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의 대단원의 마지막을 장식할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 대회가 열리는 서원밸리CC에서 최강창민, 민호, 함정우, 고군택 네 남자가 만났다.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기 전 스페셜 프리 라운딩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만남이었지만 모두의 플레이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진중했다. 그들 각자의 도전을 위한 플레이가 시작된 순간이다.
바람은 선선했고 햇살은 따사로웠다. ‘빚을 내서라도 쳐야 하는 가을 골프’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날이었다. 티업 시간이 한참 남은 가운데 먼저 퍼팅 연습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샤이니 민호였다. 오자마자 카트에서 퍼터를 꺼내들고 연습에 몰두했다. 민호는 연예계에서도 알아주는 골프 마니아로 최근 SM에서 열린 사내 골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도 수준급이다. 민호는 그린의 상태를 살피면서 그린 스피드를 확인했다. 평소 라운딩을 할 때 루틴이다.
뒤이어 동방신기 최강창민이 퍼팅 연습장에 등장했다. 최강창민은 주변 사람들의 추천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를 시작한 후로는 열심, 또 열심이다. 최강창민에게 골프는 정직한 운동이다. 연습한 만큼 라운딩에서 실력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간은 걱정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최근 연이은 스케줄 때문에 골프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던 것. “걱정이 되긴 하지만 열심히 해봐야죠. 조력자가 있기도 하고요.(웃음)”
올해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함정우 프로와 고군택 프로가 그룹에 합류하며 네 남자가 서원밸리CC에 모두 모였다. 그들은 왜 한 자리에 모인 걸까? 올해 11월 9일~12일까지 나흘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이곳 서원밸리CC에서 열린다.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가지는 무게감이나 존재감은 대단하다. KPGA 코리안투어의 시즌 피날레를 장식하는 마지막 대회이기도 하지만 제네시스 대상과 제네시스 상금왕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수많은 골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게다가 함정우 프로와 고군택 프로에게는 꼭 한 번 우승하고 싶은 대회다.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기념하고 미리 경험하기 위해 최강창민, 민호, 함정우 프로, 고군택 프로가 프로페셔널+아마추어가 함께 하는 특별 매치를 진행했다.
경기 방식은 이렇다. 프로 선수와 아마추어가 한 팀을 이뤄 포썸(Foursomes) 플레이로 진행된다. 포썸 플레이는 두 명의 파트너가 한 팀을 이루어 하나의 볼을 번갈아 치며 다른 한 편과 경쟁하는 방식이다. 팀 구성은 최강창민과 민호가 직접 조율했다. 사전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최강창민은 함정우 프로, 민호는 고군택 프로의 열렬한 팬이다. 연예계의 대표 골프 마니아답게 KPGA를 꼼꼼히 챙겨보면서 팬이 되었다. 최강창민은 지난 10월에 있었던 대회에서 함정우 프로가 와이어투와이어(대회 내내 단독 1위를 기록)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 딸과 함께 우승트로피를 든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으며, 민호는 지난 9월 연장 승부 끝에 우승컵을 손에 쥔 고군택 프로의 집념과 집중력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꼭 배워보고 싶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민호와 한 팀을 이룬 고군택 프로의 강력한 티샷으로 경기는 시작됐다. 고군택 프로에 이어 함정우 프로의 정교한 티샷이 이어졌다. 두 사람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 선수답게 조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았다. 정말 실전을 방불케 했다. 뒤이어 최강창민과 민호가 아이언을 들고 필드에 나섰다. 경기 전의 훈훈하고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웃음기를 싹 빼고 스윙을 했다. 두 사람의 진지한 표정과 간결한 스윙을 본 두 프로는 조금 놀란 듯했다.
서원밸리CC 서원코스의 두 번째 홀이자 대회 11번 홀은 홀 양옆에 해저드와 분수, 폭포가 만들어내는 입체감으로 홀에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더한 게 특징이다. 이 홀은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의 ‘시그니처 홀’이기도 하다. 최강창민은 이번 홀에서 두 프로의 시그니처 샷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에 민호는 최강창민에게 시그니처 홀인 만큼 각자의 시그니처 포즈와 시그니처 샷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흥미롭다는 듯 최강창민은 수락했다. 최강창민과 민호의 시그니처 샷을 본 두 프로는 ‘프로급’이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네 사람의 불꽃 튀는 골프 대결은 계속 이어졌다. 민호와 고군택 프로가 함께한 팀이 연속으로 이기면서 승기를 잡았다. 어떤 프로 선수보다 서원밸리CC를 잘 아는 고군택 프로가 민호에게 코스 공략법을 일러준 게 연속 승리의 비밀이었다. 함정우 프로는 바쁜 스케줄로 한동안 골프를 치지 못했던 최강창민의 스윙을 개선시키면서 반전을 꾀했다. 최강창민 역시 함정우 프로의 코칭으로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며 함 프로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홀과 홀을 이동할 땐 진지한 이야기도 함께했다. 네 사람의 공통 화두를 관통한 건 바로 도전이다. 도전은 항상 치열한 난관을 수반하지만 이뤄냈을 때의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골프라는 스포츠에서의 도전은 특히 그렇다. 민호의 골프에 대한 도전은 명확하다. 바로 ‘이글’. 홀인원도 하고 싶지만 홀인원은 운이 많이 차지하는 영역이기에 오히려 실력으로 따내는 이글이 더 간절하다. 그것이 골프를 열심히 치는 이유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반해 최강창민의 도전은 내려놓음이다. 최강창민은 연예인이 되면서 남들에게 좋고 밝은 모습만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골프에선 달랐다. 가끔은 실수도 하고 골프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과장되지 않는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했다. 한 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불안한 순간이 와도 욕심을 내려놓고 상황을 잘 추스르며 나아가는 게 최강창민에게는 그의 골프이자 의미있는 도전이다.
함정우 프로와 고군택 프로의 골프에 대한 도전은 역시나 선수다웠다. 함정우 프로의 도전은 세계 최고의 골프 선수들이 뛴다는 PGA 입성이다. 욕심을 부려 PGA 투어에서 첫 승을 말하고 싶었지만 입성을 해야만 첫 승을 꿈꿀 수 있기에 입성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현재 함정우 프로는 제네시스 포인트 1위에 올라있는데 마지막 경기인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끝까지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고군택 프로 역시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에 대한 열망에 불태웠다. 고군택 프로는 올 시즌 유일하게 다승(3승)을 달성한 선수로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우승해 다승왕과 현재 함정우 프로가 차지하고 있는 제네시스 포인트 1위 자리를 모두 차지하는 게 올해 최고의 도전이다. 그만큼 두 프로에게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결전의 외나무 다리로 꽤나 많은 것이 걸린 대회다.
마지막 홀로 가는 길, 최강창민과 민호의 “KPGA 코리안투어의 마지막 경기인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앞둔 두 프로의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 함정우 프로는 슬쩍 웃으며 “그럼 마지막 홀은 무조건 이겨야겠네요”라고 말하며 마지막 승부욕을 불태웠다. 최강창민과 함정우 프로 팀의 선전에도 불구, 민호와 고군택 프로 팀이 마지막 홀에서 그림 같은 버디를 잡아내며 승리를 따냈다. 민호와 고군택 프로는 환호했고, 최강창민과 함정우 프로는 축하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모든 홀이 끝나고 처음 만났던 자리에서 만난 네 남자. 치열했던 경기가 끝나니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최강창민과 민호는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함정우 프로와 고군택 프로를 응원하면서 갤러리로 참가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혹시나 스케줄이 생겨 오지 못 하면 어떻게 하냐”는 함정우 프로의 장난 섞인 질문에 두 사람은 “중계 방송에서라도 꼭 함께 하겠다”라고 약속하면서 관람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최강창민도 “오늘 함께한 함정우 프로, 고군택 프로의 선전을 기원하겠다. 골프 팬 분들도 직접 방문하시거나 중계로 시청해주시고, 두 선수를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최강창민과 민호, 함정우 프로, 고군택 프로, 네 남자가 함께 플레이했던 서원밸리CC에서 11월 9일부터 개최된다. 70여명의 선수들이 각축을 벌이는 것은 물론, KPGA 코리안투어의 챔피언십인 만큼 대상, 상금왕 등 각종 시즌 타이틀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대단원의 마지막이다. 올해 주목할 대회이니만큼 직접 방문해 갤러리로 관람해 보는 건 어떨까? 최고의 대회에서 국내 최정상의 선수들의 경기 운영을 보는 건 골퍼가 가질 수 있는 더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1년에 단 한 번의 기회, 절대 놓쳐서는 안 될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