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을 좋아했던 톰이 세계 최고 무대에 깔린 레일을 탔다. 김주형은 ‘폭주 기관차’다.
GQ 남녀 통틀어 한국 선수 중 가장 핫해요. ‘톰킴’의 인기를 실감하나요?
TK 어휴, 그럴 리가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는 많은 응원을 받고 있긴 해요. 한국 팬들을 많이 못 만나 아쉽기도 하고요.
GQ 단언컨대 ‘톰 킴’ 효과는 분명해요. 국내에서 PGA 투어, 그리고 남자 골프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많아졌거든요.
TK 새벽 시간에 응원해주시는 걸 아니까요, 정말 감사하죠. 한편으론 책임감도 생기고요. 사실 다른 프로 스포츠에 비해 한국에서 남자 골프의 인기는 적은 편이니까, 더 열심히 해야죠.
GQ 미국에서의 인기도 궁금해요.
TK 처음 PGA 투어에 데뷔했을 때는 정말 아무도 못 알아보셨어요. 이번 시즌은 조금 실감 중이긴 해요. 갤러리분들이 응원 많이 해주시거든요.
G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나요?
TK 제가 댈러스에 살거든요. 친한 또래 친구들과 밥 먹으러 갔는데, 그 식당에서 저를 알아보신 분들이 함께 사진 찍자고 하시더라고요. 친구들이 저를 향해 “오~ 느낌이 많이 다르다”며 장난을 쳤죠. 골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었거든요.(웃음) 달라진 시선을 느끼긴 해요.
GQ 그런 시선들이 어색하거나 부담스럽진 않나요?
TK 전혀요. 다가와 주시면 감사한 일이죠. 언제든 기분 좋은 일이에요.
GQ 발목 상태가 걱정이에요. 그 아픈 발목으로 디 오픈 준우승을 이뤄냈죠. 지금은 어떤가요?
TK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완전히 낫진 않았어요. 무리하지 않고 치료해야 하는데 바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하게 돼서 마음처럼 쉬진 못했어요.
GQ PGA 투어 진출 이후 처음으로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했어요. 톱 랭커의 상징이기도 하죠.
TK 맞아요. 이곳 선수들은 투어 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플레이를 해요. 상위 30명만 나갈 수 있으니까요. 저도 올해 가장 큰 목표였고요. 그만큼 큰 경험이었고 정말 기쁜 일이었죠.
GQ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TK 미디어 촬영도 하고 나이키 본사에도 다녀오고, 좀 정신없이 보내고 있죠. 올해 우승은 없었지만, 많은 경험을 하며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더 성숙해졌죠.
GQ 가장 달라진 건 뭔가요?
TK 골프를 대하는 태도라고 해야 할까요?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제 삶도 변하고 있어요. 제가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라 많은 선수에게 늘 물어봐요. 특히 골프를 하지 않을 때의 생활에 대해서요. 사소한 것들이 생활을 변화시키고 골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GQ 김주형에겐 ‘최연소’ 혹은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어요. 어때요?
TK 음, 미국에서는 골프 인기가 대단해요.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죠. 이곳에서 뛰는 한국 선수가 많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런 책임감이 생겨요.
GQ 승부욕이 굉장하죠? 아무리 작은 게임이어도 경기에서 지면, 코스에 남아 안된 샷을 연습하고 갈 정도라고 들었어요.
TK 어려서부터 그랬어요. 꿈도 많고, 우승도 하고 싶었으니까요. 연습량이 많다는 얘기도 자주 들었어요. 그러면서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스코티 셰플러,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머스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게임을 하고, 경쟁하고, 배우면서 승부욕이 더 강해졌어요.
GQ 그런 승부욕이 연습량으로 연결되나요?
TK 지금은 단순히 연습량을 늘리지 않아요. 미국에 와서 훨씬 디테일해졌죠. 쉬어 가는 법을 배웠어요. 잘 먹고 잘 자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죠.
GQ 투어 동료들이 톰을 좋아하는 게 보여요. 누구와 가장 친하게 지내나요?
TK 조던과 스코티? 스코티는 댈러스에 살아서 함께 운동도, 연습도 많이 해요. 쉴 때도 붙어 있고요. 일주일에 두세 번은 연습 라운드도 하고 교회도 같이 다녀요. 로리와는 경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모두 메이저 우승자들이고, 제게 좋은 얘기를 정말 많이 해줘요. 그래도 경쟁 상대인데, 이렇게 조언을 해주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GQ 혹시 그동안 롤 모델도 달라졌나요?
TK 여전히 롤 모델은 타이거 우즈예요. 하지만 스코티와 운동을 같이 하고 친해지면서 닮고 싶은 점이 많아졌어요. 머리가 복잡할 때 스코티에게 정말 많이 배우고, 또 의지하고 있어요.
GQ 미국 투어 생활은 이동하는 시간도 많아서 체력적으로 더 힘들잖아요. 어떻게 준비하며 극복하고 있나요?
TK 시즌을 준비하면서 6개월 동안 매일 운동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꾸준히 했는데 이상하게 몸은 더 피곤해졌죠. 그러니까 스윙도 변하더라고요.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후반기에는 운동보다 스윙에 집중했더니 모든 게 더 나아졌어요. 그때 쉬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운동과 휴식의 밸런스를 맞추니까 몸도 정신도 같이 발전했어요. 경기력도 더 좋아졌고요.
GQ 시즌 마치고 나이키 본사에서 플렉스하는 걸 인스타그램에서 봤어요. 스폰서가 바뀌고 달라진 점도 있나요?
TK 갑자기 달라진 건 없어요. 하지만 든든한 후원사를 만난 건 제게 좋은 일이죠.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과 타이거 우즈 등 전설적인 선수들만 후원 하고 있죠. 저는 아직 그 근처도 가지 못했지만, 그런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나이키에서도 제게서 그런 희망을 보고 후원해주신거니까, 저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야 할 또 다른 원동력이 생긴거죠.
GQ 스폰서 브랜드에서 톰을 점찍은 이유에는 넘치는 에너지도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프레지던츠 컵에서 보여준 화끈한 쇼맨십은 준비한 건가요?
TK 쇼맨십을 일부러 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갤러리가 어떤 모습을 좋아할까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그땐 즉흥적이었어요.
GQ ‘김주형의 골프 스타일’을 정의해본다면요.
TK 원래는 꾸준하다는 게 제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맥락에서 이번 시즌은 많이 아쉬웠죠.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매일 해요. 정신적으로도 더 성숙해져야 하고요. 단단하고 꾸준한 거, 이런 모습이 제 스타일이 아닐까 싶어요.
GQ 그럼 패션 스타일은 ‘접은’ 바지?(웃음)
TK 하하하! 사실 그 바지는 어려서부터 아끼는 습관이 있어서 나온 거예요. 그때는 볼도 아끼고 바지도 아꼈죠. 이번에도 3주 연속 대회가 있었는데 짐을 많이 안 가져왔어요. 땅은 질퍽거리는 상황이었고요. 새 바지를 아껴야 했죠.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받아서 놀랐어요.
GQ 스물한 살.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죠. 골프 외적인 질문을 좀 해볼게요. 쉬는 날엔 주로 뭘 해요?
TK 미국에서는 심심하긴 해요. 요즘은 책을 많이 읽어요. 넷플릭스도 보고요. 그리고는 뭐, 맛있는 거 먹는 거죠. 사실 이게 스트레스가 가장 잘 풀리는 것 같긴 해요. 하하!
GQ 예전에 하고 싶은 플렉스를 묻는 질문에 “산을 사고 싶다”고 했던 거 기억해요? 그래서 묻습니다, 산은 샀나요?(웃음)
TK 아니요. 아직요. 아, 빨리 사야 하는데….(웃음) 대신 댈러스에 사고 싶었던 집을 샀어요. 이제는 뭔가를 사는 것보다 나를 위한 투자에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더 효과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방법 같은.
GQ 시계 애호가로 알고 있어요.
TK 시계 사랑은 여전해요. 지금도 6~7개 정도 있어요. 세계 랭킹이 올라가면서 3년째 오데마 피게와 함께하고 있고요. 정말 영광이죠.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 더블 밸런스 휠 오픈워크 블랙 세라믹을 가장 좋아해요. PGA 투어 진출을 축하하는 의미로 특별히 선택했는데 아직도 엄청 설렜던 그 순간이 기억나요.
GQ 여자친구는 있어요?
TK 이성에 관심이 가긴 하죠. 그런데 기회가 없어요. 진짜 대시하는 사람도 없고요. 그냥 골프만 하며 살고 있어요. 하, 외롭네요.(웃음)
GQ 이제 두 시즌을 보냈어요. 또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나요?
TK 어려서는 PGA 투어에 오는 게 중요했고, 우승도 빨리 했어요. 프레지던츠 컵도 경험했고요. 메이저 같은 큰 대회에서 조금 더 잘하는 게 목표예요. 시그니처 이벤트에서는 꾸준하게 리더 보드 위에 있고 싶어요. 우승 경쟁을 하고 이기는 것, 이게 목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