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가 부릅니다. <도망가자>.
아는 척 하는 사람
이 남자 혹시 나선욱인가? 아는 형님의 아는 동생의 아는 사장님에 아마 지나가는 개를 봐도 아는 개라고 할만큼 어디만 나갔다 하면 그렇게 아는 지인이 많았다. 물론 아는 사람이 많은 건 좋은 거지 나쁜 게 아니다. 그런데 왜 문제가 되냐고? 맨날 아는 지인 얘기만 하는 남자를 만나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이 사람 알아?” 손수 사진을 보여주는 것도 모자라 그 지인이 키우는 강아지가 감기에 걸렸다는 개인적인 비보까지 말한다면? 한 두 번이야 재밌지 이게 몇 달 째 반복되고 있을 때는 우리가 데이트를 하는 건지 호사가 모임을 하고 있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는 아는 형님이 여자친구한테 잠수이별을 당한 거는 알고 있지만 아마 곧 본인이 잠수이별을 당할 거라는 건 모르나 보다. (C, 28, 여)
쿨한 척 하는 사람
친구들과 어쩌다 늦은 시간까지 놀게 될 때도 심지어는 친한 여사친과 밥을 먹으러 간다고 할 때도 웃으며 보내줄 만큼 내 여자친구는 쿨했다. 전에 만났던 여자친구들은 1차에서 2차로 옮기는 것까지도 보고해주기를 원했는데 온전히 나를 믿어주는 여자친구를 보며 이번에는 참 잘 만났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런 줄만 알았고 그렇기를 원했지만 여자친구의 인스타그램 검색 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여태 만난다고 말했던 친구들을 검색해본 거는 당연하고 말도 꺼낸 적이 없는 전 여자친구의 계정은 대체 어떻게 알아낸 건지 그것마저 찾아본 흔적이 모조리 남아있었다. 여태 코난과 사귀고 있었던 걸까? 사설탐정과의 연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에 이중적인 그녀와의 관계를 관둘 수 밖에 없었다. (L, 26, 남)
괜찮은 척 하는 사람
“난 다 괜찮아!” 여자친구는 10살 차이 나는 연하다. 내가 나이가 많기도 하고 본인은 우유부단한 편이라 오빠가 리드해주는 게 좋다던 그녀의 말에 항상 데이트 코스는 내가 짜는 편이었다. 그 날은 그녀가 좋아하던 백숙 집에 간 날이었다. 잠깐 화장실을 간 사이에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복날에 백숙 먹자는 아저씨 ㄹㅈㄷ(레전드)” 남들 다 치킨 먹는 날에 또 백숙이라며 그녀는 친구들에게 내 험담을 했고 그 뒤로는 차마 눈물없인 볼 수 없는 내 욕들이 신랄하게 펼쳐지고 있더라. 자리에 돌아온 그녀는 나를 향해 활짝 웃었지만 센스 없는 아저씨는 뚝배기에 얼굴을 박은 채로 누룽지만 떠먹을 수밖에 없었다. 100일 기념으로 예약했던 솥뚜껑 닭볶음탕을 얼른 취소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K, 34, 남)
좋아하는 척 하는 사람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벌어질 지 모르는 이야기니까 잘 들어라. 우리는 매주 주말이면 손을 꼭 붙잡고 데이트를 했고 조금 부끄럽지만 집에 보내기 전이면 굿바이 뽀뽀까지 하는 사이였다. 그만큼 사귀는 거나 다를 것 없는 연애 직전의 썸이였다. 고백받는 날만 기다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네 썸남 지금 다른 여자랑 있는데?” 친구가 보내온 사진을 보니 영락없는 그였다. 당연히 이게 뭐냐고 따져 물었다. “네가 내 여자친구야?” 어제까지만 해도 보고싶다며 애교를 부리던 그가 갑자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차갑게 나오는 모습에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이 세상에는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손도 잡고 뽀뽀도 하는 남자들이 존재한다. (S, 29,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