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멋지고 자유롭게. 말본 골프의 창립자 스티븐 말본이 만든 새로운 골프 스타일이다. 말본 인비테이셔널 이벤트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아주 가볍게.
먹구름이 머리 위까지 내려 앉은 어는 날, 인천의 한 골프 클럽에서 144개의 골프 백이 골프 카트에 실리고 있었다. 곧 말본 골프의 첫 번째 말본 인비테이셔널이 시작될 참이었다. 뼛속까지 말본으로 단장한 VIP 게스트, 골프에 애정도가 남다른 셀럽 등 스타일과 취향이 좋은 골퍼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날 사람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건 말본 골프의 창립자 스티븐 말본. 최근 몇 년간의 골프 신드롬과 뉴 에라를 동시에 실현한 인물이다. 그의 시타와 함께 본격적인 플레이가 시작됐다. 예상대로 요란한 소나기가 내렸지만, 참가자들은 개의치 않고 이 순간을 즐겼다. 멋진 골프 코스와 뜻밖에 만난 완벽한 골프 버디까지. 이 모든 것의 시작인 스티븐 말본을 만났다.
GQ 첫 번째 말본 골프 인비테이셔널은 어땠나요?
SM 골프를 사랑하고 취향과 개성이 확실한 사람들이 모인 골프 행사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좀 더 예의를 갖췄고, 덕분에 너무 시끄럽지도 유치하지도 않았죠. 잭 니클라우스 컨트리클럽이라는 점도 한몫한 것 같아요. 말본 골프 코리아의 매끄러운 진행 또한 인상적이었고요.
GQ 오늘의 게스트가 한국의 말본 골프 스타일이에요. 미국의 말본 스타일과 무엇이 다른가요?
SM 말본 스타일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 힙하고 캐주얼하며 자유롭죠. 한국이 약간 더 하이앤드인게 조금 다르네요.
GQ 한국 진출이 이렇게 성공할 줄 알았나요?
SM 처음에는 한국과 일본이 말본에 관심을 보였어요. 지금은 중국과 홍콩,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러브콜이 있어요. 한국의 성공으로 말본의 글로벌 시장이 커졌습니다. 한국과의 협업 제품을 미국에 소개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요.
GQ 말본 골프의 등장으로 인해 골프장의 모습이 아주 많이 달라졌어요. 무엇보다 골퍼들의 나이가 어려졌죠. 그들을 골프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말본 골프의 매력은 뭘까요?
SM 그들은 골프 선수처럼 정형화된 옷을 입는 게 싫었을 거예요. 저처럼요. 말본 골프로 인해 비로소 골프장에서도 개성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음악이나 아트, 패션을 골프와도 접목시킬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GQ 예전엔 비지니스맨인 아버지가 유일한 골퍼였죠. 지금은 뮤지션, 아티스트, 모델, 심지어 아이돌도 골프에 빠져 있어요. 골프의 매력이 뭘까요?
SM 골프는 아주 어려운 스포츠에요. 끝이 없죠. 크리에이터들은 한 가지 일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데 익숙해요 .그 시간과 열정을 골프에 쏟는 거죠. 또 다른 흥미로운 일을 하는 것 같을 거예요. 그러다 실력이 느는 순간을 맛보면 골프에서 벗어나질 못 해요.
GQ 타투, 조거 팬츠, 버킷 햇, 쇼츠, 하이톱 스니커즈. 골프장에서 천대받던 것들이 이젠 말본 스타일이라고 불려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SM 뉴욕 스트리트 컬처가 많은 영향을 줬어요. 평소에 입는 오버사이즈 배기 팬츠는 골프장에서도 불편하지 않아요. 한국에선 버킷 햇이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골프 아이템이예요. 그런 걸 지금의 유행과 접목시킨 게 말본 골프죠.
GQ 보데가, 아메리칸 씨엘, 미스터 포터 등 골프 브랜드를 패션 편집숍에서 보게된 것도 말본 골프가 가져온 변화죠. 이제 말본은 패션 브랜드인가요?
SM 정확히는 골프에서 영감 받은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고 할게요. 랄프 로렌이 폴로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요. 랄프 로렌을 입는 대부분이 진짜 폴로를 하진 않잖아요. 나는 가족과 친구가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요. 골프장에 갈 때, 집에서 골프 채널을 볼 때도 입을 수 있는 옷.
GQ Cool, young, free, street. 골프와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이제는 말본 골프를 볼 때 생각나는 단어가 됐죠. 여기에 더하고 싶은 단어가 있나요?
SM Light. 사실 골프는 아주 진중한 운동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가볍고 편해질 필요가 있어요. 플레이는 진지하게, 스타일은 가볍게.
GQ 말본 골프 뉴스레터를 쉴 새 없이 받아요. 그중에서도 협업 소식이 가장 많았던 것 같아요. 골프 브랜드부터 스피커, 위스키, 맥주 그리고 요트와 스키까지. 말본의 협업에 어떤 기준이 있나요?
SM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사랑하고 존경하는 브랜드요. 코카콜라, 버드와이저, 걸 스케이트보드처럼 골퍼가 메인 타깃이 아닌 브랜드죠. 그들에게 골프는 쿨하고 멋지고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협업을 제안해요. 다른 하나는 테일러메이드, 풋조이, 나이키 골프 같은 골프 브랜드입니다. 이런 전통적인 브랜드가 여전히 건재하고, 말본과의 협업으로 생각보다 유연한 골프 브랜드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통 골프 브랜드를 지지하면서 골프의 대중화를 위해 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GQ 슈프림이 있는 페어팩스에 첫 스토어를 열었고, 뉴욕 소호 스토어 옆에는 새러데이 NYC가 있어요. 최근에는 멜로즈 스토어가 생겼죠. 이런 쇼핑 메카에 골프 브랜드가 들어설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가요?
SM 고루한 골프 브랜드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페어 팩스로 갔어요. 아주 좋은 선택이었죠. 페어팩스가 마니아가 찾는 동네라면 뉴욕 소호는 코스모 폴리탄 쇼퍼의 성지죠. 그래서 골프에 조금 더 집중한 스토어로 만들었어요. 지금은 마이애미 코코넛 그로브에 스토어를 준비 중이에요. 얼마 전엔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파인허스트도 방문했어요. US 오픈이 열릴 곳인데, 작지만 인상적인 말본 스토어가 곧 들어설 거예요. 말본 스토어는 패션 스폿이냐 골프 스폿이냐의 차이겠지만, 이것도 일종의 협업이라고 생각해요.
GQ 요즘 골프장에서 가장 많이 보는 얼굴이 말본의 버킷이에요. 캐릭터를 수시로 바꾸더라고요. 마스터즈 재킷을 입은 타이거 우즈였다, 한국의 호랑이도 됐다가, 토끼 모자를 쓴 여자친구도 있는 것 같고요. 말본에게 버킷은 어떤 의미인가요?
SM 저의 또 다른 자아요. 카우보이, 힙합 뮤지션, 곰으로도 바뀌죠. 랄프 로렌의 폴로 베어와 같은 존재예요. 버킷에 코스튬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마스코트가 바뀌죠.
GQ 랄프 로렌 이야기를 많이 하네요.
SM 랄프 로렌은 가장 미국적인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입니다.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요. 시작은 조용했지만 지금은 미국 패션 브랜드 제국을 완성했죠. 제 주변에 랄프 로렌 후디만 입는 사람도 있어요. 신제품이 출시되면 오픈런을 하는데, 이런 사람이 꽤 많아요. 스키, 테니스, 골프, 세일링 같은 스포츠를 접목하기도 하는데, 말본 골프가 지향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GQ 한국에는 두 가지 말본 골프가 있습니다. 스티븐 말본의 말본, 한국에서 만드는 한국 말본. 후자의 경우 당신은 얼마나 관여하나요?
SM 무드 보드, 로고, 아트워크, 컬러 등을 최대한 공유합니다. 같은 종류지만 한국 스타일을 반영한 아이템을 만들기도 하죠. 비주얼 작업에도 오리지널 말본 스타일을 잃지 않기 위해 재능 있는 한국의 팀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합니다.
GQ 말본 골프가 PGA나 US 오픈에 출전하는 슈퍼 히어로 골퍼들을 위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미스터 말본이 되길 바라는 선수가 있겠죠?
SM 이민우. 한국계 호주 선수죠. 고글 선글라스에 긴 헤어, 조던 골프화에 수염이 꽤 거친데 아주 멋져요. 어릴 때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타서 그런지 평소 스타일도 굉장히 쿨하죠. 앤서니 킴도 좋아해요. 한국계 미국 선수인데 A.K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고, 평소 큰 버클 벨트가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둘 다 아주 뛰어난 골프 선수이지만 다른 선수들과 골프 바이브가 다른 것 같아요.
GQ 그런 면에서 노예림 선수는 좋은 선택이었어요. 어떤 계기로 미스 말본이 되었나요?
SM 협업 때문에 에비앙에 가게 됐는데, 그때 처음 만났어요. 5년 전인데, 그녀가 루키였을 때죠. 우리에게는 스테판 커리라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저는 그와 친구 사이였고, 그와 그녀는 골프 치가 같았어요.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긍정적이고 다정 하고 밝은 면이 말본과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GQ 당신의 영원한 버디인 아내와 함께 말본 골프를 이끌고 있어요. 그녀에게는 어떤 계획이 있나요?
SM 미국 말본 골프에는 여성 컬렉션이 없어요. 곧 아내 에리카가 말본 골프 우먼스 라인을 디자인하고 론칭할 예정이에요. 골프와 테니스가 가능한데 미스터 말본보다 세련되고 성숙한 스타일입니다.
GQ 수많은 골프 브랜드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말본을 추종하거나 닮은 브랜드도 많고요. 말본은 뒤돌아보게 만드는 브랜드가 있나요?
SM 모두 다요. 과업을 이루려면 군대가 필요하듯 골프 문화를 바꾸려면 수많은 브랜드가 있어야 하죠. 한국, 일본, 미국, 호주, 영국같은 골프 강국의 브랜드 사이에서 자극과 영감을 받아요. 그들이 모여 골프에 대한 창의적인 열정을 나누며 문화를 바꿀 수 있어요. 그래서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GQ 버지니아, 콜로라도, 애틀랜타, 뉴욕, 엘에이, 그리고 페블 비치. 다양한 도시에서의 삶이 지금의 말본 골프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SM 버지니아에는 바다와 스케이트보드, 콜로라도에는 스노보드와 히피가 있었습니다. 애틀랜타에는 음악과 패션, 뉴욕과 엘에이는 말할 것도 없고요. 지금 사는 페블 비치에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골프 코스 그리고 고래와 해변도 있습니다. 도시와 자연에서의 경험이 말본의 디자인으로 해석되는 것 같아요. 보트나 요트를 타고 골프 코스에 갈 때 입을 옷을 상상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죠.
GQ 일요일마다 PGA 경기 채널을 보며 자라온 당신에게 LIV 골프는 어떤 건가요?
SM 결과적으론 골프 컬처에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치적, 이념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있었죠. 하지만 리브가 PGA를 긴장하게 만든 건 사실입니다. 3년 전에 PGA 협회의 문을 두드린 적이 있었는데 거절당했어요. 그런데 리브 골프 이후로 PGA에서 반대로 저에게 제안을 했어요. 리브 골프가 PGA의 빗장을 여는 계기가 된 거죠.
GQ 자유분방함 속에 본인의 골프 철칙이 있나요?
SM 끊임없이 연습해요. 특히 라운딩 전에 충분히 연습해야 필드에서 편한 플레이를 할 수 있어요.
GQ Invest in Golf. 말본 골프의 슬로건이죠. 그래서 골프에 시간과 노력과 돈을 얼마나 투자했어요?
SM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많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