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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에서 원숭이를 볼 수 있는 ‘인터컨티넨탈 다낭’

2023.07.27김은희

어떤 공간은 그 자체로 여행이 된다. 인터컨티넨탈 다낭이라는 목적지.

야외 풀에서 본 인터컨티넨탈 다낭 풍경. 최소한의 형태로 산기슭 자연 품에 있다.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공간이 있다. 그 리스트에 인터컨티넨탈 다낭을 적어두기에 모자람이 없다. 2012년 오픈과 동시에 베트남 럭셔리 리조트의 대명사가 된 그 이름이 1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들려온다는 사실은 놀라운 동시에 놀랍지 않다. 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이나 서비스가 보기 좋지않게 나이 들어가는 호텔의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고, 후자는 인터컨티넨탈 다낭은 그런 사례들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역행하는 생동은 이곳에 발 디디는 순간 선명해진다. 어째서일까. 인터컨티넨탈 다낭이라는 여정을 마치는 마지막 날, 테라스에서 바이박 Bai Bac만을 오가는 작은 고깃배와 카누를 타는 이름 모를 여행객을 바라보며 적은 여행 일지를 옮긴다.

자연 NATUREㅣ테라스 나무 난간 위로 원숭이 세 마리가 건너가다 앉는다. 가족인지 친구인지 모를 세 마리는 도리어 당황한 나를 빤히 바라보다 꽃나무 가지를 계단 삼아 숲으로 사라진다. “무성하게 우거진 리조트 정원은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라는 소개대로, 이곳은 선짜 Sơn Trà 반도의 자연 보호 구역에 산기슭을 따라 자리한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고유 동식물 종을 보호하려는 이곳의 노력은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해 녹음은 더 짙어지고, 신선함이 울창하다. 나뭇잎이 흔들린다면 그것은 바람과 원숭이가 지나가는 흔적이다. 자연을 매매한 것이 아닌, 조심스레 빌려온 모양새에 평온해진다. 운이 좋으면 붉은 정강이 두크 가족도 볼 수 있다. 붉은 바지를 입은 듯한 다리, 흰 수염의 산타클로스 같은 원숭이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지만 이곳 인터컨티넨탈 다낭이란 숲에서는 안전하다.

예술 ARTㅣ인터컨티넨탈 다낭에는 묘한 재미가 있다. 뜯어볼수록 새로운 건축과 인테리어다. 이곳은 럭셔리 리조트 건축의 대가 빌 벤슬리의 작품 중 하나로, 팬데믹으로 모두 문을 걸어 잠그는 동안 인터컨티넨탈 다낭은 오히려 10년 만의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원 건축가인 빌 벤슬리와 함께. 그는 “The Odder, The Better”, “More Is More”라는 철학으로 저명한데, 더 이상한 건 그 모든 ‘Odd’와 ‘More’가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베트남 전통 사찰을 모두 방문, 조사한 후 적용한 소재와 컬러와 파사드, 그 사이를 채우는 디테일(윤기나는 목재로 마감한 바닥은 욕실도 다를 바없다. 물방울 따위 두려워하지 않는 목재란. 자연 소재를 한껏 끌어왔다)은 매일 새로운 면면이 눈에 들어올 만큼 방대하고 촘촘하다. 그 어떤 낡음도, 고루함도 느껴지지 않는 건축적 클래식.

서비스 HOSPITALITYㅣ산발적인 매력을 아우르는 점은 무엇보다 호텔의 기본, 환대의 정신이다. 서울의 어느 고전적인 호텔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때, 어느 호텔 전문가는 오랜 시간 단련된 호텔리어, 양질의 서비스 역시 사라진다는 사실을 그 무엇보다 아쉬워했다. 하루를 묵든 이틀을 묵든 내 이름과 어제 내가 조식 레스토랑에서 앉은 자리와 선호하는 음료 취향을 기억하는 성실한 환대와 마주한 일이 얼마 만인가. 가장 기본, 그러나 보기 드물어진 그것이 이곳엔 살아 있다. 여행을 여생에 남게 만드는 기쁨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