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부터 시계까지 소장하고 싶었던 한 부분을 공유할 수 있는 <지큐> 당신을 떠올리며.
2023년<지큐>의 패션을 얘기할 때 필요한 아이템 15. 바로 지금의 것과 22년 전부터 그대로인 것, 참신한 디자이너와 그들이 꿈꾸는 어마어마한 빅 브랜드, 그럴 줄 알았던 뻔한 물건과 이럴 줄 몰랐던 뜻밖의 물건, 갖고 싶은 리스트와 주고 싶은 리스트. 박나나
팽팽한 역사, 우뚝한 이름값, 시대의 부활, 지켜낸 고집, 이상의 실현, 비전의 실체, 투명한 정체, 대체불가한 존재, 증명된 미학, 마땅한 찬사, 압도적 몰입, 첨단의 반영, 가장 빠른 현재, 현재의 축적, 축적된 미래, 당돌한 예고. 애초에 이들을 한데 묶는 교집합 같은 건 없었다. 줄줄이 늘어나는 형언들을 데려다 이들 중 어디에 붙여놔도 이상할 건 없었으니까. 차도 <지큐>도 그렇게 관통해왔다. 시대를, 대중을, 현상을, 트렌드를. 다른 누구보다 한발 빠르게. 신기호
풍요로우나 절제하고, 멋부림 없이 멋낼 줄 아는 도시. ‘죽기 전에 가야 할’ 리스트에는 없지만 죽기 전에 불현듯 생각날 것 같은 도시. 무수한 ‘처음’이 있는 도시. 영원히 철들지 않는 도시. 굳이 굳이 찾아가는 도시. 나만 알고 싶은 도시. 다녀오면 슬쩍 자랑하고 싶은 도시. <지큐> 1월호 16페이지에 나왔으면 하는 도시.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도시. 지금 당신이 머무는 그 모든 도시. 전희란
블랙으로 쫙 빼입은 생 로랑의 남자일까, 카사블랑카의 정열적인 카우보이일까. 디올 맨의 섬세한 로맨티스트이기도 하고, 루드의 자유로운 힙스터가 될 때도 있다. <지큐>와 닮은 룩이라면 정체성을 고집하면서도 지금 가장 새롭고 예쁜 것. 2023 S/S 컬렉션에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동시대적으로 표현한, 그리고 그중 제일 예쁜 룩으로 골랐다.신혜지
환희에 들떠서 글쓰기는 뒷전으로 미뤄두지만, 현상을 관찰하는 인간을 관찰하는 일을 좋아하고, 그렇게까지 의식한 건 아니지만, 지각하는 태도를 지니며, 북위 62도 옐로나이프 시내의 전봇대는 침엽수로 만든 것이라는 낯선 사실에 기쁘고, 간밤 문득 생각나는 사람에게 적은 편지는 푸른 보리밭과 함께 통째로 끓여버리는, 무정한 사람은 아닌 사람. <지큐>를 펼쳐둔 당신을 떠올리며 밑줄 그은 문장들.김은희
하늘을 가르고, 심해와 달을 탐험하고, 자동차와 속도를 사랑하는 건강한 남자들의 손목에 있던 시계들. 때로는 유난하지 않고 우아한 멋을 내며, 훌륭한 위스키 한잔과 따뜻한 언어를 건네는 남자들에게 어울리는 시계까지. <지큐>가 추구하는 강건함과 섬세함을 두루 지닌 남성상과 닮아 있는 시계들을 나열해본다. 김성지
- 패션 에디터
- 박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