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은 ‘우리는 누구인가?’에서부터 시작한다.
글 / 김민재(천문학자, <사이언스타임즈> 기자)
2023년 5월 25일 오후 6시 24분, 누리호가 힘차게 날아올랐다. 이는 누리호의 세 번째 발사 시도였다. 높이 47.2미터의 3단 로켓 누리호는 발사 후 19분 정도가 지나며 모든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 1톤 이상의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연합, 인도 등 7개국뿐임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국제 우주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알 수 있다. 잠깐, 7개국뿐이라고? 비록 위성을 쏘아 올렸을 때의 유럽 연합은 20여 개국과 영국 등으로 나뉘기에 엄밀히 따지면 7개국이 넘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단순히 애국심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국가의 경쟁력이 정상에 오른 선진국이거나 최소한 주변에서 강한 힘을 행사하고 있는 강대국들이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아니, 이 세상엔 당장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나라가 얼마나 많은데, 왜 이렇게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자하며 앞 다퉈서 우주로 나가려고 하는 것일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인류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인류는 단 한 가지 질문에 대답하려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 질문은 바로 ‘우리는 누구인가?’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원을 알아야 하고, 그 시작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지구의 역사 그리고 태양계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 철학적으로 대답하자면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가 누구인지에 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 우주로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천문학적으로 이에 대한 대답을 하자면 우리 태양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약 46억 년 전 어두컴컴한 분자구름에서 태어난 태양은 앞으로 50억 년 정도 중심핵에서 강렬한 수소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문제는 이후의 상황이다. 중심핵의 수소 원자가 모두 헬륨으로 바뀌면 중심핵이 자체 중력으로 수축하며 온도의 급격한 상승과 함께 외피층이 급팽창하며 적색거성이 된다. 태양이 팽창하기 시작하면 지름이 1백 배 이상 커질 것이다. 태양의 크기는 이미 지구의 궤도에 이르게 되고, 지구는 아쉽지만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지구가 운 좋게 살아남는다고 해도 생명체를 논하기에는 물리학 법칙이 너무 잔인해 보인다. 우리가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한 가지 있다. 바로 50억 년 후 없어질 지구를 대신해 생명체에 친화적인 제2의 지구를 찾아주는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7개국을 다시 살펴보면, 이들 국가 대부분은 오랫동안 폭넓은 투자를 보장하며 우주 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기본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인 우주 산업은 국가와 사회에 경제적 성장
동력을 제시해줄 수 있다. 지정학적으로 항상 불안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안보 및 영향력 강화를 위해서도 우주 산업이 필수다. 우주 산업을 통해 위성을 통한 정보 수집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고 고도화되고 선진화된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개발해 우리나라의 안보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우주 탐사와 우주 산업은 인류의 기원과 미래에 대한 중요한 질문들에 답을 제공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줄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참 잘 달려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미국과 유럽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라는 인류 최고의 망원경을 통해 성공적으로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중국 역시 독자적으로 우주 망원경을 쏘아 올리려 준비하고 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개발에만 30년이 넘는 시간이 든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와 우주 초선진국의 실제 격차는 더 어마어마할 수도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이 기회를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Now’ 아니면 ‘Never’다.
- 이미지
-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