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아디다스의 새로운 러닝 컬렉션이 공개됐다.
사랑에 빠졌다. 정말이다. 원래 이렇게 누군가를 쉽게 좋아하는 타입은 아닌데, 마치 이상형을 만난 것처럼 귀에 종소리가 들렸다. 러브스토리는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파리에서 아디다스 러닝 관련 미디어 컨퍼런스가 열렸다. 새로운 러닝화 6개가 공개된다는 것. 그리고 그걸 신고 파리 시내를 달리고, 파리 하프 마라톤까지 뛴다는 이야기만 듣고 여권을 챙겨 비행기에 올랐다.
달리기를 한 지 10년 정도 됐다. 일주일에 2번은 뛴다. 현재 와우산30이라는 러닝 크루 소속이고 러닝 관련 책도 낸 적이 있다. 하루키만큼 잘 뛰는 건 아니지만 달리는 걸 참 좋아한다. 가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종종 던진다. ‘조금 덜 뛰고 연애를 했더라면…’ 그럴 때마다 ‘러닝으로 얻은 인간관계, 경험과 건강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라며 스스로 위안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출장은 <나는 SOLO> 돌싱 특집 이후 처음 느끼는 감정처럼 싱숭생숭했다.
러닝을 좋아하는 전 세계 수십 명의 기자들이 아디다스의 초대를 받고 파리 중심가에 모였다. <GQ> 해외판 에디터 외에도 <러너스 월드>, <맨즈헬스>, <하입비스트> 등에서도 왔다. 행사에서 만난 외국 친구들은 모두 친절했다. 그리고 살가웠다. “어디서 왔어?”, “오늘 뭐 했어?”, “혹시 달리기했니?” 재미있게도 이들은 여행지에 오면 곧장 옷을 갈아입고 주변을 달린다고 했다. 첫날 대화한 이들 대부분이 이 질문을 던졌다. “너 오늘 달리기했어?” 이들에게 러닝은 우리에게 “밥 먹었어?” 같은 안부 인사처럼 느껴졌다.
파리 중심의 한 오래된 건물, 세계 각국의 기자가 모두 모인 가운데 울트라부스트 라이트가 공개됐다. 파리에 오기 전부터 기대했던 모델이다. 전 시리즈 대비 폼이 30%나 가벼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울트라부스트 팬으로서 매장에 줄을 서서라도 사려고 했다. 실제 착화감은 놀라웠다. 발을 감싸는 프라임 니트 재질이 마치 양말처럼 발을 감쌌다. 접지력도 좋고 발이 통통 튀었다.(참고로 사이즈는 5mm 크게 신는 걸 추천) 모두가 아디다스 러닝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반바지를 입기에는 쌀쌀했지만 햇살이 포근했다. 간단하게 몸을 풀고 파리 시내를 달렸다. 빠르지 않았다. 가벼운 조깅 페이스로 오르세 미술관을 지나 센느강을 달렸다. 이렇게 좋은 러닝화를 신고 파리를 달린다고? 살면서 ‘에디터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5km를 넘게 달렸지만 발은 뽀송뽀송했다. 피로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파리에 머무는 동안 하루 2만 보가 넘는 거리를 울트라부스트 라이트를 신고 걸어 다녔다. 발에 전혀 무리가 안 가는 것은 물론 신발이 예쁘다는 말을 2번이나 들었다.
다음날, 프랑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한다는 ‘INSEP’ 실내 트랙에서 아디다스의 나머지 제품들도 공개됐다. 아디제로 프라임X,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3, 아디제로 타쿠미 센 9, 아디제로 보스톤 11, 아디제로 SL의 새로운 컬러들이었다. 아디제로 시리즈는 요즘 러닝계에서 가장 핫한 신발이다. 아디제로 시리즈를 신은 러너들이 세계 메이저 마라톤 대회를 휩쓸었기 때문이다. 가장 눈길은 끈 건 아디오스 프로 3다. 실제로 주변 러너들의 적극 추천했기에 꼭 한 번 신어보고 싶었던 모델이기도 했다. 실제로 신어본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3 모델은 생각보다 더 가벼웠다. 그리고 안정적이었다. 환경을 생각해 갑피는 50% 이상의 재생소재를 썼고 아디다스 쿠셔닝 중 가장 뛰어난 탄력성으로 유명한 라이트스트라이크 프로 쿠셔닝이 삼중으로 들어가 있다. 발을 내디디면 저절로 튕겨져 올라올 정도로 힘 손실이 적었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3를 신고 INSEP 실내 트랙을 달렸다. 가벼웠다. 정말 가벼웠다. 약 3km 정도 되는 거리를 뛰면서 생각했다. ‘마라톤 대회를 나갈 땐 무조건 이 녀석을 신어야겠다’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난 기분이었다.
마지막 일정인 파리 하프마라톤 날이 다가왔다. 시차 적응도 안 됐는데 피로도 누적된 상황에서 잘 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무려 7만 명이 뛴다는 파리 하프 마라톤의 인기는 대단했다. 바스티유 광장에 수만 명의 러너들이 모였다. 나는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3를 신고 출발선에 섰다. 기록을 세울 생각은 없었다. 파리를 구경하며 천천히 달릴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몸이 가벼웠다. 급수대에서 물을 들고 바나나와 견과류, 초콜릿을 손으로 집어먹으며 포식했다. 화장실도 한 번 들렀다. 이렇게 즐기면서 달렸는데 1시간 42분의 기록이 나왔다. 평균 페이스는 4분 50초대. 심지어 다리도 멀쩡했다. 해외 마라톤의 들뜸과 좋은 러닝화가 만든 기록이었다. 다음 풀코스 대회에는 무조건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3를 신어야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한국에 오니 파리에서의 일정은 아득한 추억처럼 잊혀져 간다. 2023년 아디다스 러닝 글로벌 슬로건은 “지금 러닝에게 필요한 건 너뿐이야”다. 특별한 도구 없이 그저 마음가짐 하나면 충분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러닝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스포츠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면 된다. 그래서 ‘러닝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다’ 라는 말도 있다. 3월 19일 광화문에서 아디다스가 후원하는 서울 마라톤이 개최된다. 대회 전날에는 아디다스 러너스(AR) 멤버 1,000명이 모이는 ‘Shake Out Run’ 행사도 열린다. 이외에도, 대회 전날과 당일 엑스포에서 자이언트 트레드밀 챌린지, DPR LIVE와 비비가 함께하는 애프터 파티, 그리고 서울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한정판 제품 판매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아디다스가 러닝에 진심으로 밀어 부치고 있다. 진심은 언젠가 통하는 법이다. 이제 러너들도 아디다스에 열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