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냐와 엘더 스테이츠먼이 바라보는 곳.
제냐의 모든 길은 오아시 제냐에서 출발한다. 제냐 재단이 20년 동안 3천만 평의 산에 5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만든 공공 생태공원. 브랜드의 창립자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1930년부터 이탈리아 북부 비엘라 지역 트리베로에 설립한 제냐의 울 공장 부근에 위치한 숲을 재건하고 보존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오아시 제냐는 제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사람과 기계,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상징이다.
제냐는 이러한 가치를 2023 가을 겨울 컬렉션에도 고스란히 녹여냈다. 완벽을 향한 열정,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 책임감 있는 발전,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담은 오아시 캐시미어 컬렉션이 바로 그것. 제냐의 수장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원단을 짜는 단계부터 마감 처리까지 모든 제작 과정을 인하우스에서 진행하기에 다양한 실루엣을 바로 시도했다”라며, 이번 컬렉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가 건넬 제냐의 이야기가 궁금해 직접 보러 갔다. 쇼가 시작되기 전, 가장 처음 마주한 건 섬유 가닥들이 가득찬 커다란 에어 룸. 에어 룸 안의 유유히 떠다니던 섬유 가닥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침전되었고, 이윽고 하나의 원단 덩어리를 이루었다. 이는 섬세한 원단이 완성되는 모습을 구현한 것이라고.
쇼가 시작되자 담백한 그레이 컬러를 두른 제냐의 우모들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똑 떨어지게 재단한 코트와 유연한 테일러드 수트를 시작으로 크롭트 보머 재킷, 칼라가 없는 가죽 재킷 등이 줄지어 등장했다. 스트리트웨어가 득세한 이후 멀찍이 떨어졌던 우아한 남성복이 다시금 제자리를 찾은 것만 같았다. 여기에 구조적인 백, 베타 트리플 스티치 부츠, 그리고 폴드탑 부츠 등이 쇼에 풍성함을 더했다. 극도로 진한 블랙과 샌드, 브라운 등 제냐 특유의 고요한 컬러로 남성성을 살렸고, 옐로와 비비드한 레드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알파카와 독특한 촉감의 울 트윌, 펠트와 브러싱 처리한 니들 원단, 코팅되지 않은 부클레와 양면 자카드 소재는 제냐의 장점을 유려하게 뽐냈다. 기존 원단을 재활용한 #UseTheExistingTM 소재도 빼놓을 수 없었고. 이번 컬렉션을 보고 새삼 깨달은 점이 있다. 역시 옷은 직접 보고 만져보고 입어봐야 그 가치를 오롯이 알 수 있다는 것. 제냐의 묵직하고 또렷한 가치관은 이렇게 컬렉션에 진정성 있게 흐르고 있었다.
제냐를 얘기할 때 훌륭한 소재와 장인정신이라는 수식은 빠지지 않는다. 특히 ‘내일을 위한 옷’을 제작하겠다는 브랜드의 의지가 담긴 오아시 캐시미어 컬렉션은 고품질 천연 원단만을 지향하며, 2024년까지 캐시미어 농장에서 생산한 원단부터 컬렉션을 판매하는 스토어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완벽한 추적 인증 제도를 목표로 삼았다. 제냐의 커다란 청사진이 담긴 오아시 캐시미어를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첫 발걸음의 주인공은 로스앤젤레스에 뿌리를 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엘더 스테이츠먼. 이미 지난 1월 밀란에서 열린 제냐의 2023 가을 겨울 컬렉션에서 두 가지 룩을 티저 형태로 선보인 바 있다.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제냐는 하우스의 팩토리에서 생산한 직물과 원사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엘더 스테이츠먼의 디자인 스튜디오에 제공했고, 그 결과 이탈리아의 우아하고 기품 있는 소재에 캘리포니아의 화사한 햇살을 머금은 컬러풀한 실루엣이 탄생했다. 이틀테면 태양이 내려앉은 펠트 버킷 햇과 베이스볼 캡, 선인장 컬러를 넣은 체크 코트와 쇼츠, 옐로 컬러 캐시미어 셔츠와 수트가 바로 그것. 두 브랜드의 아름다운 우정을 축하하기 위해 제냐의 오랜 친구인 배우 다니엘 브륄는 캠페인 모델로 참여했고, 오아시 제냐를 배경으로 생동감 넘치고 뜻깊은 비주얼을 완성했다.
LA는 자유와 낭만이 흐르는 도시다. 작열하는 태양과 서핑, 스케이트보드 문화로 대변되는 곳. 제냐의 수장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이탈리아의 코드와 상반된 도시의 무드를 담고 싶었다고 밝혀왔다. 그래서 엘더 스테이츠먼과 협업한 것이고, 두 브랜드의 만남을 기념하는 행사도 오아시 제냐가 아닌 할리우드에서 진행했다. 두 브랜드의 만남을 축하하기 위해 제냐의 수장 알렉산드로 사르토리와 엘더 스테이츠먼의 CEO 그레그 체이트를 비롯해 배우 에반 피터스, 제시카 하트, 농구선수 샤리프 오닐 등 둘의 친구들이 몽땅 모였다. 컬렉션의 생동감 넘치는 컬러와 패턴이 별이 총총한 LA의 하늘과 유독 닮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