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어딘가 이상하고 제대로 된 대화가 아닐지라도 나름대로의 이유와 애정이 담겨있다. 얼핏 대화창만 보아도 같은 피가 흐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현실 형제자매들의 카톡 대화.
사실과 필요에 기반해 대화한다
밥은 먹었냐, 지금 뭐 하냐, 내일은 뭐 하냐, 영화 보냐, 오늘은 누구 만냤냐 등 형제자매에게 있어 감정을 교류로 이어질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다. 간단명료하게 사실을 전달하고 필요를 해결하는 말만 하고 끝내는 것이 진정한 형제자매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용건이 없으면 연락하는 일도 없어 장시간 동안 카톡을 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대다수이다. 뒤에 물음표가 없는 이상 별다른 대답도 보내지 않는다. 때로는 쿨함을 넘어선 추위가 느껴지기도 한 카톡 유형이다.
물건이 사라졌을 때 득달같이 달려든다
옷, 신발, 가방, 모자 등 사라진 물건의 범주는 넓지만 범인은 오로지 한 명, 형제자매 뿐이다. 실제로 만나서 말로 다투는 것보다 카톡 대화에서 더 신랄하고 피 터지게 다툰다. 온몸의 분노와 짜증을 담아 한 문장 한 문장 보내지만 절대 지지 않는 상대방 덕분에 대화를 할수록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져만 간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두고 보자는 식으로 싸우지만 얼마 안 가 또 똑같은 문제로 다시 싸우게 된다는 게 함정이다.
모음 없이 자음으로만 대화한다
형제자매 사이에 굳이 모음은 필요가 없다. 마치 둘만의 암호를 주고받는 듯 자음으로만 대화해도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따라서 긴 대화보다는 ‘ㅇㄷ(어디야)‘, ‘ㅁㅎ(뭐해)‘, ‘ㅇㅃㄴ?(엄마아빠는?)’ 등과 같은 아주 간단한 대화들만 오갈 때 자주 쓰인다. 남들이 보기엔 자음으로만 보낼 필요가 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 형제자매들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편리한 대화는 없다. 효율성을 최대한으로 높여 빠르게 대화를 끝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탁 있을 때만 친절하게 대한다
괜히 쓸데없이 친절하게 오는 카톡을 보면 의심부터 하게 된다. 그러나 백이면 백 그 의심은 틀리지 않는다. 평소에는 연락 한 통이 없다가 부탁이 있을 때만 되면 세상 다정한 형제자매로 변해 어떤 부탁을 하는 걸까 무서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어떤 부탁을 하더라도 형제자매는 그 일을 직접 해결해주려고 나선다. 이후 부탁을 들어주면서 다정해진 사이는 얼마 못 가 다시 원점이 된다는 게 문제지만…
-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