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업무 외에도 하기 싫은 것들이 투성인 사회생활, 무엇이 그토록 직장인들을 힘들게 할까?
아슬아슬한 농담을 억지로 웃어넘길 때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수직적인 구조의 조직 문화가 많다 보니 상사의 말에 대개는 토를 달기가 어렵다.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당연하거니와 심지어 시답지 않은 농담에도 긍정적인 리액션을 보여야 한다. 특히 외적, 성적인 불쾌한 농담을 할 때 정색과 함께 지적하고 싶지만 억지로 웃어넘길 때도 종종 생긴다. 상사와 직원의 관계를 떠나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하는 예의라는 것이 있다. 본인이 그런 농담을 들었을 때 과연 기분 좋게 넘길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라고 외치고 싶다.
상사와 동료에게 감정노동 해야할 때
직장인 스트레스 원인 1위로 ‘상사 및 동료와의 관계’가 꼽힐 만큼,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삶의 질을 좌지우지한다. 특히 평소 좋아하지 않는 직장 상사의 비위를 어쩔 수 없이 맞춰야 할 때 ‘이렇게까지 하며 이 회사를 다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자괴감이 든다. 직장을 다니면 다닐수록 당당하게 내 의견을 말하는 소신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초심과 마음 다짐은 자취를 감췄고, 남들에게 비겁해 보이는 초라한 모습만 남았다.
금요일에 회식 잡혀서 선약 취소할 때
왜 회식은 항상 금요일의 밤, 그리고 술이 함께해야 하는 걸까? 아마 술을 진탕 마셔도 다음 날이 토요일이니 모두에게 편하겠지 하는 생각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다. 같은 마음으로 금요일 밤은 가족과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보내고 싶다. 더욱이 일방적인 회식 통보로 인해 선약을 취소해야 하는 경우에는 짜증이 치솟는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다. 퇴근 후 야근을 하는 회식보다는 업무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한 회식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퇴근 후 회사에서 연락 올 때
업무 시간 외 생각 없이 연락해 닦달하거나 재촉하는 행동은 없어져야 한다. 분명 회사에는 정해진 업무 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본인 일이 끝나지 않았다고 해서 퇴근 후 시간이나 주말, 공휴일을 가리지 않고 연락하는 경우는 옳지 않다. 빨리 처리해야 하거나 긴급한 상황이라면 예외일 수 있겠지만, 다음 날 업무 시간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나 질문을 굳이 업무 시간 외에 자꾸 요청하면 이미 퇴근한 사람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이번 주말에 뭐 하냐고 물어볼 때
월화수목금 내내 업무와 그 외의 것들로 신경을 쓰고, 주말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 상사 혹은 동료로부터 공포의 한 마디가 들려온다. ‘이번 주말에 약속 있어?’라고 묻는 것은 제안을 하는 게 아니라 ‘일 없으면 나와’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아직도 그런 회사와 그런 동료가 놀랍게도 존재한다. 물론 친한 직장 동료에게는 편하게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지만, 직속 상사의 말을 거절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한두 번쯤이면 괜찮을 텐데 매번 그러면 지치기 마련이다. 힘든 평일을 보낸 뒤 누릴 수 있는 나의 주말을 통째로 빼앗기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