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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단단하게 돌아온 테크 신제품 4

2023.12.01신기호

낯선 배경, 새로운 존재.

뱅앤올룹슨
베오사운드 A5 스페이스드 알루미늄

뱅앤올룹슨은 “우아하게 노화되고, 동시에 지속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무려 1925년부터. 그리고 알루미늄은 그런 뱅앤올룹슨이 주창하는 가치를 물질적으로 실현하는 데 가장 부합하는 소재로 꼽힌다. 새로 출시된 베오사운드 A5 스페이스드 알루미늄은 알루미늄판을 작은 원형들로 조형해 오디오 전체를 두른 모델이다. 빼곡하게 자리한 원형 알루미늄의 수만 해도 3천5백여 개. 배치된 원형 패턴은 단순히 디자인으로서의 미학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안쪽 스피커를 통해 출력되는 소리가 원형 패턴 사이사이를 흐르도록 설계했다. 당연히 이 근사한 오디오를 한 곳에만 놓아두는 건 아까운 일이니까, 손잡이를 올려 들고 어디든 움직여보자. 한 번 충전으로 12시간까지 재생되고, 톱 패널에 스마트폰을 올려두면 자동 충전까지 된다. 방진과 방수 등급은 IP65. 샴페인과 함께 어디든 들고 나가도 된다는 얘기. 가격 2백9만원.

라이카
M11-P

라이카는 M11-P를 만들며 카메라만이 아니라, 카메라 뒤에 서 있는 사진가까지 생각한 모양이다. 라이카의 M시리즈는 처음 출시된 1954년부터 지금까지 보도사진 영역에서 관찰자로서의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온 명기다. 그건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포착되는 M시리즈의 이미지가 ‘있는 그대로의 증명’을 추구하는 저널리즘과 부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인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시대를 지나온 라이카가 M시리즈를 새로 내놨다. 그리고 여기에는 ‘콘텐츠 자격 증명(CAI)’으로 불리는 시스템을 새로 더했다.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 빈번히 일어날 수 있는 조작과 복제 문제를 예방하고자, 촬영하는 순간부터 이미지에 관한 정보를 저장하고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설계한 것이다. 그러니까 ‘CAI’를 통해 언제든지 사진의 진위와 저작권을 관찰, 보호받을 수 있게 한 것. 라이카가 M11-P를 통해 말한다. 6천만 화소나 고성능 마에스트로 3프로세서와 같은 첨단 기술만큼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포착한 순간의 가치도 중요하다고. 가격 1천4백28만원.

애플
아이폰 15 프로 맥스 티타늄

왜 티타늄이었나. 무엇보다 이것부터 알아보면 새 아이폰을 성큼 이해할 수 있을 테다. 티타늄 소재를 사용하면서 아이폰이 가져갈 수 있었던 강점은 세 가지. 강도, 질감, 미학이다. 그럼 먼저, 티타늄이 얼마나 단단하길래? 티타늄은 질량 대비 강도비가 가장 큰 금속이다. 쉽게 설명해 경도는 강철만큼 강하지만, 밀도는 강철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가볍고 단단하다는 얘기. 애플은 이런 티타늄의 타고난 물성에 만족하지 않고 업계 최초로 ‘고상 확산 공정’이라는 가공 과정을 더했다. 두 금속을 놀라운 강도로 접합하는 기술이다. 단단한 걸 더 단단하게 만들었으니, 이제 다음은 곱게 다듬을 차례. 애플은 이렇게 공정한 티타늄을 정밀 절삭, 샌딩, 브러싱, 블러스팅 순서로 다듬었다. 덕분에 아이폰 사상 가장 가볍고 얇은 베젤이 완성됐고, 얇은 베젤은 다시 케이스 따윈 끼우고 싶지 않은 매끈한 그립감을 선물했다. 결국 애플은 티타늄을 활용해 더 이상 덜어낼 수 없음에도 덜어낸 집요함으로, 이들이 추구하는 ‘단순한’ 디자인적 미학을 다시 연결해내는 데 성공했다. 가격 1백90만원.

순토
레이스 티타늄 & 윙

순토의 새로운 어드벤처 워치, 레이스 티타늄은 무려 95가지 스포츠 모드를 지원한다. 여기에 1백 미터 방수 성능과 GPS, 또 와이파이 없이도 지도 확인이 가능한 3D 맵까지 더했다. 이 정도 스펙이면 바깥 환경에서의 거의 모든 활동을 지원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GPS를 켜고도 40시간 이상 지속되는 배터리 성능은 사용자의 모험을 더 깊이, 오랫동안 가능케 한다. 이만하면 더 이상의 기기 지원은 필요 없어 보임에도 순토는 다시 “어드벤처에 음악을 더하다”라는 열정적인 메시지와 함께 신제품 ‘윙’을 연이어 출시했다. 손목 위에서 정보만 띄워내는 건 재미없다고 느껴서일까. 방수와 방진 IP67 등급의 오픈이어 헤드폰을 만들어 더 즐거운 모험을 꾀했다. 윙의 스펙도 시계만큼 단단하긴 마찬가지. 샤워할 때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방수 능력을 갖췄고, 배터리는 최대 10시간, 파워뱅크 사용 시에는 무려 20시간까지 플레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모험가들의 감각을 위해 두 귀를 막지 않는 오픈이어 타입의 센스가 기특하다. 무게는 겨우 33그램. 가격 레이스 티타늄 89만원, 윙 29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