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오가 무려 존 포드=데이빗 린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전기 영화’라고 단순하게 뭉뚱그려 표현할 수 없는 영화 <더 파벨먼스(The Fabelmans>. 보기 전후로 알아두면 좋을 소소한 팩트를 정리했다. 물론 오늘 <더 파벨먼스> 대신 <존 윅4>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러가도 괜찮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먼훗날, 이 영화를 꼭 보게 될테니 말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생과 세계관과 관련된 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인생 그대로의 영화와 관련된 다섯 가지 사실.
1.의도적으로 부모의 사 후(死後)에 제작했다.
사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보다 자전적인 영화가 나오기를 기다렸던 사람은 그의 어머니다. 생전에 언제 가족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거냐는 질문을 수없이 했다고한다.(그의 어머니는 2017년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어린 스필버그 감독에게 8mm 카메라를 선물했을 만큼 전폭적인 사랑과 지지를 보냈다. 어머니 역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가정을 위해 포기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감독은 영화를 이제야 만들었을까? 영화를 본다면 왜 감독이 부모의 사후에 제작할 수 밖에 없었는지 공감할 것이다. 우연히 스필버그가 자신의 카메라로 포착한 어머니의 비밀을 평생토록 둘만의 비밀로 남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스필버그는 “내가 이 이야기를 언제 할 수 있을지 알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고, 74세가 되어서야 ‘지금이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와중에도 본인의 주관적인 해석을 막기 위해 본인의 여동생과 외삼촌 등 남겨진 가족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2.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던진 질문이 영화 제작의 계기가 됐다.
영화는 사실 하나의 질문에서 우연히 시작되었다. 바로 장본인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오랫동안 작업해온 작가 토니 쿠슈너(Tony Kushner)였다. 때는 2005년, 두 사람이 영화 <뮌헨>을 작업하기 위해 모였을 때다. 작가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감독님은 어떤 계기로 연출을 시작하셨나요?”라고 우연히 입을 떼기 위해 내뱉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졌고, 답변을 들은 쿠슈너는 언젠가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꾸준히 이어진 대담은 영화 <더 파벨만스>가 됐다.
3.영화를 “4천만 달러 짜리 치유”라고 묘사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속에 감독의 유년 시절부터 19세까지의 과정을 생생히 담아냈다. 자료 수집부터, 가족 인터뷰까지 일주일에 3일, 4시간씩 미팅하며 토니 쿠슈너 작가와 감독, 매달린 결과물이다. 수 십 년간 제작, 연출을 해 온 감독이지만, 직접 각본, 연출, 제작까지 다 맡은 영화는 <A.I> 이후 20여 년만이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본인의 이야기이기에 감독의 ‘크루’도 함께했다. 존 윌리엄스(음악 감독), 야누즈 카민스키(촬영 감독), 마이클 칸(편집 감독), 릭 카터(프로덕션 디자이너)까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스태프들과 함께하며 만드는 과정 내내 행복감을 드러냈다. 감독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작업화하면서 “자신이 오랫동안 짊어지고 있었던 짐을 내려놓은듯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 영화는 내게 4천만달러짜리 치유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4.젊은 시절 부모의 모습으로 분장한 배우의 모습을 본 감독은 눈물을 흘렸다.
영화에는 스필버그라는 이름이 쓰이지 않는다. 대신 영화와 사랑에 빠지는 소년 ‘새미'(가브리엘 라벨)이 등장하며, 이들의 부모 ‘미치'(미셸 윌리엄스)와 ‘버트'(폴 다노)가 스티븐 스필버그 부모의 역할로 연기했다. 두 배우의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은 실제 스티븐 스필버그의 부모와 흡사하게 진행했다고. 그래서일까. 영화의 첫 장면을 촬영했던 여기서 실제 인물과 동일한 직업으로, 실제 인물이 등장한 사례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 뿐이다. 영화판에 입성한 샘이 마주친 거장 감독 역할로 등장한다.
5.주인공 이름 ‘파벨먼’은 연극용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인 영화인만큼, 참여하는 작가와 감독들 역시 모두 한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 그 중 한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온 작가 토니 쿠슈너. 특히 영화의 제목인 <더 파벨먼>의 ‘파벨먼’은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데, 극작가나 연출가가 쓴 줄거리이자 텍스트에 대한 해석을 강조해 극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도구를 의미하는 연극 용어 ‘파벨(fabel)’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우화(fable)의 영단어와도 발음이 똑같아, 감독의 이야기를 우화처럼 만난다는 뜻도 내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