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새 드라마를 빚어가는 김명수의 절반과 연우의 절반

2023.05.23김은희

각자에게 던져진 숫자 그 의미.

왼쪽부터 | 셔츠, 니트 톱, 팬츠, 타이, 모두 드리스 반 노튼. 재킷, 보디 수트 셔츠, 팬츠, 타이, 모두 돌체&가바나.
셔츠, 타이, 모두 뮌. 레드 샤 원피스 몰리고다드 at 분더샵.
셔츠, 팬츠, 부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니트, 팬츠, 모두 프라다. 링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김명수

353 353이요? “3000만큼 사랑해”도 아니고 353에 어떤 의미가 있죠? 이거 읽어보라고요? “해병대 제1사단 제353호 상장 5월 모범 해병 병장 김명수”, 아니 이거 어디서 가져오셨어요? 예측 불허한 숫자예요. 상상치도 못 했어요. 바야흐로 1년이 되어가네요. 2022년 5월에 장병들 앞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어요. 좀 고리타분할 수 있는데 아이, 군대 얘기를 하면 이렇게 돼요. 결론적으로는 ‘건강한 생활을 하자’는 게 제가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였어요. 좋지 않은 군 문화는 척결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앞으로 우리가 사회에 나갔을 때 스스로 자부심이 있지 않을까, 그런 주제로 얘기를 했습니다.


18 저는 미성년 때부터 아이돌 생활을 시작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치열한 삶을 살아왔거든요. 가수 엘도 아니고 배우 김명수도 아닌 온전히 인간 김명수로서, 어떻게 보면 1년 반 정도 쉬어간다고 생각하고 입대했는데 오히려 뿌듯한 시간이 됐죠. 강연은 갑자기 명령이 떨어져서 했습니다. 하하하. 다만 상병을 대상으로 하면 좋겠다고 제가 의견을 냈어요. 중간자 입장인 상병이 기류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실세 같거든요. 그래서 사단에 있는 상병 1천여 명 총원 대상으로… 이거 뭐 계속 자랑하는 것처럼 되네요.


1 모든 이야기에는 과장이 들어가죠. 변칙적으로 말이 오가면 오갈수록 3개월 정도 먹었다고 했을 뿐인데 그게 반년이 되고 1년이 되는 경우가 있죠. 물론 1년 동안 김치찌개를 먹으라고 하면 그럴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긴 합니다. 솔 푸드예요. 하지만 1년 내내 그것만 먹지는 않죠. 이 기회에 1년 동안 김치찌개만 먹는다는 소문은 바로잡을 필요가… 아니 뭐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네요. 인생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면 되는 거니까.


1+ 검은색 옷 종류만 모으는 건, 그건 정말 사실입니다. 실제로 좋아하는 걸 잘 바꾸지 않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좋아하는 걸 베이스로 두고 잠깐잠깐 나갔다가 홈으로 돌아오는 거죠. 그런데 요즘 옷장을 보니 온통 검은색밖에 없는 거예요. ‘현타’가 왔어요. 다른 색깔에 도전해볼 필요가 있겠다. 검은색을 베이스로 두고 그레이도 샀다가, 차콜도 골라봤다가 그렇게 조금씩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7 획득하고 싶은 숫자요? 지금까지 길게 이야기했으니 이번에는 간단 라이트하게 넘어가겠습니다. 러키세븐. 행운을 얻고 싶습니다.


아뇨, 새 드라마(MBC <넘버스: 빌딩 숲의 감시자들>) 시청률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기대가 큰 건 사실입니다. 제대 후 첫 작품이고, 그만큼 열심히 촬영하고 있고, 여러모로 최선을 다해서 심혈을 기울이는 작품 중 하나예요. ‘러키세븐’이 되면 너무 좋겠죠. 그렇지만 인생은, 시청률은 신의 영역이고, 제가 하는 만큼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그냥 웰메이드 작품이 되면 좋겠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적어도 나 스스로는 후회 없도록 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면 그래도 행운의 근사치에 가지 않을까 싶어요. 로또가 아닙니다. 소소하게 유지되는 것들, 그게 제게는 행운이에요.


67 스마트폰 배터리 용량으로 빗대자면 오늘 아침 제 체력은 17퍼센트 정도였는데요, 저는 내일의 에너지를 끌어 쓸 수 있습니다. 절반쯤 끌어와서 67퍼센트로 만들었어요. 드라마 촬영 끝나고 새벽 3시 반에 집에 도착해서 씻고 누우니 금세 5시더라고요. 오늘 화보 촬영이라고 눈이 또 금방 떠졌어요. 운동하러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다가, 가면 그래도 하게 되니까 일단 몸을 움직여봤거든요. 결국에는 해내고 왔습니다.


14 예전에는 제가 풍부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죠, 네. 그런데 이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마음보다도, 14년 동안 일을 해오면서 느끼는 건 ‘나로 인해 주변 사람이 웃고, 행복하고, 삶의 원동력을 조금이라도 얻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져요. 그래서 단지 좋은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풍부해지고 싶다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이려나요?


50 만약 1로 갈수록 화려하고 100으로 갈수록 수수하다고 한다면 50, 저는 중간 정도의 사람 같아요. 저는 1의 사람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100의 성향이에요. 다만 1의 상황이 되어야 할 때 될 수 있는 사람이죠. 그래서 그 중간, 딱 중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해요. 언제 어디로든 향할 수 있는. 색깔로 치면 항상 하얀색인 거죠. 흰색의 도화지에는 어떤 색을 입혀도 그 색이 되잖아요.

레터링 시스루 셔츠, 베르사체. 이너 톱, 와이씨에이치. 볼 캡, 아미. 진주 이어커프, 르블루.

연우

28 드라마 시놉시스에는 제가 맡은 역할 연아가 20대 후반이라고만 설정돼 있는데, 저는 제 나이랑 같다고 여기고 있어요. 스물여덟. 스물여덟의 연아 말고 실제 제 모습요? 사실 어릴 때 저는 이 나이쯤 되면 너무너무 멋있는, 완전 장난 아닌 어른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스무 살 때랑 똑같은 것 같아요. 목소리 조금 바뀐 것 말고는. 어릴 때 친구들 만나면 항상 그래요. 왜 우리 아직도 애 같지?


0 어른이란 뭘까요? 그러게요. 이런 얘기 안 하는 사람이 어른이겠죠? 어른 되고 싶다거나, 어른이 아니고 싶다거나, 이런 얘기 안 하고 신경 안 쓰는 사람.


90 맞아요. 초등학생 때 충청북도 음성군 갑산리에 살았어요. 동네 사람들끼리 다 알고 인사할 정도로 작은 마을이었어요. 태어난 곳은 서울인데 외할머니 댁이 그쪽이라 어릴 때부터 자주 오가다가 살기 좋은 동네라서 가족이 아예 이사했어요. 하루에 버스가 6대 왔거든요. 그거 놓치면 학교까지걸어갔는데 1시간 30분 걸렸어요. 그런 날은 선생님이 지각 처리도 안 하
셨어요. 버스가 없어서 어쩔 수 없었으니까. 왜 그렇게까지 학교에 갔냐고요? 그때 제가 육상부여서 학교 안 가면 큰일 났거든요. 흐하하하하. 학교 안 가면 그날 연습을 못 하잖아요. 그럼 다음 날 학교 운동장보다 더 큰 종합운동장에 가서 더 많이 연습해야 했어요. 버스도 몇 초 차이로 놓친 건데아깝잖아요. 그래서 그냥 걸어갔어요. 학교 끝나고 집에 올 때도 운동하거
나 놀다가 버스 놓치면 걸어오고.


13 전학 첫날 체육복 입은 선생님이 오시더니 언니와 저한테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뛰어볼래?” 하셔서 뛰었어요. 어릴 때부터 언니와 저 둘 다 키가 좀 컸어요. 반 친구들 평균 키보다 10센티미터 정도는 컸을 거예요. 언니에게는 “그래, 들어가라” 하시고 제게는 혹시 뛰어볼 생각 있느냐고 그러시는데 재밌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육상부는 학교 수영장을 마음대로 쓸 수 있었거든요. 수영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재밌었어요. 그때 100미터를 13초대에 뛰었나? 다시 서울로 전학하게 됐을 때 선생님이 부모님께 다빈이, 제가 본명이 다빈이거든요, 다빈이는 두고 가시면 안 되냐고, 프흐흐. 육상 꿈나무였어요, 꿈나무. 지금은 50미터만 뛰어도 다리가 잘 안 움직여요.


15 영화 <스윗 프랑세즈>를 얼마 전에 또 봤어요. 한 서너 번 봤나? 거기 나오는 피아노 곡이 좋아서 전자 피아노도 샀어요. 연습하고 있는데 아직 잘 못쳐요. 제가 치는 걸 보고 다들 어제 배웠냐고 그래요. 좀 됐는데. 그래도 아직 피아노 안 팔았어요. 발 안 뺐습니다. 그런가 봐요. 육상도 그렇고, 일단 해보는 데 크게 두려움은 없어요. 일단 해보지 뭐. 제가 우울함이 15분도안 간다고 말했다고요? 정정할게요. 15초도 안 가요. 딱히…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돌아서면 탁 털어버려요. 뭐 어떡해.


100+ 요즘 자랑할 만한 기록… 저의 기록이라 할 만한 것은 게임밖에 없어서, 프흐흐. 제가 얼마 전에 오버워치 마스터에 갔습니다. 마스터보다 한 단계 더 높으면 100위권 안에 드는 톱 랭커가 되는 거고, 저는 그 전 단계인데요, 요즘 계속 촬영하느라 다시 훅 떨어졌어요. 저는 탱커예요. 제일 최전선에서는 캐릭터예요. 기가 막히잖아요, 공격이든 수비든 제일 앞장서서 시원 시원하게 돌격하는. 힐러(후방에서 치료해주는 캐릭터)일 줄 알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저는 탱커입니다.


30 획득하고 싶은 숫자…<넘버스>를 찍고 있지만, 그런데 저는 숫자가 너무 피곤해요. 질문을 들었을 때 바로 생각난 건 어떤 순위적인 측면이거든요? 비록 제가 취미 생활에서는 마스터 등급까지 올랐지만(웃음), 그런데 무언가 순위를 매기는 경쟁 면에서는 별로… 문득 생각난 건데 저희 집 고양이들이 서른 살까지 살았으면 좋겠어요. 몸이 아픈 상태로 제게 왔는데,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서른 살짜리 고양이를 봤거든요. 사람으로 치면 150세정도 장수한 셈일 거예요. 그걸 보면서 우리 고양이들도 서른 살까지 살았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50 게이머일 때의 저는 마스터지만 현실에서는 음, 마스터 아래 아래인 플레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등급으로 따지면 50 정도? 갈 길이 멀다는 거죠.시작이 반이니까 시작해서 반은 왔는데, 갈 길이 정말 정말 멀다고 요즘 느끼거든요. 내가 부족하다 혹은 잘났다 이런 개념이 아니고 그냥 갈 길이 멀어요. 갈 길이 어디냐고요? 인생.

왼쪽부터 | 레더 재킷, 탱크톱, 모두 보테가 베네타. 셔츠 드레스, 블레이저, 모두 알렉산더 맥퀸.
포토그래퍼
강혜원
피처 에디터
김은희
헤어
세희. 강도희
메이크업
전민지, 김예지
어시스턴트
황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