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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안개 같은 가수 현미가 남긴 것들

2023.04.04박한빛누리

가수 현미가 향년 85세로 세상을 떠났다.

보고 싶은 얼굴 현미가 떠날 때는 말없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5세, 이촌동 자택에 쓰러져 있는 걸 팬클럽 회장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곧장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현미는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았다. 태어난 곳은 평양, 1950년 한국전쟁까지만 해도 평양에서 거주했다. 그녀는 1.4 후퇴 당시 피난을 가는 과정에서 부모님, 다른 6남매와 남쪽으로 내려왔다. 슬프게도 다른 어린 두 동생과는 헤어졌다. 그리고 60여 년이 지난 뒤에야 200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으로 동생들과 평양에서 재회했는데 이 모습이 전파를 타며 모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현미가 무대에 오른 건 20살 정도부터다. 1957년, 미 8군 무대를 통해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칼춤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지만 우연한 기회로 마이크를 잡으면서 본격적인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유명 작곡가 고(故) 이봉조를 만났다. 3년간 연애한 뒤 결혼, 1962년 발표한 ‘밤안개’로 큰 인기를 누리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남편 이봉조와는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 없이’, ‘몽땅 내 사랑’, ‘무작정 좋았어요’ 등의 히트곡을 함께했다. 그녀는 노래에 대한 애정이 뜨거운 가수였다. 2007년 데뷔 50주년 기자회견에서 “80년이든 90년이든 이가 확 빠질 때까지 노래할 거다. 은퇴는 목소리가 안 나올 때까지 할 것. 멋지고 떳떳하게 사라지는 게 참 모습”이라고 할 정도로 음악 활동에 열정을 보였다. 고인의 빈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해외에 있는 그녀의 두 아들이 귀국하는 대로 고인의 빈소가 차려질 예정이다.

에디터
글 / 박한빛누리(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