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특별한 데이트를 고민하고 있다면? 여섯 명의 여자에게 데이트 버킷리스트를 물었다.
🧳 일주일 서울 여행
남자친구와 일정을 맞춰 일주일 정도 긴 휴가를 만들어. 휴가가 시작되기 전에 집을 한번 싹 정리하고 청소해. 휴가의 시작과 동시에 이 집은 호텔 역할을 할 거니까. 휴가 첫날 아침에 눈을 뜨면 여행 온 달뜬 기분으로 이렇게 시작하는 거야. “오늘 뭐 할까? 전시 보고 커피 마시고 시장 구경 어때?” 그렇게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것처럼 서울을 샅샅이 둘러 보고 싶어. 저녁까지 먹은 다음엔 커피를 한 잔씩 사 들고 돌아와서 무비나잇. 마튼 스코세이지 감독의 필모를 일주일 동안 매일 저녁 훑는 거지. 간간이 스트레칭은 필수야. 특히 서로 등을 대고 서서 팔짱을 낀 뒤 어깨와 허리를 펴주는 ‘콩쥐팥쥐’를 잊어선 안 돼. 아침엔 다시 여행자 모드가 되어 밖으로 나가야 하니까. (박진명, 33, 편집자)
🛤️ 소박한 시골 산책
곧 3년 차 부부가 되는 우리는 캠퍼스 커플도, 해외 장거리 커플도 다 해봤어. 이젠 뜨거운 데이트보다 잔잔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원해. 남편이 나 몰래 예약해 둔 숙소가 있다고 해서 따라가고 싶네. 촬영 차 들렀는데 다음에 꼭 오고 싶다고 생각했던 지방 작은 도시의 고즈넉한 북스테이나 유스호스텔이면 좋겠어. 여기서 포인트는 ‘몰래’. 동네 어귀에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식사를 하고 동네 강아지를 따라 산책을 해. 숙소로 돌아와서는 1980년대의 따뜻한 발라드를 틀어놓고 서로에게 편지를 쓰다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거야. “오빠, 올해 어땠음?”, “예림아, 우리 못 간 신혼여행 내년에 유럽으로 갈까?” 같은 얘기. (심예림, 28, 비디오그래퍼)
🏕️ 따뜻한 겨울 캠핑
평일에 아무도 없는 글램핑장을 찾아가. 텐트 밖에 불을 피워놓고 의자에 앉아 뜨겁게 끓인 핫초코를 마셔야지. 코는 시린데 불 앞에 놓인 발은 뜨끈하게 녹고 있을 거야. 집 밖에 나왔으니 마음껏 고기를 구워 먹어도 좋겠다. 연말이니까 와인도 곁들여서. 트로이 시반 새 앨범이랑 해리 스타일스 앨범을 번갈아 가며 듣다가 술에 취해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떠들고 싶어. 연예인이나 남의 가십 말고 우리 이야기로 밤을 가득 채우는 거지. (손동주, 39, 포토그래퍼)
♨️ 피로를 푸는 온천 데이트
내년이면 큰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는 부부에게 데이트라니. 낯설지만 상상해 볼게. 노천탕이 있는 숙소가 좋겠다. 새해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는데 그 긴장한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것 같아. 어릴 때 갔던 전남 구례의 ‘지리산 산동 온천’을 다시 가고 싶은데 휴업 중이네. 대신 ‘문경 STX 리조트’로 할게. 얼굴로 차가운 겨울을 맞으며 몸을 지지고 싶어. 허기지면 라면을 후후 불어먹고, 목마르면 식혜도 벌컥벌컥 마시고. 새해에도 잘해보자고 전우애를 다지는 거지. (이채은, 32, 주부)
🎨 미술관과 칼국수
아침 여덟 시, 자이언티의 ‘눈(feat. 이문세)’을 들으면서 일어나. 창밖에도 눈이 오길 기대했지만, 겨울 공기 냄새로도 만족해. 제일 좋아하는 니트와 목도리에 향수를 뿌리고 포근한 어그부츠를 신고 나갈래. 가는 길에 듣는 음악은 오혁의 ‘공드리(feat.김예림)’. 국립현대미술관 앞에서 남자친구와 만나. 전시를 보고 나와서는 황가네 칼국수, 만두 추가. 북촌을 걷다가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서로 선물을 하나씩 사줘도 재밌겠다. 저녁은 종로로 내려와서 을지오뎅. 도루묵구이에 정종 곁들여 마시기. 마무리는 집에 와서 와인 마시면서 연말 영화. 집에 와서 씻는 동안엔 브루노 메이저의 ‘Second time’을 들을래. 영화는 뭐든 상관없어. 어차피 틀어만 놓고 수다 떨 거니까. (조은형, 27, 건축회사 직원)
🎄 차려 입고 걷는 번화가
썸남도 없는데 나한테 이런 걸 왜 묻는 거야? 음. 내가 생각한 연말 데이트는 근사하게 차려입고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장 화려하고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거리를 걷는 거야. 맨날 편하게 입고 만나다가 꾸미고 나온 상대가 색다르고 설레겠지? 예약을 안 해서 마땅히 갈 음식점이 없네. 캐럴이 울려 퍼지는 겨울 길거리를 마냥 걷다가 노점에서 떡볶이를 사 먹을래. 그러고선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마저 걷고 싶어. 근데 요새 어디에 가야 사람이 제일 많니? (오지민, 36, 편집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