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카리브해의 어느 호텔에서 만난 헤일리 비버

2023.12.12신기호

헤일리 비버의 오디세이.

대외적으로 끊임없는 활동은 그녀를 영리한 여행자로 만들었다. “집은 어디든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반려견과 남편이 함께 있는 한, 저는 충분히 좋아요. 그 둘만 있다면 어디든 집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비키니 톱, 로스앤젤레스 어페럴. 데님, 게스. 이어링, 티파니. 반지는 헤일리의 것.

열여덟 살, 모델 일에 뛰어들었을 때 종종 그녀는 그리스 신화 속으로 빠져들곤 했다. 2015년 잡지 인터뷰에서 읽기 좋은 책으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추천했고, <W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는 “호메로스는 정말 환상적이에요!”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스물여섯 살인 헤일리에게 이 이야기를 꺼내자 웃음부터 터뜨린다. “그리스 신화는 학교에서 배운 것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어요. 신과 여신들의 생각과 이야기에 사로잡혔거든요.”

몇 년 후 헤일리는 자신의 미들 네임인 로드 Rhode가 고대 님프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2022년 그녀가 론칭한 스킨케어 브랜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도데카네스 제도의 가장 큰 섬인 로도스는 해신 포세이돈의 딸이자 헬리오스의 아내인 ‘로데’에서 이름을 따왔다. 헬리오스는 결혼과 동시에 ‘로도스’섬이라 명명하고 이 섬의 수호신이 되었다. “더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보면” 헤일리가 외가 쪽의 가계도를 읇는다. “제가 말하고 있는 유래가 바로 그곳이에요. 로도스섬.”

그랜드 캐이먼의 팜 하이츠 리조트, 레드 벨벳 소파가 놓인 밤비 Bambi 바에서 헤일리와 만났다. 다행히 우린 해 질 무렵, 편안한 분위기에서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주변은 조용했다. 밖에는 피서객들이 해변가를 거닐거나, 저녁 식사 전 일몰의 마지막 햇살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날 이른 오후, 헤일리와 친구들은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모습으로 서핑 보드 위에 떠 있거나 얼린 허리케인 글라스 속의 음료를 홀짝이면서 투명한 튀르쿠아즈 빛 바다를 거닐었다. “카리브해는 다른 해변과 비교해보면 완전히 다른 차원이에요. 피부가 달콤해지는 듯한 습도를 지녔어요.” 헤일리 비버는 마치 에게해는 아닐지라도, 허드슨강에서 나온 현대판 여신이 되었다. 섹시한 톰보이 스타일, 완벽한 뷰티 레시피, 스타들에 둘러싸인 삶을 포함해 그녀는 자신의 미들 네임을 딴 펩타이드 세럼과 유기농 딸기 스무디에 열광하는 MZ세대 여성들에게 가히 신화적인 존재다.

오늘 헤일리는 갈색 단발 스타일에 짙은 회갈색 미니 드레스를 입고, 화이트 가죽 플립플롭을 신었다. 손에는 타투가 새겨져 있고 그 위로 골드 링들이 잔뜩 출렁였다. 네일에는 작고 귀여운 딸기가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 인스타그램 필터를 쓴 것 이상으로 깨끗해 보이는 그녀의 피부는 왜 헤일리 비버의 뷰티 브랜드가 좋은지 짐작케 한다. 그녀의 하얀 목 위에는 ‘B’자를 새긴 가느다란 체인 펜던트 목걸이가 은은하게 반짝인다.

티셔츠, 슈프림. 쇼츠, 이알엘. 스니커즈, 살로몬. 이어링, 모야. 네크리스, 파운드래. 백과 타월, 모두 팜 하이츠. 시계, 네크리스, 앵클릿은 모두 헤일리의 것.

헤일리 비버 이전에, 그녀는 배우 스티븐 볼드윈(볼드윈 4형제 중 막내)과 브라질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 케냐 데오다토 사이의 막내딸이었다.(당시 이름은 헤일리 볼드윈이었다.) 요즘 헤일리는 남편 저스틴 비버와 함께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데, 저스틴은 이 근처 어딘가를 맴돌고 있다는 것 정도만 슬쩍 알려주었다.(팜 하이츠에 있는 동안에도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헤일리는 친근하고 중심이 잘 다져진 느낌이다. 맨해튼 북쪽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조용한 마을에서 자란 그녀는 기독교 신앙을 지녔고, 중학교 때부턴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그냥 어른이 되기를 너무 기다렸어요.” 레모네이드를 홀짝이며 헤일리가 말한다. “저는 어렸고 시야를 넓히고 싶었죠. 독립적인 편이라 빨리 나와서 제 힘으로 돈을 벌고 싶었고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세상은 그녀만의 아케이드였다! 헤일리는 웨스트 빌리지 나이트클럽을 언급하면서 “열일곱 살에 뉴욕으로 이사 와서 내내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녔어요”라며 신나게 말한다. 그녀와 친구들, 특히 제너와 하디드 자매가 소셜 미디어에서 메가와트급 영향력을 형성하는 동안, 헤일리 역시 패션 광고와 브랜드 계약을 따내며 자신만의 입지를 성실히 쌓아갔다. 소심함이 남아 있던 중학교 시절의 헤일리는 삼촌 알렉 볼드윈 덕분에 열다섯 살의 저스틴 비버를 잠깐 소개받은 적이 있었다고. “실제로 그를 만난 건 제가 열두 살 때였어요. 아주 오랫동안 알고 있던 사이이긴 했죠.” 몇 년 후 뉴욕의 교회 예배에서 다시 만난 후 이들은 가까운 친구가 됐고,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2018년 맨해튼에서 법적인 부부가 됐다. 그 후 헤일리의 인생은 거대해졌고, 어느 순간부턴 세간의 이목을 끄는 오디세이가 되어 있었다.

대외적으로 끊임없는 활동은 그녀를 영리한 여행자로 만들었다. “집은 어디든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반려견과 남편이 함께 있는 한, 저는 충분히 좋아요. 그 둘만 있다면 어디든 집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가족들은 그녀의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헤일리는 말한다. “아빠는 ‘그닥 놀랍지 않아, 난 네가 이런 스타일의 빠른 삶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라고 말씀하셨어요.” 헤일리의 오랜 친구이자 롱보드 프로 서퍼인 켈리아 모니즈는 “부지런한 속도는 항상 헤일리가 추구해온 방식”이라고 말한다. 헤일리는 쿨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 앞에서 착실하며 한껏 늘어질 수 있는 취미 앞에서도 늘 아름답다고.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알아요.” 나이액 Nyack을 떠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헤일리를 처음 만난 모니즈가 말한다. “둘 다 세상에 도전하고 싶은 장난기 많은 틴에이저였지만요.” 호놀룰루 출신인 모니즈는 헤일리의 진짜 모습을 아는 몇 안 되는 찐친 중 하나다. “그녀의 진짜 삶은 정말 거대해요.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도 가득 차 있고요. 하지만 모델부터 CEO, 아내가 되는 것까지, 모든 일에 항상 열정을 갖고 있어요. 그녀가 스스로 여는 모든 쳅터는 결코 우연이 아니에요.”

제이크 브로드스키가 입은 모든 옷, 복싱 글로브, 모두 팜 하이츠 에슬레틱스. 헤일리 비버의 수영복, 알라이아. 쇼츠, 필라. 스니커즈 디젤. 삭스, 아메리칸 트렌치. 네크리스는 헤일리 비버의 것.

팜 하이츠로 다시 돌아왔을 때, 밤비 바는 저녁이었다. 헤일리는 근처의 선반을 힐끗 보며 “여기 책들을 좀 훑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선반에는 가볍게 넘길 만한 에로티카 커피 테이블 북들이 쌓여 있었다. 그녀는 책을 바라보며 최근 <섹스 앤 더 시티>를 보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어젯밤 그녀는 시즌 2를 보기 시작했다고. 시즌 2, 이때 캐리(여주인공)는 새로운 데이트 상대를 막 만났다. 헤일리는 이 시리즈를 보면서 잠드는 것이 좋고, 화면 속에서 누군가 근사한 옷을 입었을 때 잠시 정지 버튼을 눌러 살펴본다고 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용이 훨씬 직설적이에요. 항상 가슴 얘기가 나와요.”

그렇다면 헤일리는 <섹스 앤 더 시티> 중 어떤 캐릭터에 가장 끌릴까? “그건 에피소드마다 달라요.”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을 이어간다. “샬롯의 동그랗게 크게 치켜뜬 눈은 어릴 적의 저를 떠올리게 해요. ‘와, 이런 것도 있어? 한번 해볼까?’ 캐리는 시티 걸답게 패션에 대한 사랑이 충만하고, 사만다는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사실은 정말로 많이 신경 쓰는’ 단단한 모습에 끌려요.” 그리고 나머지 한 명, 미란다에 대해서는? “저는 그녀가 최고의 두뇌를 가진 분석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분석적인 걸 좋아하기 때문에 동질감을 많이 느끼고요. 어젯밤에 보던 에피소드에서 미란다는 이렇게 말했어요. ‘헤이, 남자들 얘기 다 끝나면 알려줘. 우린 더 이상 중학생이 아니야. 더 중요한 것에 대해 얘기 좀 해보자.’”

헤일리는 미란다 모자(시즌 1 에피소드 14에서 트랙 재킷 후드 위에 착용한 버킷 햇)를 착용할 때가 가장 많다. 주로 쓸 땐 그녀가 창립한 로드 Rhode 스킨케어를 운영할 때다. 회사의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헤일리는 작은 벤처 기업을 성장시켰다. 지금도 제품이 완벽할 때까지 테스트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 로드의 ‘윤광’ 스킨케어를 위해 크리스피 크림과 협업하는 것처럼, 무엇이 끈적끈적한지, 팬들이 무엇에 끌릴지에 대한 예리한 감각을 찾고 또 찾는다. 모델 커리어부터 헤일리는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포토그래퍼,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영입해왔다. 셀럽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특히 로드의 광고 캠페인은 뛰어나다. 한정판 열대 과일 맛 립밤 출시를 위해 앙길라 해변에서는 직접 미니멀 메이크업에 패션 프루트를 떠먹는 포즈를 취했다. 또 올여름 하이드레이팅 제품인 글레이징 밀크를 출시했을 때는 “건조하게 갈라진 사막에서 투명한 욕조에 우유 목욕을 하는 장면을 찍고 싶다”는 아이디어도 냈다.

“정말로 다양한 비전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나와요.” 브랜드 디렉터인 로렌 래트너가 말한다.(헤일리와는 그녀의 남편 마이클 래트너가 2020년 유튜브 다큐멘터리 를 제작할 때 만났다.) “헤일리는 이미 사람들이 무얼 원하는지 예측할 수 있어요. 자신의 팬들과 유기적이고 진솔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죠.” 무엇보다도 래트너가 헤일리에 대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점은 “로드를 구축하기 위해 그녀의 모든 걸 걸었다”는 것이다. “헤일리는 브랜드의 상징적인 존재고 특히 브랜드의 ‘성장’에 최선을 다해왔어요. 그 과정을 지켜보는 저에겐 자신감과 안정감까지 전해주었죠.”

티셔츠, 바시티 로스엔젤레스. 비키니 하의, 이레스. 이어링, 모야.

비버 가족이 하는 일은 마치 고대 뮤즈들처럼 끊임없이 분주하고 화려하다. 준비 과정부터 헤일리와 저스틴은 서로 다른 두 행성의 행사에 참석하는 것처럼 각기 다른 시각적 향연을 펼쳤다. “개그 같아요. 많은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재밌죠.” 저스틴은 대개 그녀 앞에서 이런저런 옷을 입어보곤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그는 디너에 배기 팬츠를 입고 싶어 하지만 저는 타이트한 리틀 드레스를 입고 싶어 해요. 그날 제가 입고 싶은 게 그런 거니까요. 의견을 일치시키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나는 이걸 입을 거니까, 당신은 이걸 입어’가 불가능하죠.”

한 가지 일화를 들자면, 헤일리가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로드 행사에 레드 핫 드레스와 힐을 신고 참석한 것이 입소문이 났다. 그때 파파라치의 사진에는 저스틴이 우스꽝스러운 회색 반바지와 노란색 크록스를 신고 그녀를 뒤쫓고 있는 모습이 찍혔다.(당연히 틱톡의 최대 화젯거리였다.) 모니즈는 헤일리의 친구로서 이렇게 말한다. “그날은 저스틴의 날이 아니라 헤일리의 날이었어요. 아내를 지원하기 위해 그곳에 있었죠. 하지만 헤일리는 그 남자를 미워할 수 없어요. 아무리 우스꽝스러운 옷차림을 해도.” 두 사람이 충돌하는 의상에 대한 미디어의 갑론을박은 둘째 치더라도, 사실 이들만큼이나 스타일에 재미를 주는 셀럽 커플은 드물다. 결혼을 하든 그렇지 않든, 서로를 존중하는 가장 좋은 타협은 어쩌면 ‘타협이 전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요즘은 다들 가십에 너무 익숙해요. 최근에 이런 가십도 있었죠. ‘오, 세상에! 그녀가 임신했어요.’ 여러 차례 그런 일이 있었지만 거기에는 실망스러운 뭔가가 더 있었어요. 배가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임신은 아니니까요. 제가 어떤 인터뷰에서나 ‘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요’라고 말한다면 그건 당연히 거짓말일 거예요.”

“물론 임신이 아니어서 실망한 적도 있고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반응을 보는 것도 솔직히 재밌지만, 아마도 아이를 갖게 된다면 인터넷과 대중이 가장 늦게 알게 될 거예요.” 초창기 인터뷰에서 헤일리는 자신의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고 자녀를 키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마도 완전히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건 제가 결혼하기 전이었고, 당시엔 누구와 결혼할지도 몰랐거든요.”

그녀는 아이들이 언젠가 유명세로 인한 홍역을 치룰 것을 알고 있다. “아마도 그 시간은 경험이 해결해줄 것이고, 아이들에겐 멋진 시간임과 동시에 도전적인 시간이 되겠죠”

브라 톱, 벨리 체인, 모두 티파니. 쇼츠, 존 엘리엇. 이어링, 크롬하츠. 벨리 체인, 수잔 알렉산드라.

“열여덟 살 때는 주변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 제 삶은 그때와는 너무 많은 것이 변해 있어요. 아직 아이도 없는데 무엇을 말하고, 또 말아야 할지 판단하는 건 너무 어려워요. 반려견을 돌보고 있긴 해도 솔직히 부모가 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도 모르겠어요. 그건 완전히 다른 것이니까요.”헤일리는 “분명한 건 모성은 제가 갖길 기대하고 바라는 감정이에요’라고 말한다. “그건 진짜 사적이면서 친밀한 감정이겠죠. 나중에 자연스럽게 찾아올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미리 신경을 쓰는 것이 이상하긴 하죠.” 그녀는 아이들이 언젠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유명세로 인한 홍역을 치를 것을 알고 있다. “아마도 그 시간은 경험이 해결해줄 것이고, 아이들에겐 멋진 시간임과 동시에 도전적인 시간이 되겠죠.” 올해 초 부모의 후광을 입는 2세들 네포 베이비 Nepo Baby에 대한 논쟁이 인터넷에 떠돌았을 때, 헤일리와 저스틴의 스타일리스트 칼라 웰치는 파파라치들 앞에서 ‘네포 베이비’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헤일리를 상상했다고 한다. 팜 비치에서 농담 삼아 ‘네포 베이비’ 유아복을 입은 ‘볼드윈-비버 후손들’에 대해 얘기했다. “와, 그거 정말 끝내주는 생각이네요!”

야자수가 늘어선 해변가의 프라이빗 디너 테이블로 걸어가며 헤일리는 10년 남짓한 여정에 대해 말했다. “가끔씩 열여덟 살, 뉴욕시티를 뛰어다니던 열정적인 그때가 그리워요. 아마도 당시엔 덜 유명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고요.”하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대중성에도 불구하고, 헤일리는 놀라울 정도로 안정되어 보인다. “이곳이 제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많이 느끼고 있어요. 지금은 아주 명확하고 견고해진 느낌이에요. 어쨌든 진짜 행복해요! 무엇보다도 지금은 제 앞에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톱, 비키니 하의, 이어링, 모두 샤넬.

팜 하이츠는 세븐 마일 해변에서 가장 푸른 곳으로, 미니멀리즘 리조트 옆에는 싱그러운 야자수들과 옥덩굴이 줄지어 있다. 예전 이곳은 50개의 스위트룸을 갖춘 하얏트 부지였는데, 당시 이 부티크 호텔은 그랜드 캐이먼의 호화로운 별장처럼 보였다. 호텔 설립자인 가브리엘라 칼릴이 오래된 건물을 봤을 때 “너무 다듬어져 있어서, 그 정반대로 가야 할 것 같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해변가는 몬드리안 그림이나 더 유즈드의 노래처럼 노랑과 파랑의 아름다운 조화다. 골드 스트라이프 비치 타월 밖으로 태닝한 팔다리가 드러나고, 튀르쿠아즈 빛 바다가 너무 맑아서 잔에 담아한 모금 마시고 싶은 상상까지 할 수 있다. 모래사장에는 노란 비치 우산들이 흩어져 있고, 아쿠아 빛 하늘 아래에는 그보다 조금 엷은 색의 바다가 펼쳐져 있
다. 이곳을 방문하고 싶은 이유는 이보다 더 많지만, 대부분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팜 하이츠의 이미지를 본 적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푸른 바다와 노란색 파라솔일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팜 하이츠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많은 여행자의 비밀스런 목적지였다. 클로에 세비니는 여기서 결혼 전 파티를 열었고, 파멜라 앤더슨은 비키니 캠페인을 찍었다.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와 에릭 안드레는 파격적인 누드 사진을 찍었고, 벨라 하디드는 이곳에서 제트 스키를 즐긴 반면, 지지 하디드는 마리화나 소지 죄로 기소되었다.(그녀는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을 냈고, 나중에 인스타그램에 올린 팜 하이츠 사진들 아래 “끝이 좋은 건 다 좋아”라고 썼다.)

밤비 그리모테스가 입은 셔츠, 팬츠, 모두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 헤일리 비버의 브라 톱, 스커트, 모두 미우미우. 슈즈, 브라더 벨리스. 이어링, 그레이스 리.

그렇다면 이곳은 다른 좋은 바와 해변이 있는 호텔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TV 광고 속 호화로운 카리브해 리조트들과 비교해, 팜 하이츠는 힙한 클럽하우스 같은 느낌이다. 워터슬라이드나 놀이터, 파스텔 페인팅의 바다거북 벽화 등도 없다. 대신에 아티스트, 모델, 디자이너, 셰프 등의 꾸준한 순환과 비전이 이 공간을 탐나는 휴가지로 만든다. 팝업 디너를 주최하거나 피트니스 코스를 이끄는 것과 같이, 이 부지에 화려한 스킬을 가진 매혹적인 사람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어 주말 또는 한 달 정도를 머무른다. “어쩌면 크리에티티브 디렉터들이 모인 공간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거예요. 그건 디자인에 의한 것이죠. 게스트인 사람들도 있고, 우리 커뮤니티의 사람들도 있어요. 정말 다양하죠.” 종종 이곳 이벤트의 주최자로 언급되는 밤비 그리모테스 Bambi Grimotes의 말이다. “그걸 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데요, 저는 항상 휴가가 시작될 때가 아닌 휴가가 끝나갈 무렵의 느낌을 만들어내려 해요.” 실제로 투숙객 명단에는 부유한 셀럽, 근사한 커플들,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휴가 보낸 힙스터 부모들과 예술이나 패션계에 연결된 ‘부킹닷컴 Booking.com’ 무리들이 혼합되어 있었다.

실제로 내가 있었을 때 디자이너 루도빅 드 생 세르냉 Ludovic de Saint Sernin은 리조트 내 부티크인 돌로레스에서 판매 중인 서퍼 느낌의 수영복을 입은 채 모델들과 해변가에 있었다. 마치 실시간 패션쇼를 보는 것 같았다. 또 돌로레스 매장에는 루아르,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 웨일스 보너, 테오필리오 등 엄선된 브랜드 셀렉션이 진열되어 있었다. 팜 하이츠의 유명한 노란 스트라이프 타월을 재활용한 보드 재킷도 판매했다.

셔츠, 바퀘라. 비키니 톱, 크롬하츠 × 딥피드 인 블루. 데님, 리바이스 × 이알엘. 선글라스, 쉬보크.이어링, 모야. 벨리 체인, 수잔 알렉산드라. 네크리스는 헤일리의 것.

팜 하이츠는 2019년 10월에 문을 열었고, 지금은 전 세계 셀럽들의 가장 핫한 장소 중 하나다. 팬데믹. 2020년 3월부터 루아르 디자이너 라울 로페즈, 뮤지션 켈시 루, 브롱크스 요리 컬렉티브인 게토 가스트로를 포함한 몇몇 그룹이 이 섬에 격리됐다. 이들은 가장 아름다운 대피 장소에 머물면서 무언가를 만들거나 게시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케이먼 정부가 섬의 국경을 다시 열었을 때 이곳에 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거쳐 지구 반대편에서 여행을 오는 게스트도 있었다.

팜 하이츠의 주된 매력은 마치 미로와도 같이 풍부한 녹음이다. 늦여름이 되면 노란색, 오렌지색, 녹색의 부겐빌레아가 만발한다. 요즘 인스타그램을 달구는 특이하고 웅장한 매력의 회색 절벽이 압권인 유타주 아만기리 리조트,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의 적색 절벽으로 둘러싸인 르 시레누스 등과는 달리, 팜 하이츠 해변가를 수놓는 것은 노란 우산과 스트라이프 비치 타월이다. 베벌리 힐스 호텔의 오래된 서커스 스타일의 샛노란 파티오 우산을 떠올리게 한다. 녹음이 무성한 아트리움에는 호텔의 주요 레스토랑인 틸리스 Tillies가 자리 잡고 있다. 제이크 브로드스키는 스물두 살 때부터 일레븐 매디슨 파크에서 요리한 셰프로 이곳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메뉴는 그릴드 피시부터 캐리비안 커리, 세비체, 립아이 스테이크, 크리미 랍스타 파스타 등으로 열대 요리에 국제적 감각을 더해 대중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메인 호텔 건너편에는 가든 클럽이라는 스파 앤 피트니스 복합 시설이 있고, 내부에는 거대한 야자수 미로가 있는데, 코너를 돌면 한두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나뭇잎들로 감춰진 온천 풀이 있다. 노란 대리석으로 만든 터키식 하맘에는 스톤 욕조와 냉탕이 있고, 요가 스튜디오와 마사지 룸을 포함한 실내 시설, 복싱 링, 마치 리얼리티 TV 세트처럼 보이는 야외 체육관도 갖추었다. 콘셉트에서부터 상업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팜 하이츠의 기둥은 웰니스이며 이 새로운 시설들은 이를 위한 토대다.

저지 톱, 슈프림. 비키니 하의, 디젤. 이어링, 샤넬.

밤비 그리모테스의 이름을 딴 듯한, 팜 하이츠에서 또 다른 심혈을 기울인 곳으로는 ‘밤비 바’를 들 수 있다. 그리모테스에 따르면 LED 댄스 플로어를 갖춘 기능적 공간으로, “밤비의 문이 열리면 정말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종종 농담 삼아 다음 시즌의 <화이트 로투스> 촬영지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얘기해요.” 구찌 모노그램 야구 모자를 쓴 브로드스키는 “팜 하이츠는 종종 허구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TV 쇼 속에서 사는 느낌이에요. 무엇보다도 최고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은 편안합니다. 이기심은 저 문밖으로 던져버리고 여기선 도시 마인드를 지워내도 괜찮죠.”

그렇다고 해서 팜 하이츠를 지원하는 팀이 커뮤니티 모델을 도시로 확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들은 브루클린 부쉬윅에 다층 공간과 맨해튼 금융 지구에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종종 임시 팝업 레스토랑을 열고 창립 기념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어워드, 올해의 멧갈라 애프터 파티 등 문화 활동을 개최한다. 이러한 행사들은 공식적인 제휴까지는 아니지만, 리조트와 궤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기획한다. 팜 하이츠가 섬 속의 제대로 된 탈출구라면, 이 위성 공간들은 필요할 때마다 등장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곳을 방문한 대부분은 사랑스러운 해변 휴양지라 생각할 겁니다. 또 누군가는 이곳의 게스트와 커뮤니티 사이에 벌어지는 마법을 볼 기회도 갖게 될 테죠. 생각해보세요. ‘아이코닉’이란 단어가 쓰이는 이유를. 그건 이 공간이 상징적이기 때문이에요.”

“많은 사람이 왔다가 떠나가지만, 여기서는 진심으로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그리모테스는 창 밖의 경치를 가리킨다. 야자수의 초록 잎들 너머에는 반짝이는 아쿠아마린 바다가 이어진다. “제 말은 바로 이곳에 서서 풍경을 감상하기도 하지만, 밖에서 보이는 내 자신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는 뜻이죠.”

EILEEN CARTTER
포토그래퍼
TYRELL HAMPTON
스타일리스트
STELLA GREENSPAN
헤어
Amanda Lee
메이크업
Leah Darcy
로케이션
Palm Hei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