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31번째 장편 신작 <여행자의 필요>가 제74회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았다. 5년 연속 베를린영화제 입성. 사생활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는 그가 업계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
홍상수 감독
1960년생 영화감독. 1996년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했다. 이 영화는 송강호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데뷔작이 세계 10대 영화제 중 하나인 로테르담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타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 <하하하>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 2020년 <도망친 여자>, 2021년 <인트로덕션>, 2022년 소설가의 영화>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불린다. 옛날부터 다작 감독으로 유명했다. 뮤직비디오를 만들 돈으로 장편 영화를 만든다. 참으로 신기한 재주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스태프는 10명 이하, 무보수로 출연하는 배우들도 있기 때문이다.
연인 김민희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2015년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2017년 공식적으로 연인 사이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중들의 시선은 차갑다. 홍상수 감독이 결혼을 한 상태에서 김민희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후 김민희는 오로지 홍상수 감독 작품으로만 대중을 만나고 있다. 그녀는 지난 9년간 홍상수 감독과 14편의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여행자의 필요>에서도 제작 실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의 나이차이는 무려 22살 차이,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대체 홍상수 감독에게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무보수
구설수가 많은 감독이지만 그와 같이 작업하고 싶어하는 배우들이 많다. 심지어 대부분 무보수로 출연을 자처할 정도. 고현정, 김태우, 정유미, 문성근, 이선균, 김상경, 유준상, 하정우, 정재영, 문소리, 김강우, 윤여정, 권해효 등이 홍상수와 같이 작업했다. 대체 이유가 뭘까? 그의 명성 때문에? 아니다. 실제로 그와 작업한 뒤 매너리즘을 극복하거나 연기가 대폭 늘었다는 배우들이 많다. 우선 촬영 기간이 짧다. 잠시 시간이 날 때 빠르게 찍을 수 있다. 연출, 촬영 스타일이 독특하다. 롱테이크 촬영 방식과 홍상수 감독의 영화 철학이 배우들에게 엄청난 경험이 된다고 한다.
독특한 제작 방식
홍상수 감독은 시나리오 내의 시간 순서대로 촬영한다. 보통은 로케이션과 배우의 사정에 따라 바뀌기 마련인데 홍상수 감독만의 독특한 고집이다. 그래서 맑으면 맑은 대로 눈이 오면 오는 대로 카메라에 담는다. 촬영 당일 아침에 대본을 작성해서 그날 촬영분을 찍는 방식도 배우들이 무척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애드리브보다는 대본에 충실한 편이며 디렉팅 또한 확실하다고 한다. 보통 편집 기간은 하루. 실제로 인터뷰에서 “편집은 쉽다. 잘라서 붙이기만 하면 된다. 촬영이 끝난 뒤 일주일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 뒤에 작업한다”라고 했다. 그렇게 만든 영화가 해외 유수영화제의 상을 휩쓴다. “앵글은 예쁠수록 나쁘다”라고 말하는 감독, 그래서 장면이 평면적이고 롱테이크와 줌을 자주 쓰는 감독, 그럼에도 어른들의 은밀하고도 솔직한 욕망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감독, 그동안 그가 작품으로 보여준 예술적 깊이는 부정할 수가 없다.
의외인 점
항상 구부정하게 있어서 몰랐다. 키가 183cm다. 의외로 장신이다. 말도 잘한다. 여느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상당한 달변가다. 한 영화 편집장이 그를 두고 “아직도 홍상수 감독보다 자기 영화에 대해 잘 설명하는 사람을 못 봤다”고 했을 정도. 영어도 유창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와 시카고 예술대학교에서 10년 정도 유학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해외시상식 인터뷰는 통역 없이 영어로 하고 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것도 의외인 점. 한국 최초로 영화 제작 스튜디오를 만든 아버지와 후지TV의 서울지국장을 지낸 방송 제작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한다.