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느낀 내면의 감정을 담았다고 털어놓은 지민.
지민의 <FACE> 가 드디어 발매 됐다. 영화 <Like Crazy>를 보고 영감을 받아 타이틀곡을 쓰게 되었다고 밝힌 지민. (지민은 ‘Butter’ 활동 당시 이 영화의 OST를 아미에게 추천하기도 했었다.) 영화는 비자 문제 때문에 잠시 떨어져 지내야만 했던 커플이 다시 재회하지만, 여전히 회복할 수 없는 거리감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타이틀곡 ‘Like Crazy’뿐만 아니라, 앨범의 시작곡에 해당하는 ‘Face-off’부터 ‘Alone’까지. 앨범 수록곡들의 장르는 매우 다양하지만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메세지는 꽤나 분명하게 다가온다. 녹음을 하는 동안 무척 힘들었다고 소감을 밝혔을만큼 솔직한 감정과 생각이 응축된 앨범이다. 그래서일까. <FACE>라는 앨범은 방탄소년단 지민, 나아가 아티스트 지민과 인간 박지민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비로소 그가 자기표현에 솔직한 아티스트로 한발 더 나아가게끔 하는 앨범이 아닐까.
뮤직비디오에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은유적 메세지가 담겨있다. 장면과 플롯 속에서 곱씹을수록 공감되는 의미들이 더 많기에 파트별로 뮤직비디오의 몇 가지 장면들을 정리해봤다.
❶ “Baby, 생각하지 마 There’s not a bad thing here tonight” ❘ 덩그러니 홀로 무기력하게 엎드려 있던 지민의 방이 잠시 암전 되고, 불이 다시 켜지자 검은 물질이 방을 가득 채우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이가 지민을 이끌고 간다.
❷ “I’m feelin’ so alive, wasting time, I’d rather be Lost in the lights” ❘ 어떠한 손길을 따라 온 지민이 발견한 곳은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공간. 조금 어색하지만 이내 지민은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고, 모르는 사람들과도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순간적으로 즐거운 기분이 드는 것 같았지만 이내 스스로의 모습이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❸ “거울 속에 비친 나 하염없이 미쳐가” ❘ 뮤직비디오 속 거울이 있는 화장실과 복도는 지민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회고, 성찰의 공간이다. 클럽 화장실에 홀로 남겨진 지민. 평소답지 않게 자신이 무언가에 깊게 빠져버린 모습을 직시하게 된다. 술에 취했던가, 분위기에 취했던가⋯. 그런 역할을 하던 거울과 공간마저 어느 순간 분해되고 지민 곁에서 사라진다.
❹ “I wanna stay in this dream, don’t save me” ❘ 혼란을 거듭하기보다, 애써 이 꿈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러다 우연히 한 여자를 마주하게 되고, 여자를 마주한 지민에게는 어느 순간부터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열화상 카메라로 포착한 듯한 화면은 지민이 알고 싶지 않아도 타인의 적나라한 감정을 보이게 만든다. 그런 상황은 지민을 더 괴롭게 만든다. 팬데믹 시대에 생겨난 거리감 이후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 어쩌면 이 장면은 팬데믹 시대를 맞이한 우리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❺ “I need a way we can dream on” ❘ 혼자 서있던 복도마저도 검은 물질로 가득 차버리고, 수많은 사람들로 잠식 당해버렸지만 지민은 용기를 내어 자신만의 방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반대로 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꿋꿋히 걸어나와 다시 돌아온 지민. 아직 한쪽 손엔 검은 자국이 남아있지만.
무엇이든 열과 성을 다했던 것, 열렬히 쏟아 부었던 것, 진심이었던 것. 그 대상이 우주만물 무엇이간에 감정이 나갔다가 돌아오려면 기어코 홀로 곱씹으며 정리해야할 시간은 올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 시간에 대해서 지민의 노래와 이야기는 선물처럼 다가가지 않을까. ‘Set Me Free Pt.2’ 뮤직비디오 속 지민 몸에 새겨져 있던 릴케의 시 한 구절처럼. ‘한 마리 매인지 폭풍우인지 아니면 대단한 노래인지’ 단언할 수 없겠으나 – 점점 넓어지는 그의 원 안에서, 덕분에 누군가는 또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