편하게 풀어지고 싶을 때도 있고, 나를 가로막고 있는 선을 넘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그런 시기가 올 때 어떻게 대처해요? 매사에 침착한 마음을 지키는 방법이 있다면요.
MH 풀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저는 원래 엄청 가까운 사람한테도 속마음을 내비치는 성격이 아니에요. 특히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는 아무리 친해도 선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있어요. 이걸 오랜 시간 동안 지켜오니 오히려 이제는 서로를 좀 더 존중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원래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요즘은 해외 나가서 스태프들이랑 술도 같이 한잔하고.(웃음)
GQ 속마음 표현을 아예 안 해요?
MH 네.(웃음) 이번 앨범 제목이 <Truth or Lie>잖아요. 그래서 황민현에 대해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는 콘텐츠를 촬영했어요. 그때 다들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친해지는 건 쉬운데 속마음까지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워지기 어려운 사람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까 저는 낯을 많이 가리지 않아서 처음 본 사람과도 금방 친해지곤 하는데, 속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운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 생각해보니 없더라고요.
GQ 그럼 속마음을 털어내고 싶을 땐 어떻게 해요?
MH 저는 혼자 이겨내고, 혼자 감내하는 스타일이에요.
GQ 근데 MBTI가 ‘ESFJ’예요.
MH 맞아요.(웃음)
GQ 저도 ESFJ거든요.
MH 되게 되게 좋은 성격이시네요.(웃음)
GQ 주변에 ESFJ가 많지 않은데, 황민현이 생각하는 ESFJ는 어떤 성향 같아요?
MH 음…, 일단 인간관계에서 누구한테나 잘 맞춰요. 어떤 분위기든, 누가 있든 그 순간 그 사람한테 맞추는 성향 같아요. 제가 뉴이스트와 워너원으로 그룹 활동을 했잖아요. 그룹 활동을 하다 보면 누구 한 명과 유독 더 친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정말 모든 멤버와 골고루 친했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로 어떤 성격, 어떤 성향의 사람이 있어도 다 잘 맞춰서 생활할 수 있었던 거죠. 또 제가 맞추는 것에 대해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GQ 그래야 마음이 더 편하지 않아요?
MH 맞아요. 그리고 ESFJ가 또 어떤 성향이 있나요?
GQ 황민현과 가장 유사한 ‘ESFJ’ 특징을 찾아봤어요. 조화와 균형을 중요시한다, 공감 능력이 좋지만 진심으로 공감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기분에 맞춰주는 (가식적인) 공감도 잘해준다, 완벽주의 기질이 있다, 기본적으로 친절하다, 오해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등. 이 가운데 가장 부합하는 내용이 있다면요?
MH (“하하” 웃는다.) 상대방의 기분에 맞춰주는 공감을 잘해준다. 이거 완전 부합해요.
GQ 저도 “영혼 없다”라는 말을 종종 듣거든요. 근데 그 말이 진심이 아닌 건 아니잖아요.
MH 저도요. 저도 너무 많이 들어요.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1백 퍼센트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진심이 들어가 있으니까 하는 말인데요.
GQ 그쵸. 진심이 없으면 말도 못 하죠.
MH 맞아요! 역시 ESFJ는 성향이 비슷하네요.
GQ 그럼 ‘슈퍼 J’로서 근래에 가장 계획적으로 지킨 일은 뭐예요?
MH 최근에 제가 런던 출장을 다녀왔는데, 가서 빵을 너무 많이 먹었어요. 제가 원래 빵을 좋아하기도 하고요.(웃음)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면 ‘컴백 전까지 식단도 지키고 운동도 열심히’라고 다짐했고, 지키고 있어요. 그래서 너무 힘들어요. 어젯밤이 고비였어요.
GQ 어떻게 고비를 넘겼나요?
MH 먹방 보면서 버티고 잤죠.(웃음)
GQ 주로 어떤 먹방 채널을 즐겨 봐요?
MH 저는 치킨이 먹고 싶을 때 ‘치킨 먹방’ 쳐서 재생 목록에 뜨는 영상을 다 봐요.
GQ 황민현의 유튜브 취향을 공유해준다면요?
MH 저는 먹방이랑 여행 유튜브를 정말 좋아해요. 여행 유튜브도 골라서 보는 게 아니고 다 봐요. 유명하지 않은 분들 영상도 다요.(웃음)
GQ 마침 여행 이야기가 나와서요. 작년 겨울에는 아이슬란드에 다녀왔죠. 버킷리스트를 이룬 소감은 어떤가요? 보기 어렵다는 오로라를 눈에 담았잖아요.
MH 일단 성취감이 정말 컸어요. 아이슬란드 여행과 오로라를 본 것 모두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죠.
GQ 버킷리스트를 이루고 난 뒤 공허함이나 허무함이 사무치지는 않았나요?
MH 생각한 것보다 허무하지는 않았어요. 아쉬운 게 있다면 제가 여행 5일 차에 오로라를 봤거든요. 오로라를 보기 전까지 못 볼 수도 있다는 확률에 대한 불안감은 있었어요.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죠. 그래서 다음 버킷리스트를 이룰 땐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야겠다’, ‘카메라도 더 좋은 거로 들고 가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웃음)
GQ 황민현의 다음 버킷리스트에 올라갈 목록은 뭐가 있을까요?
MH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호주에 가고 싶어요. 그리고 같이 여행 간 친구들도 축구를 좋아해서 유럽 5개 리그 도시에 가서 축구 보는 것도 계획했고요. 아, 이번 런던 출장 중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직관했어요.
GQ 손흥민 선수 경기 본 거죠?
MH 맞아요.
GQ 런던에서 또 뭐 했어요?
MH 런던 갔을 때 들러야 하는 관광지는 다 간 것 같아요.(웃음) 빅벤, 런던아이, 타워 브리지도 다 보고. 제가 영화 <노팅 힐>을 너무 좋아해서 ‘휴 그랜트’가 일했던 동네 서점에 들러 사진도 찍고요. 여행 가면 일찍 일어나서 관광하러 다니는 걸 좋아해요.
GQ 평소에도 그렇지 않아요?
MH 그렇죠.(웃음) 근데 제가 생각보다 잠자는 걸 좋아해요. 낮잠도 많이 자고. 이건 좀 이상해 보일 수 있는데, 낮잠을 자려고 피곤해도 일찍 일어나요. 쉬는 날 알람 맞춰놓고 일찍 일어나서 청소하고, 밥 먹고 낮잠을 자요. 그것도 한 4시간 정도.
GQ 이것도 황민현만의 계획이네요.
MH 맞아요. 제 규칙 중 하나예요. 왜냐하면 낮잠을 자기 위해 계획한 거니까.(웃음) 런던에서도 시차 때문에 새벽 5시에 눈이 떠지는 거예요. 2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있기 싫어서 혼자 카메라를 들고 나가기도 했죠. 그때 찍은 사진들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GQ 언제 올려주실 거예요?
MH 모르겠어요.(웃음) 언젠가 공개할 제 전시회를 위해 아껴두는 것도 있어요. 올리고 싶은 마음을 좀 참고 혼자 보고 있습니다.
GQ 배우 황민현에 대한 이야기도 해볼까요. 차기작으로 <소용없어 거짓말> 촬영 준비 중이죠. 황민현의 본캐와 가장 유사한 역할을 맡은 거 같은데, ‘김도하’와는 얼마큼 닮은 것 같나요.
MH 감독님과 작가님이랑 처음 미팅할 때 평소 제 생활 패턴이나 성향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도 제가 표현할 ‘김도하’ 역할이 저와 얼마나 비슷할지 궁금해요. 기대 많이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GQ 황민현의 오랜 팬들이 황민현에게 음악, 연기 말고 정말 소소하게 재미있는 건 뭐가 있냐고 궁금해하더라고요. 일상 속에서 황민현을 즐겁게 만드는 건 뭐가 있을까요?
MH 많이들 물어봐요. 도대체 뭐 하면서 사냐고.(웃음) 근데 정말 똑같아요. 피파 게임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캐시를 충전하는데, 좋은 카드가 나오면 너무 행복하고. 요즘 다들 골프 하잖아요. 저도 한번 시도해봤는데, 너무 안 맞아서 가지 않고 있어요.
GQ 2019년에 <GQ>에서 인생 그래프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첫 시작부터 굉장히 높은 위치에서 시작했죠. 그 당시 행복의 지표라고도 볼 수 있는데, 2023년 황민현의 인생 그래프는 어떨 것 같아요?
MH 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요. 올해도 그 지점에 머물 거예요.
GQ 가수, 배우 말고 새롭게 구축하고 싶은 황민현만의 유니버스가 있다면요?
MH 우선 가수로서, 배우로서 조금 더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커요. 하나의 영역을 넓힌다면 여행 유튜버?(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