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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쉬 “wonderego는 제 결핍과 이상을 향해 냈던 용기예요”

2023.11.24신기호

이상 Wonder과 이고 Ego 사이의 크러쉬.

니트, 팬츠, 모두 로에베. 이어링, 지원최.

GQ 지금쯤 두유랑 로즈는 뭐 하고 있을까요?
CR 이렇게 스케줄을 할 때는 가족들이 대신 보살펴주세요. 매일 영상통화하고, 사진도 보내주고 하는데 지금은···, 산책 갔을까? 요즘엔 아침에 나와서 저녁 늦게 들어갈 때가 많아서 정말 더 못 보는 것 같아요.
GQ 그러니까요. 이제 곧 새 앨범 발표에 콘서트도 잡혀 있죠? 콘서트는 조기 매진됐다 들었습니다만.(짝짝짝!)
CR 뭐 제가 한 게 있나요. 다 팬분들 덕분에. 콘서트가 12월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리거든요. 저는 다른 건 없고 그저 선물 같은 ‘메리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하여, 그저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마 춤도 열심히 추겠죠? (웃음)
GQ 인터뷰 시점으로 앨범 발표까진 꼭 열흘이 남았어요. 어때요?
CR 마음은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죠. 그런데 아침에 일어났을 땐 늘 같아요. 설렘. 왜냐면 요즘 새 앨범을 틀어놓고 하루를 시작하거든요. 듣고 있으면 그냥 뿌듯한 거죠. 막 설레고.
GQ 그런 말랑말랑한 설렘이 하루 동안 쭉 이어지면 좋을 텐데 왜, 어떤 이유로 변하는 걸까요?
CR 제가 파워 N이거든요. 걱정도 많고 의식의 흐름대로 하루를 지내다 보면···, 이런저런 감정하고 만나게 되고, 또 그러다 결국 밤이 되면 보통은 걱정으로 마무리하는 것 같아요. 슬금슬금 걱정하다가 ‘에이, 그만 자자’ 하죠.

아우터, 티셔츠, 팬츠, 구두, 모두 프라다. 이어링, 지원최. 전기 바이크, 메이트.

GQ 아무래도 앨범 반응에 대한 걱정이겠죠? 좀 더 깊숙이 물어도 돼요?
CR 너무 많은 시간 공들인 앨범이거든요. 반응도 반응인데, 이렇게 오랜 시간 만든 앨범이 발매 후에 너무 빨리 휘발될까, 그런 걱정이 많이 들더라고요. 시대가 그렇다고는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되면 좀 많이 아까울 것 같아서요.
GQ 공들인 앨범을 두고서 보통 ‘내 새끼’ 같다는 표현들을 하잖아요.
CR 그럼 전 반려 앨범.
GQ 세상에, 딱이에요.
CR 이 앨범이 저만의 땀이고 눈물이라면 차라리 괜찮죠. 그런데 다 아시겠지만 그게 아니니까요. 정말 많은 분이 한마음으로 이 앨범을 위해 달리고 있기 때문에···. 안 돼요, 너무 빨리 휘발되면 안 돼.
GQ 무려 19트랙이나 되는 앨범인데. 절대 쉽게 흐려지지 않을 거라 봅니다.
CR 트랙 수가 많은 만큼 거기에 제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채우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주변에서 피처링 도움도 많이 주셨지만 저는 그런 마음이었거든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19곡이 전부 제 새끼들 같아요. 진짜.
GQ 피처링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다듀, 페노메코, 이하이 등 피처링진이 정말 화려해요. 이름값 우뚝한 분들이 줄줄이.
CR 도움을 정말정말정말 많이 받았어요.
GQ 이들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CR 두 케이스 정도가 기억나는데요, 다듀 형들한테 녹음을 이틀인가 3일 만에 받았어요. 워낙 바쁘시고, 시간도 필요한 작업이라서 저는 당연히 좀 걸릴 줄 알았는데, 되게 빨리 보내주셨어요. 보내주시면서 노래가 너무 좋아서 가사가 술술 나왔다고. 대박.
GQ 크. 다른 반응은요?
CR 페노메코, 페노랑은 타이틀곡 작사 작업을 같이 했거든요. 그러면서 새 앨범 프리뷰를 페노한테 요청했는데, 지금까지 낸 앨범 중 가장 좋다고 말해줬어요. 너무 고맙게도 한 곡 한 곡이 아닌, 앨범 전체적인 퀄리티에 관한 칭찬을 듬뿍 해줘서 진짜 좋았어요. 기뻤죠.

니트 셔츠, 오버롤, 링, 모두 디올.

GQ 그런 칭찬을 들으면 크러쉬는 어떤 편이에요? 칭찬은 크러쉬를 춤추게 하나요? 아니면···.
CR 당연히 저는 춤을 춥니다. 칭찬 너무 좋아요. 이런 반응들은 사라지지 않고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거든요. 노래를 부르다 보면 그 좋은 기억이 다시 좋은 에너지가 돼서 전달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런 반응들을 최대한 더 많이, 오래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GQ 새 앨범 제목이 <원더이고 Wonderego>. <Wonder lust>와 <Wonderlost>에 이은 ‘원더 시리즈’의 세 번째 앨범이죠? ‘원더 Wonder’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하는 이유가 분명 있겠죠?
CR 그럴싸한 의미는 달리 없어요. 제가 ‘원더’라는 단어를 좋아하거든요. 그뿐이에요. ‘원더’라는 단어는 제게 제 ‘꿈’, ‘이상향’을 의미하거든요.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음악관까지 연결되는데, 아무튼 저에겐 희망 같은 의미예요.
GQ 그럼 ‘이고 ego’는 말 그대로 크러쉬를 의미하겠네요.
CR 맞아요. 결국 두 가지의 다른 의미가 더해진 이름이에요. 그래서 앨범 파트도 두 개, 원더와 이고로 나뉘어 있고요.
GQ 아직 앨범을 들어보진 못했지만, 그렇다면 두 파트가 극명히 구분되겠다, 이 정도는 예상이 되는데 맞나요?
CR 네. 그래서 ‘원더’ 파트에 있는 음악들은 외부 작곡가나 프로듀서, 새로운 분들과 협업을 좀 많이 했어요. 시도해보고 싶은 거,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해 보고 싶어서요. 반대로 ‘이고’ 파트에서는 저의 이야기, 제 결핍에 관한 내용들을 좀 더 솔직하게 담아내는 데 집중했고요.

아우터, 티셔츠, 팬츠, 스니커즈, 모두 루이비통.

GQ 크러쉬의 결핍은 대체로 어떤 모습이던가요?
CR 음악적 결핍이 대부분인데, 좀 더 생각해보면 분리되지 않는 것, 분리할 수 없음에 관한 결핍이기도 해요.
GQ 어렵네요. 음악과 음악이 아닌 다른 무엇의 분리를 말하는 거죠?
CR 네, 아무래도 분리가 안 되더라고요. 음악은 음악대로 두고 싶은데 욕심이 슬쩍 끼어든다거나 하는 그런 식이에요. 아니면 이 둘을 더해서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라고 포장해도 결국 어떤 부분에서 결핍이 생기더라고요.
GQ 무엇이 ‘비어 있다’보단 ‘부족하다’ 여겨지는 건가요?
CR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결핍은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거니까. 그래서 이런 제 결핍을 앨범에 담고자 했을 때는 좀 더 솔직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우터, 티셔츠, 팬츠, 부츠, 모두 구찌. 링, 이어링, 모두 샐리손.

GQ 왜 유명한 말 있잖아요. 아티스트가 성장하려면 영감을 채우든, 결핍을 채우든 둘 중 하나라는.
CR 오호···.
GQ 그래서 크러쉬의 결핍은 이번 앨범을 계기로 얼마큼 채워진 것 같아요?
CR 아, 역설적이긴 한데요, 저는 오히려 이번 앨범을 통해서 많이 비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지나고 보니까. 앨범을 완성하고 보니까요.
GQ 철학적인 대답이네요.
CR 그렇다고 해서 제 앨범이 미니멀한 건 절대 아녜요.
GQ 물론요. 19트랙을 품은 앨범이 미니멀할 순 없죠.
CR 4년 만에 내는 앨범인 만큼 그동안의 결핍들이 차곡차곡 채워지면서 결국엔 해소된, 비워낸 감정이 남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후디, 티셔츠, 팬츠, 부츠, 링, 모두 지방시.

GQ 크러쉬는 기획이나 콘셉트를 명확히 잡지 않고 작업하는 편이라고 알고 있어요. 흘러가는 대로 만들어낸다고. 이번 앨범이 19개 트랙으로 많아지게 된 것, 다채로운 장르를 품게 된 것도 그런 작업 스타일의 영향인가요?
CR 반반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작업을 하다가, 키워드를 찾게 됐어요. ‘이고’라는. 그럼 파트를 둘로 나눠야겠다, 그리고 ‘거기에는 아낌없이 다 쏟아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아서 더 솔직하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의도했다면 되레 힘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GQ 트랙이 많은 만큼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많겠죠. 이 모두를 묶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인가요, 아니면 전부 다른가요?
CR 이게 참 방대하긴 한 것 같아요. 1번부터 19번 트랙까지의 서사를 모두 이야기하라면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또 분명 이 모두를 관통하는 메시지도 있거든요. 그게 지금 생각이 나질 않아서···. (스마트폰을 뒤적이며) 앨범 트랙 리스트를 한 번만 볼게요. (한참을 살펴보다) 음!

셔츠, 아우터, 모두 디올.

GQ 떠올랐군요.
CR 정확한 답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메시지보단 마음가짐에 가까운데요, ‘용기’ 같아요. 19트랙을 만들게 된 것도 제 결핍이나 이상을 향해 냈던 용기였으니까. 그리고 지금 2023년 음악 시장을 바라봤을 때 앨범 한 장에 19곡을 채워내는 거, 그거 진짜 용기가 없으면 못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웃음) 그렇다고 해서 트랙 모두가 1, 2분짜리로 짧은 곡도 아니고. 아무튼, 그만큼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최대한 많이, 또 솔직하게 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용기’ 아니었나.
GQ 들어보니 용기가 맞네요.
CR 심지어 18곡으로 마스터링을 마쳤는데 마지막에 한 곡을 추가하는 바람에 마스터링을 다시 했어요.
GQ 이것 또한 용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마스터링을 엎으면서까지 곡 하나를 더 넣고 싶었던 이유는 뭐였어요?
CR 그 곡을 넣어야 나의 진짜 ‘이고’가 완성된다고 생각했어요. 완전히.
GQ 문득 든 물음. 그럼 신효섭하고 크러쉬의 이고는 달라요?
CR 서로 비슷한 것 같은데요? 아까 말한 분리 불안. 신효섭이 부재 중이면 크러쉬가 불안해하고, 크러쉬가 부재 중이면 신효섭이 불안해하고, 이런 느낌.

포토그래퍼
신선혜
스타일리스트
박지연, 박상욱
헤어
이지 at 오드
메이크업
남유현 at 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