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의 고유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투리는 매력적인 말투다. 각 지역별 사투리는 어떤 특징과 특색을 가지고 있을까?
나긋나긋, 서울/경기
가장 기본이 되는 표준어, 즉 서울과 경기도의 말은 왠지 모르게 차분하고 담백한 느낌이 든다. 태어나면서 줄곧 수도권에만 살았던 사람은 표준어가 어떤 느낌을 자아내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듣기엔 상대적으로 억양이 세지 않고, 음이 높낮이가 일정한 편이기 때문에 표준어 특유의 나긋나긋한 느낌이 낯간지럽다고 느끼는 경우도 더러 있다. 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대화에 있어서 돌직구보다는 돌려 말하는 방법을 자주 쓰기도 한다.
느리게 돌려서, 충청
느릿함으로 대표되는 충청도 사투리는 말을 할 때 서두르지 않고 평온하면서 전체적으로 온화한 느낌을 준다. 말하는 속도가 느리기보다는 말끝을 길게 늘어뜨리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특히 충청도식 화법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과 속뜻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문을 쾅 닫았을 때, 충청도 사람들은 ‘문을 그렇게 세게 닫으면 안 된다’는 말 대신 “그렇게 닫아서 문이 부서지겠냐’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처럼 잘못을 했을 때 대놓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재치 있게 돌려 말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거북함을 느끼진 않지만 눈치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속절없이 소통이 단절될 수도 있다.
슴슴하고 희미한, 강원
강원도 사투리의 특징은 뚜렷한 특징이 없는 게 특징이다. ‘~더래요’와 같은 희미한 악센트가 재미있어서 따라 하고 싶은데, 꼭 집어 따라 할 포인트를 잡지 못해 흉내 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강원도는 전 지역이 같은 사투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강원도 북쪽은 북한 사투리에 가깝고, 남쪽은 경상도 사투리, 서쪽은 충청도 사투리, 서울/경기도와 가까운 춘천이나 원주의 경우는 거의 표준말을 사용한다. 오죽했으면 강원도 출신이 경상도나 전라도 등 사투리 억양이 센 지역으로 내려가면 서울이나 수도권 사람인 줄 안다는 말도 있다.
리드미컬하고 구수한, 전라
전라도 사투리는 표준어와 비교했을 때 억양의 차이가 가장 크다. 문장 끝에 ‘~잉’, ‘~부러’, ‘~당께’ 등과 같은 말을 사용해 구수한 느낌을 자아낸다. 전라도 사투리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방언들에는 ‘아따’, ‘오메’, ‘허벌나게’, ‘해부러’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방언은 ‘거시기’다. “내가 어제 거시기랑 거시기 하다가 거시기한테 거시기 했는데 거시기 해브렀다”처럼 쓰이기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거시기만 넣어도 전라도 사투리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강하고 압축적, 경상
자칫하면 아무 뜻 없어 보이는 ‘가가가가’라는 문장도 경상도 사투리로 해석하면 “그 아이가 그 아이니?”라는 뜻이다. 즉 성조가 있는 중국어처럼 높고 낮음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져 때로는 거칠지만 자꾸만 듣고 싶은 매력을 지닌 것이 경상도 사투리의 특징이다. 동시에 ‘가가가가’에서 볼 수 있듯, 놀라운 요약 기능도 갖추고 있다. 특히 사랑 고백에 있어서 긴 문장 필요 없이 “니 내 좋나?”라고 짧고 굵게 마음을 표현할 수도 있다.
번역기가 필요한, 제주
‘혼자옵서예’라는 방언으로 유명한 제주도 사투리는 타 지역의 사투리와는 달리 알아듣기 어려운 사투리를 사용한다. 실제로 타지 사람들이 제주 방언을 들으면 높은 확률로 당최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한다.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아래아가 발음상에 남아있으며, 대부분의 말이 짧은 줄임말로 되어있다. 단어부터 시작해 낯선 표현들이 많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이국적인 제주도의 분위기를 한층 더 살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참고로 제주 방언으로는 ‘감저’가 고구마고 ‘지슬’ 혹은 ‘지실’이 감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